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성 교수 사진
선진국 중심으로 ‘녹색 GDP’ 개념 번져

다음 세대와 연계한 지속가능발전 필요

 

우리 사회에서 많은 논란이 됐고 현재도 논의되고 있는 새만금 간척사업, 한반도 대운하사업, 온실가스 감축 및 탄소배출권거래제 도입 등은 공통적으로 경제성장을 위한 개발과 환경 보전, 혹은 경제성장과 환경 보호 중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어려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연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는 어떠한 관계이며 어떤 선택이 올바른 것일까? 이 물음에 대한 대답은 사람들의 시각에 따라 매우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일반적으로 환경규제의 강화는 기업의 생산성을 저하시키고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대표적인 견해가 ‘오염 피난처’ 가설이다. 그에 따르면 환경보호를 위한 강력한 환경규제는 해당 지역 혹은 국가에 입지한 기업들의 생산비용을 높이게 되고 신규 부문에 대한 투자를 감소시키게 된다. 이에 따라 상대적으로 환경규제가 약하고 생산비용이 낮은 지역 혹은 개발도상국가로 공장들이 이전하게 돼 원래의 지역 경제를 위축시키고 국가의 경쟁력을 낮추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고 보고 있다.

 

반면 미국 하버드대학교 포터(M. Porter)교수는 환경규제가 상대적으로 엄격한 독일이나 일본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미국보다 높다는 점, 미국의 화학산업이 강화된 환경규제에 의해 초기에는 막대한 비용을 부담하게 됐지만 오히려 기술개발 등을 통해 국제경쟁력을 개선시킨 점 등을 근거로 적절한 환경규제는 환경보전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기술 발전을 유도하게 돼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1970년대 당시로는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를 설정한 일본의 자동차 산업이 초기에는 많은 비용을 부담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연비개선 등을 통해 미국의 자동차시장 석권이라는 큰 성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이 두 가지 주장은 서로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반면, 부정적 측면과 긍정적 측면을 동시에 설명하고 있는 가설도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환경쿠즈네츠곡선’이다. 경제가 성장할수록 소득격차 즉 소득불평등도가 완화된다는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쿠즈네츠(S. Kuznets)교수의 이론을 환경에 적용한 것으로, 경제개발 초기단계에서는 경제가 성장할수록 환경오염이 심해지지만 소득수준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게 되면 환경오염이 줄어들고 환경이 깨끗해진다는 가설이다. 즉 국민소득 수준이 증가하면 할수록 그에 따라 환경오염도가 마치 종 모양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이론은 환경오염이 증가하다 감소하는 경제성장 수준이 어디일까 하는 점과 모든 환경오염문제에 적용되기 어렵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환경보호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는 서로 상충적인 모습을 보일 때도 있고 때로는 서로 보완적인 모습을 가질 수도 있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개발은 성장의 한계를 갖게 되는 반면, 경제성이 고려되지 않은 환경규제는 성장의 발목을 잡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따라서 이 두 가지 요소의 적절한 조합이 매우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1987년에 발표된 UN보고서 ‘우리의 미래(Our Common Future)’에서는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시킬 능력을 손상시키지 않는 범위에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 즉, 지속가능한 발전(sustainable development)이 매우 중요함을 강조했다. 이 개념은 현재 세대의 문제로만 인식하고 있던 기존의 경제성장과 환경보호문제를 우리의 다음 세대와 연계시켜 현재 시점에서 어떠한 선택과 결정이 중요한가를 강조하고 있다.

 

또한 현재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성장의 지표로서 기존의 국민총생산(GNP) 혹은 국내총생산(GDP) 개념을 탈피해 경제활동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손실액을 국내총생산에서 제외하고 계산하는 ‘녹색 GDP’ 개념이 번져가고 있다. 물론 경제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의 비용을 객관적으로 수량화하는 것이 어렵다는 한계점을 갖고 있긴 하지만 기존의 시각과 달리 국민생활의 질이나 복지수준을 보다 포괄적인 차원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긍정적인 시도로 평가된다.

 

우리나라 판소리 수궁가(水宮歌)에서 등장하는 토끼는 매우 지혜롭고 영민한 동물로 묘사되고 있다. 2011년 신묘년을 맞아 경제성장과 함께 환경보호라는 두 가지 어려운 문제가 지혜롭게 해결될 수 있는 그러한 한 해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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