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계 반발은 기업 이익 축소 때문

단계적인 전기요금의 현실화 필요

 

조용성 교수.
▲고려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조용성 교수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산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당초 2013년 1월에 도입하겠다던 정부마저 주춤거리는 모양새다. 산업계의 주장 가운데 하나는 전기요금 현실화 없이는 배출권거래제 도입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조용성 교수를 만나 국제기후변화 협상 동향과 배출권거래제 도입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 주>

 

Q.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해 국제협상동향은 어떠한가

 

A. 지난해 12월 칸쿤에서 열린 COP(기후변화당사국총회)16을 보면 갈수록 이벤트로 전락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COP 총회가 초기에는 지금처럼 서로 유치를 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거나 하지 않았다. 또한 EU 대신 미국이 기후변화협상의 중심에 서면서 15차와 16차 총회에서는 손에 잡히는 결과를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미국과 중국이 두 개의 축을 이루면서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헤게모니가 이동했고, 그 결과 구속력 없이 자발적으로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바뀌고 있다.

 

Q.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대응은 어떠한가

 

A. 당초 BAU 대비 30%라는 상대적 감축과 2005년 대비 4%라는 절대적 감축을 함께 목표로 내세웠는데 언제부터인가 슬그머니 2005년 대비 4% 감축 목표가 사라지고 있다. BAU 대비 감축안은 성장목표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기 때문에 시간이 지나면서 빠져나갈 여지를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에너지 자급률이 3%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앞으로 전기료 인상과 함께 총수요를 관리를 통해 에너지를 절약할 수밖에 없다.

 

Q.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배출권거래제와 관련 산업계의 반발이 거센데

 

A. 산업계 반발의 근본적인 원인은 목표관리제보다 배출권거래제도 하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부담이 더 클 것이라는 인식을 밑바탕으로 하고 있다. 따라서 동일한 온실가스감축목표를 갖고 있다고 가정하면, 산업계 입장에서 시장메커니즘으로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 결국 배출권거래제 도입의 반대 이유는 환경부가 주도하는 배출권거래제도 하에서는 산업계가 부담해야 할 온실가스 감축목표량(CAP)이 지식경제부와 협의에 의해 결정될 목표관리제의 의무감축량보다 클 것이라는 우려이자 오해가 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만약 산업계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의지가 있고 또 새로운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에 대한 의지가 있다면 배출권거래제 도입을 그렇게까지 반대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외견상으로는 산업경쟁력, 국가경쟁력 등을 걱정하지만 실제적으로는 산업계 반발의 근본 이유는 기업의 이익이 축소되는 것에 대한 우려로 보인다.

 

이강오 (331).
▲조 교수는 미국 주도의 국제기후변화 협상으로 구속력 없는 감축안으로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Q. 발전사의 탄소감축 압력은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A. 배출권거래제도가 아니라도 이미 발전사의 경우 유가상승, RPS(신재생에너지 의무할당제) 등으로 인해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도 도입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은 단순히 또 다른 인상 요인의 추가에 그치는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장기적 측면에서 볼 때 전력 피크(PEAK) 문제, 전기를 난방으로 이용하는 비효율적인 행동 그리고 원자력 발전소 추가 건설의 어려움 등을 고려하면 전기요금의 현실화는 매우 중요한 이슈이다. 따라서 배출권거래제도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단계적으로 일정부분 전기요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

 

한편으로 ‘과거처럼 낮은 전기요금이 과연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어느 정도 물가 인상은 감수하면서, 이로 인해 어려움에 처하게 될 저소득층과 사회취약계층에게 가격 인상으로 생기는 수익의 일부를 이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산업계에서 경쟁력을 이야기하고 있는데, 지금까지 일반가정의 높은 전기요금과 산업계의 낮은 전기요금을 통해 교차지원했던 것이 사실이다. 지금 산업계가 받고 있는 혜택은 일반 국민들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 앞으로 산업계의 역할이 중요하며, 탄소 절감에 대한 보다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

 

Q. 정부안에서 제시한 유상할당으로 가는 기간이 너무 짧다는 지적이 있다

 

A. 유상할당과 관련해서 경매를 통해 거둬들인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그리고 유상할당과 무상할당 비율을 어떤 비율로 가져갈 것인지가 더 중요하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무상할당을 선호하지만 EU-ETS(유럽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사례에서도 나타나듯이 경매를 통한 유상할당이 추세이므로, 유상할당을 받아 들이는 대신 무상할당과 유상할당 비율을 어떻게 단계적으로 변화시켜갈 것인지 그리고 경매를 통해 적립된 기금의 활용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일각에서는 할당량 배분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며 이 과정이 부족하거나 생략되면 거센 저항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A. 이 역시 배출권거래제도만의 문제가 아니고 목표관리제 역시 동일한 합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정부 입장에서는 너무 서두르지 말고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한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며, 산업계 역시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긍정적이면서도 건설적인 대안의 제시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목표관리제를 징검다리로 한 배출권거래제도로의 정책 진화가 필요하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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