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식 처장2
생물다양성의 가치 이해와 공존 도모

복원 당위성에 대한 주민 합의 필요

 

요즘처럼 하천이 사회적 이슈가 되고 관심이 집중된 적이 과거에도 있었나 싶다. 아마도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비롯해 하천과 관련된 많은 사업들이 추진되는 상황 속에서 국민의 관심이 높아졌고 다양한 여론이 조성됐기 때문일 것이다. 생태하천복원은 이·치수를 목적으로 추진되던 하천정비나 하천공간을 인간중심적 목적으로 활용하는 과정에서 오염되고 훼손된 하천의 자정 기능과 생태적 건강성을 회복시키고 궁극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다양한 생물체가 하천에서의 조화를 목적으로 이뤄지는 일체의 과정을 의미한다.

 

하천을 복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과거의 자연 하천이 도시화 과정에서 직강화돼 생물 서식처가 멸실되고, 불투수층 층가와 지하수의 무분별한 개발로 건천화가 발생하며 기후변화로 인해 홍수와 가뭄의 빈번한 발생으로 인해 하천 환경이 크게 훼손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천 복원의 본질적인 이유는 그것이 결국 우리의 가치를 회복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하천에 서식하는 수많은 생물들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들과의 공존을 도모하는 것이 곧 생태계 속에서 우리들의 존재가치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선진국 사례에서도 알 수 있다. 하천 복원의 선진국으로 꼽히는 독일, 스위스와 같은 국가들의 경우 복원사업 시행 후 더 높은 수준의 복원에 대한 시민들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이는 되살아난 하천의 자연성과 수생태의 가치를 주민들이 직접 경험했고 그것이 지역의 가치 그리고 하천과 더불어 살아가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점을 인식했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이러한 점에서 하천은 그 지역, 더 나아가 한 국가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하천이란 환경은 그것이 지닌 공공재적 특성 위에 현재의 물리적 가치가 내재돼 있는 동시에 미래의 변화상을 향한 사회적 가치관이 투영되기 때문이다.

 

한국환경공단은 환경부 정책지원을 목적으로 2007년부터 생태하천복원사업에 대한 기술검토업무의 수행을 시작으로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환경부 사업지침에 의해 국고를 지원하는 사업의 계획, 설계를 검토해 지나친 친수시설은 배제하고, 하천에 적합한 공법 적용을 검토함으로써 환경부의 패러다임에 부합하는 수질개선과 수생태 복원 중심의 사업이 추진되도록 유도한다.

 

또한 사업 규모가 확대됨에 따라 하천복원 관련 전문가 및 전문기관의 필요성이 증대되는 상황을 인식해 공단 내부에 ‘생태하천복원 기술지원센터’를 설립하고 생태, 조경, 수리·수문, 환경, 기계, 전기 등 전문분야별 외부전문가를 120여명 위촉해 운영하는 등 수생태복원 전문기술 지원체계를 확립해 본격적인 생태하천 전문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술검토업무 외에도 ‘생태하천복원 기술지침 개발’ 등 정책과제 용역수행이나 생태하천의 모델을 제시하기 위한 환경부 시범사업 참여, 그리고 지자체와의 협약 체결을 통한 생태하천복원사업을 직접 수행하는 등 다양한 하천복원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생태하천복원은 하천정비나 일반토목공사와 구분되는 특징이 있다. 우선 복원 공사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며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가시적 결과가 바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식생이 안정화되고 생물들이 되돌아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 이 과정에서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통해 문제점들은 수정해가는 feedback system이 수반돼야 한다.

 

또한 하천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컨센서스가 요구된다. 즉 복원의 당위성에 대한 주민들이 이해와 합의가 전제돼야 하고 주민들이 원하는 다양한 하천상이 수생태계 복원이라는 목표에 부합될 수 있도록 다수의 이해 당사자들의 의견이 수렴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천복원이란 단절된 상·하류 간의 연결성을 회복시키는 ‘물리적 소통’과 훼손되고 오염된 하천을 어릴 적 멱감고 뛰놀던 곳으로 되돌리는 ‘시간적 소통’을 추구한다. 이를 위해서 기존의 관 주도의 일방적 사업추진형태에서 탈피해 토목·환경·생태·역사 등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지식과 경험위에 하천공간을 향유하는 주민들의 다양한 가치관을 반영하고자 하는 ‘행정적, 문화적 소통’이 뒤따라야 한다. 결국 하천복원은 ‘자연적인 소통’과 ‘물리적인 소통’이 조화롭게 이뤄져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하는 것이 올바른 하천 복원인가? 이 질문에 대해 간단히 답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하천(河川)이란 상류에서 하류로 끊임없이 맑은 물이 흐르고 그 흐름에 맞추어 생물들이 제자리를 찾아갈 때 비로소 그 기능을 다하고 본질적 의미를 찾을 수 있듯이 하천을 복원하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 또한 하천이 갖고 있는 흐름의 본질을 이해하고 닮아가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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