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환경일보 이진욱기자] 최근 개최된 공기업 제도개선 관련 공청회에서 축사를 맡은 LH공사 사장이 "저는 단상위에 올라갈 자격도 없습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청중들에게 머리를 조아리는 보기 드문 광경이 연출됐다.

 

이런 상황이 발생한 원인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의 118조원이라는 천문학적인 부채에 있다. LH공사는 무리한 국가사업 추진으로 부채를 떠안게 돼 숱한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으며 지난 국토해양위 국감에서는 국회의원들의 동네북이 되기도 했다.

 

반면 정종화 LH 노조위원장은 "난 사장님처럼 단상에 못 올라갈 이유가 없다. 직원들은 회사를 위해 죽을힘을 다해왔다. 잘못이 있다면 참여정부 시절부터 정부가 시킨 사업을 맡아서 수행한 것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일각에서는 LH 부채의 책임을 정부에 돌리고 있지만 실제 비난의 화살은 LH에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LH가 공기업이라는 점을 이용해 정부가 일은 벌여놓고 책임은 LH에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LH사장은 빚을 떠 앉은 채 취임했으며 노조위원장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다. 그들이 왜 비난의 주요 표적이 돼야 하나.

 

이런 사태가 되풀이 되지 않기 위해 정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인식전환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국가사업을 위해 정부는 공기업을 방패막이 아닌 동반자로 인정하고 공생해 가야한다. 그렇게 되면 억울하게 모든 책임을 뒤집어 써 머리를 조아리는 희생양을 볼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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