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부족·이상고온 장해 겪으며 생산량 대폭 감소

농업기반구축 통해 생산부문 취약성 극복해야

 

이덕배 과장.

▲ 농촌진흥청 기후변화생태과

    이덕배 과장

농산물은 시장탄력성이 낮은 상품으로서 소규모의 수급변동에도 가격은 폭락과 급등을 반복해 국민 생활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 실제로 2010년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에 반입량이 17.7% 줄어든 배추는 가격이 2.7배 상승했고, 오이는 21.7%의 반입량 감소에 비해 가격은 3.65배나 올랐으며, 상추는 반입량이 37% 감소된 반면에 가격은 무려 8.9배나 폭등했으며, 무는 물량 3% 줄어든 반면 가격은 3.1배 올라 급기야는 중국에서 배추를 수입해오는 사태까지 맞이하게 됐다. 그러나 기상이변으로 말미암은 채소값 폭등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고 이웃 일본에서는 여름철 무더위와 강수량 부족으로 말미암은 작황부진으로 2010년 9월27일에서 10월 1일 야채 값이 2009년 같은 기간 대비 2배 이상 급등했다.

 

지난해 여름철 강원 고랭지 무와 배추 주산단지는 평년대비 2010년 평균기온이 6월은 1.9℃가 높아 어린 배추의 생육이 불량했고, 8월은 3.2℃, 9월은 2.0℃가 높아 칼슘흡수가 저하되고 결구(結球, 포기형성)에 불리한데다가 무름병(속칭 속썩음병) 발생도 증가했다. 즉 고랭지 채소는 파종기와 유묘기에는 물 부족, 생장기에는 이상고온 장해, 수확기에는 폭우라는 세 가지 기상재해를 겪으면서 생산량이 대폭감소하게 됐다. 여기에 포전거래를 통해 배추물량을 확보한 중간상인들의 출하량 조절까지 겹쳐 가격이 10kg당 1만4880원까지 폭등하게 됐다.

 

2010년 10월 배추를 사기 위해 5시간을 기다렸던 성난 시민들의 아우성과 이후 수입된 중국산 배추를 판매하기 위해서 5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시장상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농산물의 자급기반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실감하게 됐다. 더욱이 금후 기후변화로 인한 농산물의 수급불안은 급기야 돈을 주고도 농산물을 살 수 없어서(impossible to purchase) 인간이 살 수 없는(impossible to live)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심화시켜주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가 어느 틈에 우리 곁에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농업생산부문 취약성을 극복해 국민들에게 깨끗한 농산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서는 농업기반구축이 시급하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전국적으로 분포된 농경지를 잘 가꾸고 지켜야 한다. 수많은 농경지가 주택, 공장 등으로 전용되고 고랭지 밭도 조림이나 휴경 등으로 농산물 생산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농산물의 생산기반시설이 줄이면서 국민의 식품수요를 충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둘째, 고랭지 농경지를 효율적으로 활용해 재해위험도를 분산시키는 것이다. 2005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령지역의 농경지 면적은 7만3791ha이며 이중 강원도에 50%가 분포하고, 경북에 11.9%, 경남에 12%, 전북에 20.6%, 기타지역에 5.4%가 분포한다. 이상기온, 폭우, 가뭄과 같은 기상재해가 닥치면 인간의 노력에도 한계가 있으므로 여러 곳에서 분산해서 생산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제 2010년 강원도산 고랭지 배추 값이 폭등하던 시기에 충북 괴산의 절임배추는 20kg에 2만5000원에 판매됐고 충남 보령 신죽리에서 포기당 1500원짜리 배추가 출하됐다. 충북 괴산, 충남 보령에서 생산된 배추가 전국적인 배추 값의 폭등을 막고 국민들에게 신선한 먹을거리를 제공해 주었던 것이다. 이 같은 사례는 여러 지역에서 분산해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이 위험도를 분산시킬 수 있다는 교훈을 알려준 것이라 하겠다.

 

셋째는 전국적으로 농작물의 주산단지를 파악하고 재배면적과 작황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농업통계 선진화가 시급하다. 가락동 농산물 시장에 유입되는 농산물의 시기별 주산단지와 작황을 파악하고 생육을 촉진시키거나 억제시키는 기술을 통해 시장출하물량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정확한 농업통계가 정책의 출발점이고 기술지도의 핵심인 것이다.

 

넷째는 농업지대별로 주기적인 농업기상정보를 웹서비스하고 이를 시기별 작물생육 정보와 연계해 작황을 예측하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전국 21개 농업지대별 농업기상정보를 월 2회씩 문서로 제공했으며, 2011년에는 월 3회 웹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같은 농업기상정보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농업관측정보센터에도 제공돼 정밀도가 높은 농산물 수급동향분석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는 기후변화에 적응하고 빈번히 발생되는 이상기상에도 안정적인 수량과 고품질의 품종을 지속 개발해야 한다. 그간 농촌진흥청에서 개발한 고온조건에도 수량성과 품질이 좋은 벼 ‘동안’, 강풍과 폭우로 인한 쓰러짐에 강한 벼 ‘호품’ 고온 적응성이 우수한 포도 ‘홍아람’, ‘나르샤’, 착색관리가 간편한 사과 ‘황옥’, ‘그린볼‘, 제주·남해안 기후에 적응성이 우수한 참다래 ’제시골드‘, ’한라골드‘와 같은 품종개발에 한층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농림수산식품부의 기후변화대응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의 신설이 필요하다. 기후변화에 대해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응을 위해서는 농업, 산림업, 수산업, 식품산업, 유통업, 보험업, 품질검사 등 유관기관의 업무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대응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농산물 안정생산에 필요한 지역별 통계자료 구축과 이를 활용한 체계적인 농업정책과 기술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세계적으로 기후변화라는 커다란 흐름을 피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대응 자세에 따라 그 피해는 얼마든지 최소화시킬 수 있는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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