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l800014.
▲장수초등학교 내에는 학생들이 직접 만든 친환경교육 결과물들이 전시돼 있다.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이젠 아이들 덕분에 에어컨도 함부로 못 켜요”

 

장수초등학교에서 환경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김신자 선생님이 푸념 아닌 푸념을 내뱉었다. 환경교육을 통해 아이들이 기후변화에 대한 인식도 커지고 에너지 절약,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어째 어른들은 더운 여름에 함부로 에어컨 켜기도 힘들어졌다.

 

어른의 가장 좋은 선생님은 아이들이라고 한다. 배우는 것에 대한 습득도 빠르고 학습 내용을 실생활에 적응 하는 것도 대단하다. 2009년 서울특별시교육청이 지정한 환경교육 시범학교인 장수초등학교는 학년별로 수준별 기후변화 대응 환경교육을 통해 저탄소 생활 실천의식을 함양하면서 '에너지 파수꾼'을 키우고 있다.

 

서울 양천구에 위치한 장수초등학교는 2009년 4월 두산초등학교, 영본초등학교, 대명중학교와 함께 기후변화특성화연구학교로 지정돼 각 교과시간 외에도 재량활동과 특별활동 시간을 활용해 환경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다. 환경교육이 학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이 각 가정에 돌아가 실천하고 지역사회 전반에 퍼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활동5.
▲저학년의 경우 직접 체험하는 환경교육이 진행되고 있다.<사진=장수초등학교>

기후변화 대응 환경교육 여건 만들기

 

장수초등학교는 기후변화 대응 환경교육을 위한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구축하고, 학교·가정·지역사회와 환경교육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데 노력했다. 장수초등학교 홈페이지(www.jangsoo.es.kr)를 방문하면 기후변화 대응 환경교육에 대한 자세한 자료를 살펴볼 수 있다. 연구시범학교로서의 소개를 시작해서 학생들이 실천하는 다양한 녹색성장 방안과 환경교육 학습 자료들을 모았다.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에너지사용현황 메뉴이다. 학교에서 사용하는 수도, 전기, 가스 등의 에너지 사용량을 게재해 교사는 물론 학생들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월별 에너지 절약 우수 가정 및 아동을 게시하고 있다. 김 선생님은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했고, 앞으로 얼마를 더 줄일 수 있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선생님은 ‘추천사이트’ 메뉴를 소개했다. “2년 전만 해도 ‘기후변화’, ‘기후대응’이라는 말이 매우 생소한 단어였다. 사실 보고서를 쓰면서 나도 처음 접한 단어인데, ‘추천사이트’ 메뉴에는 환경교육에 도움이 되는 많은 사이트들이 모여 있어 학생들과 함께 공부하는 데 매우 편리하다”고 밝혔다. 추천사이트 메뉴에는 환경부, 산림청, 녹색성장위원회 등 국내 환경관련 사이트뿐 아니라 캐나다의 어린이 환경교육사이트와도 연동 돼 있어 국외 사례도 둘러 볼 수 있다.

 

그 외에도 학교 전원 자동 차단 타이머를 설치하고 복도 형광등 격등 및 사람인식 센서등을 설치해 에너지 절약을 생활화하고 있다.

 

활동8.
▲고학년들은 과학 수업을 비롯한 교과교육을 통한 환경교육을 하고 있다.<사진=장수초등학교>

수준별 기후변화대응 프로그램 마련

 

김 선생님은 환경교육을 시작하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일이 막막해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선생님은 “사실 선생님들도 환경을 전공한 선생님은 매우 적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환경을 가르치는 데 있어서 아이들 수준별로, 학년별로 프로그램을 달리해서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장수초등학교에서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학년에 따라 저학년, 중학년, 고학년으로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저학년의 경우 전반적인 환경교육에 대한 이해를 강화하기 위한 실천학습이 많고, 중학년은 기후변화 대응에 따른 환경교육의 이해, 고학년은 저탄소 생활실천에 대한 내용을 공부한다.

 

교과활동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환경동아리와 어린이회의를 통해서도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장수초등학교에서 2009년부터 환경 동아리부와 환경지킴이부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 동아리는 수업시간에 배운 환경보호의 필요성과 기후변화 대응의 중요성을 직접 실천하는 일을 하고 있다. 쉬는 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사용되지 않고 있는 전기, 가스 수도를 확인하면서 혹시 낭비 되고 있는 곳은 없는지 꼼꼼하게 체크한다.

 

김 선생님은 “아이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어 안 쓰는 전구하나 켜지는 일이 없다. 아마 우리 아이들은 ‘에너지 파수꾼’으로 보면 될 것 같다”며 활동을 소개했다.

 

활동3.

▲지난 환경의날에 장수초등학생들은 신재생에너지를 활용한 다양한 체험교육을 실시했다.

<사진=장수초등학교>


집에서도 Black Down, Green up

 

장수초등학교가 다른 기후변화특성화연구학교와 가장 차별화된 것이 있다면 바로 학교에서 운영하는 환경교육이 가정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장수초등학교가 직접 마련해 운영하고 있는 ‘Black-Down’, ‘Green-Up’ 행사는 학교 교육이 가정으로 연장되는 교육 프로그램이라 볼 수 있다.

 

Black Down은 전기, 가스, 수도 등 3대 분야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을 경감하고 물자 절약 등 중점실천과제를 설정해 생활 속에서 저탄소 생활을 실천하도록 하는 환경운동이다. 올해는 지난 3월 학부모 총회에서 이를 설명하고 매월 말일마다 환경생활본을 통해 가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을 확인한다.

김 선생님은 “아이들이 매월 나온 고지서를 통해 부모님과 가스, 전기, 수도 요금을 확인하고 그를 바탕으로 집에서 발생하는 탄소량을 계산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환경인식은 물론이고 경제 교육까지 함께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환경생활본을 통해 에너지 절감 우수 가정으로 선정된 학생에게는 상장과 부상으로 멀티탭과 절수용 샤워기를 제공하는 등 학생과 가정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Green Up은 자연을 보호하고 자연과 더불어 생활하는 활동을 중점실천과제로 하는 생활 속 녹색성장 실천 교육이다. 지난 5월에는 가족과 함께하는 환경운동회를 개최해 쓰레기 발생량이 대폭 감소했다. 이번 운동회에는 전교생과 학부모가 도시락을 준비함으로써 2007년 100L 종량제 쓰레기 봉투 10개를 사용했던 것이 이번 운동회에는 3개로 줄었다.

 

장수초등학교는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율적인 생활 실천을 유도하기 위해 생활 전반에 이르는 통합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김 선생님은 “서울특별시 교육청에서도 환경교육 도입에 대해 긍정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체계적인 환경교육 도입을 기대하고 있었다.

 

freesmha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