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의 변화로 지구온도 낮추는 그린디자인
버려진 것들의 쓰임을 다시 밝히자


환경일보칼럼-왕정아[환경일보 박균희 기자]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선도해 나아가는 수많은 디자이너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상품을 디자인하고, 매년 새로운 가공품을 생산해 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새로운 디자인과 최신기능을 갖춘 상품에 열광하며 디자인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하지만 그 상품들이 상품으로서의 생명을 다했을 때의 처리방법까지 고민하는 디자이너가 얼마나 될지는 생각해 볼 부분이다.

 

2009년 그린디자인과 관련된 디자인 프로젝트에 참여한 적이 있었다. 프로젝트의 의도는 참으로 신선했다. 먼저 첫 번째로 진행된 전시는 디자인을 통한 절약에 대한 내용으로 에너지를 절감하거나 사물의 가치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춘 작품들이 전시된 평범한 전시였다. 그리고 두 번째로 진행된 전시는 첫 번째 전시에 쓰여진 전시 보조용품들, 즉 현수막, 포스터, 전시대, 앵글 등 전시를 치루고난 후에는 버려지는 전시폐기물에 대한 리디자인 (Redesign)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모인 몇몇의 디자이너들은 전시 폐기물을 전혀 다른 모습의 디자인으로 재탄생시켰으며 디자인 소재로써 버려진 것들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될 정도로 소재활용에 대한 무궁무진한 아이디어들을 쏟아냈다. 화려한 전시 이면에 있는 무수한 전시 폐기물들을 쓰레기로 전락하게 만들 것인지, 새로운 소재로 발견해 낼 것인지는 전시를 기획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의 몫인 것이다.

 

지구온도 1℃가 올라가면 생태계와 기상에 큰 이변이 발생하고 막대한 피해가 온다고 한다. 모든 소재가 재활용이 된다면 더 없이 좋겠지만 현재 100% 재활용이 어려운 실정에서 재생되지 않는 소재를 폐기함으로써 나올 수 있는 환경적 문제는 지구온도를 높이는 데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폐기가 어려운 소재에 대한 리디자인은 또 다른 리싸이클의 대안으로 적절할 것이다. 특히 특별한 기술을 요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많은 디자이너가 그리고 더욱 많은 사람들이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리싸이클 디자인의 장점으로 작용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리싸이클 디자인이 각광받지 못했던 이유는 그동안 ‘리싸이클’만 있었을 뿐 ‘디자인’이 없었기 때문이다. 리싸이클 디자인이라고 하면 지저분한 이미지가 연상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디자이너보다 오히려 주부층이나 학생들이 더욱 활발하게 활동해왔으며 심미적인 부분보다 실용적인 부분을 더욱 중시한 아이디어가 대부분이었다. 점점 디자인 측면에서 외면되어가는 리싸이클 디자인의 활성화를 위해 디자이너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렇다면 리싸이클 디자인의 활성화는 디자이너의 작품 활동만이 방법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2009년도에 디자인 전공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리싸이클 디자인 워크숍을 진행한 적이 있었다. ‘리라이트’라는 주제의 워크숍이었으며 이미 2008년도에 마농탄토 디자이너들이 진행한 리라이트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리디자인에 대한 기본 교육 - 스타일 디자인 작업 - 그리고 작품 제작까지 약 20일간 리디자인의 전체 프로세스를 경험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워크숍에서는 새로운 소재개발이 아닌 버려진 소재나 이미 존재하는 사물을 디자인 소재로서 재조명하는 작업이 진행됐다.

 

워크숍 진행 결과 리싸이클 소재라는 것을 감쪽같이 속이는 디자인 결과물들이 도출됐다. 예쁘게 표현해 내기 힘든 리싸이클 소재를 디자이너이기 때문에 상품 가치가 충분히 있는 디자인으로의 표현이 가능한 것이다. 결국 방법을 알지 못할 뿐 리디자인 프로세스를 파악한다면 예비 디자이너들 또한 디자인이 뛰어난 제품 개발이 가능한 것이다.

 

디자이너 개개인의 작품 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를 알리고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더욱 많은 사람들이 그린 디자인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 셈이다. 새로운 것을 디자인하는 교육도 필요하지만 리디자인 Process에 대한 교육 (또는 그린 디자인의 또 다른 방법론에 대한 교육)들이 이루어진다면 예비 디자이너들의 더욱 좋은 아이디어로 지구를 살리는 데에 더 큰 힘을 보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더욱 이슈가 되고 있는 환경문제는 디자인 분야에도 많은 영향을 가져다주고 있다. 제품, 시각, 패션, 건축, 전시 디자인 등 분야를 막론하고 전 세계에서 각 분야별 디자이너들 또한 그린디자인 (Green design)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활발히 하며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각 분야의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속한 디자인 분야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는 작업이 일시적인 활동이 아닌 지속적인 연구로 거듭해 나간다면 작은 실천들이 모여 지구의 온도를 낮추는 데에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환경문제는 디자이너들이 관심 있게 지켜보기만 할 문제가 아닌 디자이너라면 책임감을 가지고 당연히 고찰해야 할 문제임을 디자이너 모두가 잊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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