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적 가치를 상품화시켜 환경산업 육성해야

전문가는 과학적인 지식 통한 정책방향 제시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환경에 관련된 이슈를 법학자가 논한다는 것은 ‘규제’라는 특성상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색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최봉석 교수가 말하는 환경과 녹색성장은 정치적 구호나 이슈가 아닌 과학적인 지식에 근거한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독일에서 환경법을 공부한 최 교수는 이론 뿐만 아니라 다양한 실무와 현장 중심의 경험을 통해 현실적인 해법을 제시하는 전문가로 꼽힌다. <편집자 주>

 

최봉석 교수 2
Q. 법학 가운데서 환경법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A.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할 때는 ‘환경법’이라는 과목 자체가 없었다. 1970년대 말~1980년대 초에 환경법이 국내에 도입됐는데 단 한 분 계시던 교수님이 돌아가시고 난 후 2개 대학에서 선택과목으로만 남았다. 지방자치법을 공부하고자 1990년대 독일에 갔는데 리우 선언 이후 지자체의 주된 테마가 ‘친환경적 모델을 시험하는 최초의 공간’이었으며 지자체를 공부하려면 환경법을 모르고서는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그때 환경법을 최초로 접하게 됐고 ‘환경이 이렇게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구나’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이후 한국에 들어와 교편을 잡았을 때도 당시 학교에는 환경법 과목이 없었다. 교과과정이 개편되면서 국내환경법, 국제환경법과 같은 과목이 생겨서 강의하고 공부를 하게 됐다. 환경법학회도 30년이 지났음에도 실질적인 활동을 하지 못하고 2000년대 초반에 환경 관련 담론이 제기되면서 활동이 조금씩 활발해지기 시작했다. 적어도 50대 이후 세대라면 환경법만 따로 공부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친한 선배가 법무법인에 있었는데 환경전문 기자들, 시민단체들과 함께 정부의 정책 컨설턴트 업무를 맡게 됐다. 주로 환경부 사람들과 함께 물, 에너지, 기후변화와 관련된 현장의 일을 하면서 환경에 더욱 접근하게 됐다. 학자 대부분이 책, 논문을 보고 이론적으로 이야기하는데 나는 정부의 정책적인 업무를 도와주면서 환경산업 기업가들을 만나 이야기하고 관련 법 사례를 모아 적용하는 연역적인 방식을 취했다.

 

Q. 독일 지자체의 환경 인식이 우리와 매우 다른 것 같다.

 

A. 1990년대 들어 선거를 치르면서 비로소 지방정부가 들어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정치적 지방자치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은 통일을 전후로 정치적 자치에 대해 정비되고 난 이후 지자체의 목적이 지역공간에서 주민 스스로 복리를 어떻게 구현시킬 것인가를 고민했다. 주민들의 수요, 복리, 지역적 한계 내에서의 실현 가능한 행복지수를 고민할 때 결국 깨끗한 환경, 쾌적한 여건 등에 부딪히게 됐다. 이전에는 분야별로 나눠 봤던 것을 환경이라는 커다란 테두리로 묶어서 보기 시작했다. 자연환경, 생활환경이라는 2가지 축을 중심으로 이를 연계하는 모든 기간망이 환경의 영역이 됐고 이를 아이템으로 실현하는 과정이 바로 민주주의적 과제가 됐으며 전문가의 참여가 지방자치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에 있는 것이 하는 관점이 있었다.

 

반면 한국은 지방자치를 시작하면서 하드웨어에 관한 이야기는 많았지만 아이템에 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 최초로 서울시가 ‘에너지 기본조례안’을 만들었더니 이후 ‘에너지기본법’을 만들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이전에는 화석에너지의 안정적 공급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제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으면서 에너지소비의 약자에 대한 배려까지 함께 생각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망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그것이 선례가 돼서 전국의 30여개 지자체의 에너지조례를 만드는 작업을 했다.

 

녹색성장기본법에도 그런 내용이 나오지만 ‘에너지의 문제가 기후변화 문제의 핵이다’라고 볼 수 있으며, 환경법의 핵을 에너지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현안과제라고는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Q. 시민단체에서 지역적인 활동을 하면서 지방정부의 협조가 아쉽다는 불만도 있다는데?

 

A. 우리나라 환경단체들의 출발은 국가의 공해정책에 대한 반대였다. 정책적 대안 제시보다는 위험방지에 대한 고발, 르포가 현안이었던 것 같다. 시민단체의 역할이 정부와 같이 일을 하면서 대안을 만들려면 자체적인 전문역량이 필요하며 구성원이 있어야 한다. 한국의 NGO가 2만개가 넘지만 그중에 자생적인 전문가기구를 갖추고 있고 재정적인 자립을 이룬 곳은 10여개에 불과하다. 그러다 보니 NGO가 사실상 전문운동가에 의한 프로젝트 수행기구가 된 것이 사실이다. 아무리 적은 인원이 있더라도 할 수 있는 역할인 캠페인, 반대 혹은 연대에 집중할 수밖에 없었다. 대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전문가 집단의 참여가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전문가 집단, 정부 영역, 환경운동가 영역이 제각각 따로 있었다. 전문가 집단들이 환경운동가들에게 협조하기는 하지만 사업 공조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웠다. 즉 NGO들이 요청하는 전문적인 사실이나 자료를 지원할 수는 있지만 같이 사업을 하기는 어려워 전문가들은 대부분 정부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전문가 집단이 정부와 함께 일을 한다고 반드시 찬성을 하기 때문에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아니다. 자문기구 안에도 찬성과 반대로 나뉘며 더욱 환경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 참여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 환경운동단체 입장에서 반대하게 되면 정부 정책에 반하는, 소위 ‘칼을 세우는 꼴’이 되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환경단체들과 함께 일을 하는 사람들은 마치 ‘반정부 인사’ 취급을 받거나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는 모습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아울러 기본적으로 환경운동을 하는 NGO들이 개방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특정 환경집단에 대해 NGO가 반대 견해를 밝힐 때 ‘전문적인 심사, 진단을 했던가’에 대해서는 거리가 좀 있다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4대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는데 ‘노코멘트’가 기본 입장인 것이 수질은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4대강에 대해서 어떤 교수가 반대하더라’ 하면 사람들은 그 교수의 전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교수가 이야기했다고 하니까 뭔가 근거가 있겠구나’ 생각하지만 그 분야에 대한 과학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나는 주장을 내세우지 않는다. 그래서 침묵하면 침묵한다고 또 욕을 먹고 예전에 자신들의 주장에 동조했으면서도 왜 지금은 아니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그로 인해 ‘회색’이라거나 ‘무슨 떡고물을 얻으려 하느냐’라는 이야기를 들으면 솔직히 가슴이 아프다. 운동가적 시각으로 전문가를 바라보는 것도 문제가 있으며 정부도 마찬가지로 어떤 사안에 대해 정책에 반대했다고 해서 ‘반정부’로 낙인을 찍는 것도 문제다.

 

Q. 환경부가 지금까지의 규제 일변도에서 환경산업 육성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환경법 자체가 리스크법이다. 어떤 분야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환경적인 리스크는 없는 것이 좋은 것이지만 진입하기 위해서는 이를 최소화 하거나 없애기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을 미리 정하는 진입장벽이 되는 것이다. 즉 인허가의 총본산이 바로 환경법이다. 1980~1990년대까지만 해도 규제법이기 때문에 기업과 정반대의 대척점에서 싸웠으며 최근 4~5년 전까지만 해도 규제완화와 관련된 논의에서도 환경법만은 예외로 쳤다.

 

그런데 1980년대 독일과 영국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환경이 돈이 된다’는 것이다. 기업가와 등을 돌리고 싸우는 것이 아니라 같이 하는 것, 다시 말해 가장 보호하고 싶은 것에 가치를 부여하고 여기에 규정을 만들어서 가장 높은 곳에 떡고물로 던져놓고 이것을 달성하면 다른 무언가를 주겠다, 이런 환경산업부양정책을 펼친 것이다. 그러나 당시에는 일반 소비자와 국민들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높지 못했다. 다시 말해 친환경상품이 반환경상품보다 비싸야 할 이유를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런데 조금씩 인식이 바뀌면서 친환경농산물이 일반농산물보다 양도 적고 사람 손도 더 많이 거쳤음에도 자산가들부터 이를 구입하기 시작했다. 국민의 기호와 관심, 사회 보편적인 인식의 변화와 함께 환경이 하나의 상품화되기 시작했다. 예전에 환경과 기업이 대척점에 서 있었다면 이제는 대부분의 나라가 최고의 환경적 가치를 시장가격가치로 일치시켜서 상품화에 성공했다.

 

그리고 환경적 가치의 상품화가 어렵다면 이에 관해 법을 만드는 방법을 취했다. 인허가 제도가 아니라 특정 분야의 사업을 하려면 필수적으로 환경산업체를 거쳐야 할 일을 법으로 규정한 것이다. 예를 들어 배에 균형을 맞추기 위해 물을 채우는 작업이 있는데, 2012년부터는 이 물에 정화시스템을 갖출 것을 필수적인 사항으로 규정하는 국제협약이 체결됐다. 그리고 환경산업체의 기술에 대한 인증을 해줬고 기술을 가진 환경산업은 대박이 난 것이다. 5년 전만 해도 자본금 500만원으로 시작한 회사가 매출액 1조가 넘는 거대기업으로 거듭나는, 소위 말하는 ‘대박’이 터진 것이다. 이처럼 ‘블루오션’을 창출시키고 이를 시장과 연결하거나 소비자의 기호 변화로 새로운 산업이 출현하는 것이 진정한 녹색성장이다.

 

요즘 ‘스마트’라는 단어가 많이 나오는데 사실 이 단어는 ‘복합적’이라는 뜻이다. 여러 가지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환경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스마트가 ‘그린’이 아니라 ‘그린 컬러’가 될 수 있다. 해석만 잘하면 모두 스마트가 된다. 새로운 신성장 친환경사업 분야에 대해 산업영역을 개척해야 하는데 옛날 산업분야, 옛날 기술에 스마트를 덧씌워서 ‘그린’의 옷을 입히는 것은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효과적이지 못한 것 같다.

 

Q. 환경을 팔아서 장사한다는 비아냥이 나오는데?

 

A. 전체 에너지 공급 가운데 신재생에너지는 2% 내외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신재생에너지가 폐기물 분야에서 나온다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태양광,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극히 미미하다. 또한 높은 비용 때문에 투자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정부의 지원 없이는 자본회수가 불가능한 사업이다. 특히 우리는 적어도 충청도 이남 외에는 태양광 효율이 나오지 않고 풍력은 삼면이 바다라고 하지만 산지가 많아 와류현상 때문에 고장이 잦으며 원천기술이 없어 이를 수리하기 위해서 2~3년을 허비해야 한다. 대관령과 영덕 등을 제외하면 생산성이 부족해 상징적 효과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이제는 우리가 이 분야에 투자할 여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과연 투자할 가치가 있을 것인가’에 대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현 정부의 R&D 분야 투자는 미래 에너지인 수소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Q. 폐자원의 에너지는 어떻게 보는가?

 

A. 사실 쓰레기 정책의 가장 우선은 ‘줄이는 것’이다. 줄일 수 있는 만큼 줄이고 이를 재활용하고 이것도 안되면 처분해야 한다. 마지막 처분과정에서 단순 매립, 소각할 것인가 아니면 또 뽑아낼 것인가 하는 문제가 있는데, 대부분 국가가 앞으로 원천매립금지로 가게 되고 해양투기가 금지된다면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 가장 우선이다. 독일의 사례를 들자면 열효율이 높은 물질은 소각장에서 구입하고 나머지 태울 수 있는 것은 모조리 태운다. 소각 과정에서 나오는 CO₂를 비롯한 가스는 흡착시설을 통해 모두 처리하고 남은 재는 정화시스템을 통해 소독해 보도블록, 시멘트로 활용한다. 결국 쓰레기 투입은 있는데 남은 쓰레기는 하나도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우리도 그 정책을 따라가야 한다. 요즘 많이 이야기하는 바이오매스, RDF에 관해 착각하게 되면 이것이 새로운 에너지라고 생각하고 본말이 전도되는 경우가 생긴다. 마치 유럽에서 옥수수와 밀을 바이오매스에 모조리 사용하는 바람에 식량가격을 폭등시키는 것 같은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쓰레기의 처리가 아닌 에너지에 방점을 찍는 순간 순서가 뒤바뀌게 된다.

 

우리나라도 녹색법에서 ‘폐기물의 에너지화를 촉진하고’ 이런 말이 나오니까 환경부에서 폐기물에너지화법을 만들고 농식품부, 산림청 등에서 준비하고 있지만 그게 아니다. 일례로 일부 발전소에서 연료로 사용하고 있는 RDF가 모자라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는데 관련 법이 없어서 에너지가 아닌 폐기물로 수입하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것은 정작 우리나라 폐기물도 에너지화 하지 못하면서 다른 나라에서 폐기물을 수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야자껍데기 수입을 추진한 적이 있는데 화력이 안정적이지 못해 지금 시설로는 고장만 일으킬 뿐이다. 녹색성장에서는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밀한 판단과 전문가 의견이 있어야지 어느 날 갑자기 국무회의에서 정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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