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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BS 의정서 타결로 국제 경쟁 심화

유용성 검증된 생물자원 우선 발굴

 

2010년 10월 일본의 나고야에서 열린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에서는 유전자원에 대한 접근 및 이로부터 창출되는 이익의 공정하고 공평한 공유(ABS)에 관한 의정서가 타결됐다. 이로써 이용가치가 높은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자국의 생물자원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이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생물자원은 유전자원으로서의 잠재적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살아있는 생물자원은 그 이용의 측면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다. 지구 상에서 사라져가는 생물종을 복원하려면 온전히 살아있는 생명체가 필요하며, 생물산업의 소재로 이용하기 위해서도 재배와 배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최근 기후변화와 같은 급격한 환경변화는 지구 상의 생물 다양성을 위협하고 있어 생물종 보존과 복원에 대한 국가적 노력이 증대되고 있다. 일본 환경부와 국립환경성은 환경오염으로 점차 사라져가는 차축조류를 정책적으로 조사‧확보해 멸종위기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차축조류는 육상식물로 진화하는 과정에서 초기에 분화한 조상형으로 주로 논이나 얕은 개울에 자라고 있어 농약과 같은 오염원에 매우 취약하다. 일본은 IUCN의 멸종위기종 분류기준에 따라 116종의 조류(藻類)를 멸종위기종으로 관리하고 있다. 이 중 5종은 완전히 절멸(Extinct)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1종은 야생절멸종(Extinct in the Wild)으로 국립환경성의 배양센터에서만 볼 수 있게 됐다.

 

국립환경성 배양센터는 멸종위기에 처한 차축조류와 담수산 홍조류 316 균주(strain)를 관리하고 있어 세계 제일의 조류 멸종위기종 서식지 외 보존기관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해조류 1종만이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됐고, 차축조류와 같은 일부 분류군은 멸종위기종으로의 관리 여부에 대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울 정도로 여건이 열악한 상황이다.

 

살아있는 생물자원은 다양한 산업분야의 원천소재로서도 중요하다. 환경오염이 없는 차세대 바이오연료의 소재로 각광 받는 조류(藻類)나 최근 구제역으로 인해 많은 가축들이 매몰되고 있는 현장에서 사체의 분해를 촉진하기 위해 살포하고 있는 미생물 제재와 같이 생물자원을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유용성이 검증된 생물자원을 발굴해내야 하며, 이들을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특히 세균은 지구 상에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종의 1% 정도만이 배양할 수 있고 대부분은 배양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난배양성 생물의 발굴과 배양은 잠재적 활용과 희소가치가 높은 생물자원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이렇게 유용한 살아있는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미국, 일본 및 유럽의 각 선진국은 오래전부터 배양센터를 국가적으로 운영하고 지원해왔다. 미국의 ATCC, 일본의 BRC, 독일의 DSMZ는 대표적인 미생물 배양센터로 자국의 생물자원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생물자원 배양체를 확보해 산업체에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일부 정부출연연구소와 대학에서 배양센터를 유지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외국의 주요 배양센터에 비해 영세한 상황이다. 특히 대학의 배양센터들은 재정과 공간의 문제로 오랜 기간에 걸쳐 확보한 배양체들을 계속 유지하기에 힘든 실정에 놓여있다. 따라서 이용가치가 높은 살아있는 생물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정부는 국가 생물주권확보를 위해 2007년 국립생물자원관을 설립함과 동시에 국가생물주권비전선포식을 발표했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생물다양성협약의 3대 목적인 생물다양성 보전, 생물의 지속가능한 이용, 이로부터 창출되는 이익의 공정한 공유를 실행하는 기관으로서 2020년까지 한반도에 사는 모든 생물종을 밝혀내고 생물주권의 조기 확립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사라져가는 국가 생물자원의 복원과 생물산업 공여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국립생물자원관내 국가생물자원배양센터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선진국의 앞선 투자에 비해 매우 뒤늦은 것이 사실이다. ABS에 관한 나고야의정서의 극적 타결로 국내외에서 확보한 배양체의 체계적 관리와 자국 내 미발굴 생물종의 배양체 확보가 시급해진 현실에서 정부의 관심과 지원이야말로 ABS에 대응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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