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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곡물가 안정화를 위해서는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품종개발, 신영농기술 도입이 필요하다.

최근 소맥, 대두, 옥수수 등 국제곡물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주요 곡물생산국의 기상재해로 공급불안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이들 국가가 곡물수출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곡물가격 상승은 애그플레이션(곡물가격 상승이 전반적인 물가상승을 유발하는 현상) 우려와 함께 식생활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 이에 삼성경제연구원 자료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유럽의 선진국은 높은 곡물자급률을 달성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지원, 농지보전 및 생산성 제고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U는 1960년대부터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 공동농업정책(CAP)을 도입함으로써 가격보조와 생산보조를 통한 식량자급률 확대를 추구하며 농촌이 유럽 전통의 근본이라는 인식과 내수경제 확대의 주역이라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 유럽은 농지보전 정책을 통해 충분한 농지면적을 확보하는 한편 생산성을 제고함으로써 곡물자급률을 높이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국민 1인당 농지면적인 0.32ha로 가장 높다. 이는 0.04에 그치는 우리나라보다 8배 넓은 농지다.

 

일본은 미국을 포함한 상위 3개국에 대한 곡물수입 의존도가 높다. 일본은 지난 10년간 미국, 캐나다, 호주 등으로부터의 3개국 수입 비중이 93.1%에 달하며, 이 중 특히 미국이 83.3%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은 미국, 중국, 브라질에 대한 의존도가 82.7%이며 수입비중이 가장 큰 미국은 44.5%로 일본보다는 작다.

 

다만 식량 확보를 위한 정부와 민간의 협력체제가 잘 구축돼 있고, 수입곡물의 상당 부분을 직접 확보하고 있어 공급이 안정적이다. 일본 정부와 종합상사는 1970년대부터 식량안보를 강화하기 위해 해외곡물 생산기지와 유통시설에 대해 장기적으로 투자를 했다. 수입 물량의 상당 부분을 농협단체인 젠노(全農)와 민간상사가 직접 확보하고 있어 수입국 및 곡물 메이저로부터의 자립도가 높다.

 

‘애그플레이션’에 대비한 중장기 대응방안을 모색

 

단기적으로는 급격한 가격변동에 대응하고 물가 불안심리 진정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금융위기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던 국제곡물가격이 또 다시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애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다. 최근 곡물가격 상승은 경기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이 있는 상황에서 물가상승을 부추겨 서민의 체감경기 악화를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국제곡물가격 상승에 따른 소비자물가의 최대 상승 폭은 0.54%p로 현 물가수준을 감안할 때 물가안정목표 범위(2∼4%)를 넘어설 정도의 충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곡물가격 상승이 불안심리 확산으로 이어져 기대인플레이션을 자극하는 것을 선제적으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수요측 요인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기인한 물가상승에 대해서는 긴축 등 거시적 차원의 대응보다 수급안정 등 미시적 차원의 대책이 효과적이다. 수요압력이 낮은 상황에서 일시적 공급충격에 따른 물가불안 현상에 대해 금리인상 등 거시적 대응을 할 필요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

 

곡물가격 변동에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중장기적으로 곡물의 안정적 공급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할 때다. 신흥국 소득향상으로 인한 수요 확대 및 기상재해로 인한 공급불안 등으로 곡물가격의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고 장기적으로는 수입구조 개선, 농업생산성 제고를 통한 식량자급률 향상 등을 통해 충격을 완화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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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적인 애그플레이션을 대비한 중장기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 확대가 절실

 

현물과 선물 시장을 통한 곡물의 비축재고량을 늘리는 한편, 곡물의 공동 구매 및 직접 구매를 확대한다. 곡물재고는 현물과 선물 형태로 보유 가능하며, 현물로 보유하는 경우 가격안정과 심리적 안정을 확보할 수 있지만 보관비용이 발생한다. 선물시장을 통한 재고비축은 선물계약 매수를 통해 가능한데, 계약만기일 이후 현물형태로 인수하기 때문에 보관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공동구매로 구매여력을 늘리고, 수요자가 직접 수출국 현지에 진출해 곡물을 구입하는 ‘직접 구매 방식’을 적극 활용해 가격협상력을 제고해야 한다. 일본 젠노는 미국 현지에 수출용 엘리베이터 및 집하창고 등을 설치해 직접 조달하는 방식을 채용하고 있다.

 

개도국 농업개발 프로젝트에 대한 민간기업의 진출을 확대함으로써 공급 루트의 다양화를 촉진하고 ODA(공적개발 원조) 및 기술이전 등을 활용해 곡물 생산국과의 외교관계를 강화한다. 신흥국의 농업개발 투자에 대한 민간기업의 참여를 유인하기 위한 제도적 지원 시스템을 강화할 필요도 있다. 투자수익률이 낮고 자본 회수기간이 긴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해외농지 취득에 필요한 금융 및 세제상의 지원 체계를 정비하고 정부가 직접 토지를 취득하고 민간기업이 농기계, 인프라, 기술을 도입하는 형태의 민관합작 투자방식을 도입해 리스크를 경감시킨다. 에너지와 광물 자원과 같이 곡물에도 자주 개발률 및 도입률 개념을 관리대상 지표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적 곡물 메이저의 육성을 위한 환경 조성돼야

 

글로벌 곡물 메이저의 과점화로 한국의 곡물 수입환경이 악화됐다. 세계시장의 70%를 장악할 정도로 글로벌 곡물 메이저의 과점화가 진행됨으로 인해 한국의 가격 협상력과 독자적 수입여력이 약화돼 가격변동 리스크에 크게 노출된 상황이다.

 

국적 곡물 메이저를 육성해 글로벌 메이저의 과점화에 대응하고 가격변동 리스크를 경감할 필요가 대두된다. 한국 중소 곡물수입회사의 합종연횡을 유도하고 아시아 내 중소 곡물수입회사의 인수합병을 유도하는 등 규모 확대를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레드오션화된 구미나 중남미보다는 한국이 비교우위를 가진 아시아지역에서 활동하는 곡물 메이저를 우선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한국 종합상사가 ‘해외 구입-국내 판매’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해외에서 생산-유통-판매를 총괄하는 국외 거래를 확대하도록 지원하고 기후변화 및 국제곡물생산과 관련된 모니터링 체제를 구축하고 해외투자 관련 정보의 대민 발신을 강화한다.

 

농업의 생산기반 확대와 생산성 향상에 주력

 

국내에 농지를 적극적으로 확보해 생산기반을 확충하고 품종개발, 신영농기술 도입 등을 통해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증가시킨다. 지자체와의 협력 하에 유휴지, 개척지 등을 일정기간 농업용지로 전환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추진하고 자급이 가능한 쌀은 현 생산기반을 유지하는 한편 소맥은 자급률을 우선적으로 끌어 올린다. 소맥은 상대적으로 수입단가가 높고 식생활의 서구화 등으로 수입수요가 크기 때문에 자급률 제고의 효과가 타 곡물에 비해 크다는 특징이 있다.

 

식품산업 발전을 통해 농업생산성과 생산기반을 제고하는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 식품산업의 육성과 글로벌화를 통해 한국농업의 동반성장을 달성하고 식품산업의 발전은 국내 농산물, 식자재 등의 활용을 촉진함으로써 농업생산 증가 및 안정적인 판로 확보에 기여한다. 식품산업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업발전을 견인하는 등의 효과를 달성하도록 다양한 농식품 비즈니스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

 

[김화년 수석연구원 외] 출처 : 삼성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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