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상상력과 초부유층들의 욕망이 빚어낸 19편의 지옥도

 

에코북
신자유주의가 궁극적으로 꿈꾸는 세계는 어떤 모습일까? 그곳은 모두가 풍요로운, 차별과 배제가 없는 낙원일까? 과연 우정과 환대가 가득한 신세계일까? ‘자본주의, 그들만의 파라다이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가 낳은 어마어마한 사회적 불평등과 그로 인한 지리적 배제와 공간의 분리를 실감나게 보여준다. 베이징의 거대한 올림픽시설, 이란 사막에 세운 인공 오아시스 신도시, 두바이의 초고층 마천루와 인공섬 도시, 해상도시, 제주도 면적의 4배에 달하는 테드 터너의 사유지 등등 자본의 상상력이 어디까지인지, ‘구별 짓기’와 ‘안전’에 대한 초부유층들의 욕망의 끝은 어디인지를 탐구한다. 저자들은 그들의 삶의 모습에 대해 도덕적·윤리적 판단을 내리지 않고,부유층의 생활공간을 생생하게 묘사할 뿐이다.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도 경이와 경각심을 불러일으킬 만큼 충격적이다. 그를 통해 독자들이 현대세계를 다른 눈으로 볼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여행기 형식을 빌려서, 그곳 풍경들이 손에 잡힐 듯 생생하다.

 

부자들은 어떤 세계를 꿈꾸는가?

 

마이크 데이비스가 ‘슬럼, 지구를 뒤덮다’에서 신자유주의로 인해 황폐해진 인간의 삶을 묘사했다면, 이번에는 각 도시와 공간에 정통한 저자들과 함께 세계 초부유층들이 꿈꾸는 그들만의 유토피아를 살핀다. 두바이에는 노동자들은 들어갈 수 없는 화려한 초고층 건물과 개인 소유의 섬들이 가득하고, 홍콩과 콜롬비아 메데인, 니카라과 마나과 등에서는 높은 담장과 철통 같은 보안으로 유지되는 폐쇄형 주택단지 안에서 나머지 인류와양립할 수 없는 극단적인 소비문화를 추구한다. 테드 터너의 81만 헥타르의 사유지에서는 개인 소유의 들소 떼가 존재하고 토종물고기를 끌어들인다는 명목으로 독을 풀어 다른 물고기들을 몰살시키기도 한다. 마나과에서는 도로 위에서 차가 멈췄을 때 강도의 불의의 습격으로부터 부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로터리를 만든다. 세금을 피하기 위해 바다 위를 떠도는 도시의 기획 등은 인류 역사상 유례없이 부자들이 나머지 인류와 분리되려는 극단적인 현상으로,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낸 풍경이다. 두바이에서 요하네스버그까지 불평등과 배제를 기반으로 만들어지는 ‘악의 낙원들’이 다큐멘터리처럼 펼쳐진다.

 

유토피아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는 미군에게 정보를 준 대가로 현금과 무기를 지급받은 군벌들이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서 가난한 이들의 땅을 빼앗아 그들을 내쫓고 그곳에 엘리트들과 정치인, 사업가들을 위한 건물을 세운다. 두바이의 화려한 고층건물은 사막의 뜨거운 열기 속에서 2교대로 12시간씩 일주일에 6.5일을 일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피와 땀을 밟고서 세워진다. 이들은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다 체포돼 강제출국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두바이 언론은 그들의 열악한 노동조건, 저항에 대해서는 일언반구조차 없다. 베이징에서 치러진 올림픽의 영광 뒤에는 기반시설 건설을 위해 제대로 보상받지 못하고 쫓겨난 이들이 있고, 탐욕스러운 건축업자에게 체불임금을 받지 못해 고층건물에서 자살한 숱한 농민공들이 있다. 콜롬비아 메데인에서는 살인청부업자에서 마피아 두목으로, 대토지 소유주로,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들이, 만연한 폭력과 살인이라는 어두움을 감춘 채 코카인 신자유주의의 혜택을 입는다. 이 밖에도 사유화된 공유지로 인해 권리를 침해받은 케빈 힉스의 비참한 사연은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질주하는 모든 곳에서 예외 없이 존재한다. 이 책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내는 화려함에 감춰진 불평등과 배제의 지리학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 소개

 

지은이: 마이크 데이비스

 

저널리스트이자 에세이스트로 사회와 정치, 역사, 생태를 넘나들며 권력과 사회 계급에 관한 연구와 저술을 활발히 하고 있다. ‘뉴레프트리뷰’ 편집인으로 활동 중이며, ‘네이션’ 등 진보적인 잡지에 기고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미국의 꿈에 갇힌 사람들’, ‘슬럼, 지구를 뒤덮다’, ‘조류독감’, ‘제국에 반대하고 야만인을 예찬하다’ 등이 있다. 현재 어바인 캘리포니아 대학교 역사학 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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