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나르기1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최근 들어 기업들의 사랑 나눔 행사가 부쩍 늘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던 무렵에는 ‘사랑의 김장 담그기’가 유행이더니 한겨울에 접어들자 ‘사랑의 연탄 전달하기’가 유행이다. 그 외에도 저소득층 독거노인들을 위한 보일러 설치, 집 수리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런데 한가지 궁금한 것은 그렇게 연탄을 날랐음에도 사진 속의 얼굴은 대부분 깨끗하다는 것이다. 옛날에 연탄 좀 날라본 사람은 알겠지만 아무리 ‘깔끔’을 떨어도 연탄가루가 날리기 때문에 잠깐 나르는 것이 아니라면 깨끗함을 유지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깨끗한 얼굴에 하얀 이를 빛내며 연탄을 들고 포즈를 취하는 사진 속의 인물들은 예전 보육원 앞에서 라면박스 쌓아놓고 사진 찍고서는 서둘러 승용차에 몸을 싣던 높으신 양반들을 연상케 한다. 마치 농촌돕기의 가장 생생한 증거가 밀짚모자를 쓰고 막걸리 한 사발 들고 사진 찍기인 것처럼.

 

물론 그들 중에는 진심으로 하는 사람도 있고 기업 이미지를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내서 혹시라도 연탄가루가 날릴새라 잠시 사진 몇 장 찍고 후다닥 자리를 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부와 봉사라는 행위 자체를 의심하지는 말자. 잠시 생색만 내는 것일지라도 받는 이에게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나름 의미가 있으리라. 비록 기업이 등 떠밀려 억지로 하는 것이라도 그런 사회의식을 만드는 것은 우리다.

 

mindaddy@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