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사라진 동물들이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일까?

우리는 왜 그 말에 귀 기울여야 할까?

 

에코북
얼마전 동물원을 탈출했다는 곰이 연일 화제였다. 열흘 가까이 지나서야 잡힌 곰 때문에 관계자들은 애를 태웠지만 사람들은 재미있다는 반응이다. 그 한편에는 구제역과 조류독감으로 소와 닭이 살처분되고 있고, 고양이를 학대하고 그 사진을 인터넷에 올려 충격을 주었다는 소식도 자리한다. 이뿐일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되짚어 보면 동물과 관련된 수많은 소식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듯 사람은 직간접적으로 동물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지만 자주 그들의 존재를 잊는다. 그러면서 때때로, 놀랍거나 끔찍하거나 재미있는 일이 일어날 때만 관심을 갖는 것이다. 동물의 하나이면서 그 위에 서려 하는 사람과 다른 동물들 사이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우리를 잊지 마세요’는 지금 이 지구 곳곳에 존재하는 동물들의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보여 주기’를 넘어 ‘고민하기’로!

 

‘우리를 잊지 마세요’가 이야기하는 주제는 밀렵, 유기견, 동물실험, 대량 사육, 로드킬, 지구온난화 총 여섯 가지다. 이와 같은 동물 이야기는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많이 소개돼 그 끔찍하고 비참한 현실에 대해서 어린 독자들도 조금은 알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잊지 마세요’는 보여 주는 데에 그치지 않고, 눈에 보이는 사실 너머의 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로드킬 당한 너구리를 통해 끔찍한 희생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도로 공사의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하고, 대량 사육되는 닭을 통해서는 건강하지 못한 사육 환경과 함께 소, 돼지, 닭 등의 대량 사육을 야기하는 과다한 육식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한다. 펭귄의 삶으로 자주 이야기되는 지구온난화에 대해서는 흔히 원인으로 꼽는 화석연료만이 아니라 우리 생활의 모든 것이 관계된다는 사실도 언급하고 있다. 원인과 결과의 일차원적인 연결이 아니라 현상의 아래에 복잡하게 뒤얽힌 관계를 드러내며,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생존을 위한 공존을 이야기하다

 

 그렇다면 근본적인 문제는 무엇일까? 어미를 잃은 코끼리, 버림받은 개, 인간 대신 위험을 겪은 침팬지, 땅을 밟아 보지도 못한 채 죽은 닭, 산에 난 길에서 생명을 잃은 너구리, 먹이를 구하려다 빙벽에서 떨어진 펭귄.. 여섯 동물의 이야기를 관통하는 것은 다른 생명을 생각하지 않는 ‘인간의 이기주의’다. 저자는 인간의 이기주의가 낳은 동물들의 고통이 인간에게 되돌아올지 모른다고 걱정스럽게 이야기한다. 동물들의 불쌍한 모습을 보여 주며 연민을 느끼게 하는 것에서 나아가 다른 생명과의 공존만이 인간의 생존을 약속할 수 있다고 말한다. 다른 생명의 행복이 지켜질 때 그와 더불어 사는 인간 또한 행복할 수 있음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를 잊지 마세요’는 현실 고발과 우려에서 끝나지 않는다. 결말에서 한자리에 모인 동물들은 남은 친구들을 걱정하면서도 사람과 동물이 모두 소중하다는 사실을 아는 이들도 많다고 말한다. 동물도 행복하고 싶으니 우리를 잊지 말라는 동물들의 외침은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게 만든다.

 

독자를 배려한 형식

 

‘우리를 잊지 마세요’의 저자는 이야기와 사실을 결합한 형식으로 다소 자극적일 수 있는 소재의 성격을 극복했다. 동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는 주인공 동물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고, 사실을 다룬 ‘한 걸음 더’는 앞의 이야기가 허구가 아님을 확인하고 진실이 무엇일까 생각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저자 소개

 

지은이: 정연숙

 

글을 쓴 정연숙 선생님은 어린이들이 살아갈 세상이 더 건강하고 더 따뜻해질 수 있도록 작은 보탬이 되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 중이다. 현재 EBS ‘지식채널e’의 작가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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