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33주년을 맞는 국토연구원은 미래의 新국토 가치를 창조하고 세계로 도약하는 국토정책 연구의 Think Tank를 비전으로 삼아 국토정책개발 관련 연구를 종합적으로 수행함으로써 국토발전, 경제성장, 삶의 질 향상에 매진해 왔다. 이에 녹색성장 시대 국토발전에 힘쓰고 있는 국토연구원 박양호 원장을 만나 국토관리정책의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자연은 방치하면 황폐화, 개조하면 환경보전

산·강은 관조적 대상 아닌 친수문화의 거점

 

박양호
Q. 21세기 새로운 국토의 발전 상은 어떤 것인가?

 

A. 지난 60년간 한국은 농업국가에서 산업국가로, 교통과 물류체계의 비약적 발전과 함께 해양개발 및 해양환경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확대 등의 놀라운 변화가 이뤄졌다. 이러한 국토개발 방향이 이제는 전 지구적 관심사인 환경보호와 성장을 함께 이루는 녹색성장에 대한 국민적 노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Q. 도산 안창호 선생의 ‘강산 개조론’을 실현해야 한다고 했는데 강산개조론의 핵심은 무엇인가.

 

1919년에 ‘강산개조론’을 주창하신 도산 안창호 선생은 “만일 산과 물을 개조하지 않고 그대로 자연에 맡겨두면 산에는 나무가 없어지고 강에는 물이 마른다. 그러다가 하루아침에 큰 비가 오면 산에는 사태가 나고 강에는 홍수가 넘쳐서 그 강산을 헐고 묻는다. 그 강산이 황폐함에 따라 그 민족도 약해진다”고 역설했다. 또한 강과 산을 개조하는 일이 국민의 행복과 관련되며 나아가 산업과 과학발달에도 관계가 있다고 했다.

 

자연에 그대로 맡겨만 둔다면 산과 강은 황폐화 된다. 자연은 방치하는게 아니라 기후적 변화나 상황에 따라 개조해 환경도 보전하고 국민 생활도 윤택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 4대강살리기사업과 강산개조론은 같은 맥락이며 4대강살리기의 4박자 하모니를 구성하는 치수(治水), 수질(水質), 친수(親水), 생태(生態)를 완성시키는 것이 강산개조론이다.

 

Q. 앞서 말한 국토재생과 4대강 살리기가 어떤 연관이 있는가?

 

A. 전 세계가 물 확보 전쟁에 돌입했다. 경제위기 이후 세계를 움직일 주요 자원을 예측했을 때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물이다. 세계는 지금 물을 ‘21세기 새로운 황금(New Gold)’이라고 정의 내리고 있다. 새로운 황금인 물을 담는 그릇이 바로 강인데 강을 강답게 살리는 사업이 바로 4대강 사업이다. 그러나 지난 5~6년간 홍수피해, 홍수방재사업에 연평균 7조원이 투입됐다. 10여년 전부터 국토계획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바로 ‘수해상습지구’라는 말이다. 그만큼 수해와 복구가 반복됐다는 말이다. 수해로부터 안전한 강을 만들기 위해 기획조정실장 시절부터 강을 종합적으로 정비하는 계획을 건의했지만 워낙 근본적이고 규모가 큰 사업이라 반영되지 못하고 매년 땜질하는 식의 사후처방에 그쳤다. 4대강 사업은 오래전부터 문제 제기됐던 홍수와 가뭄의 사전 예방 및 근원적 요인 해결이라는 차원에서 시작된 것이다.

 

그린국토포럼

▲박 원장은 자연을 기후적 변화나 상황에 따라 개조해 환경도 보전하고 국민 생활도 윤택하게 하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사진=국토연구원>


Q. ‘강산개조론’과 ‘4대강살리기사업’의 연관성에 대해.

 

치수로 인해 기후변화에 안전한 국토가 구축될 것이며 홍수조절 능력이 대폭 확충돼 일정한 빈도로 나타나는 큰 홍수에도 대비할 수 있다. 수질효과에서도 첨단 IT와 연계한 스마트 수질관리 시스템 등으로 좋은 물의 비율이 현재 76%에서 2012년에 86%로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맑은 물이 사시사철 풍부하게 흐르는 강으로 변모될 것이다. 생태적으로도 더욱 풍요로워져 강에 서식하는 생물종도 증가해 생명체가 숨 쉬는 강으로 거듭날 것이다. 또한 친수 기능으로 건강·여가·산책·자전거 타기·수영 등 레포츠·관광문화 등이 활성화 돼 지역경제 발전에도 도움을 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10년에 한번씩 큰 홍수가 발생한다. 강은 홍수에 취약하고 오염이 많이 돼 있다. 국민소득 증대로 수상레저·문화활동 수요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으나 친수공간도 부족하며 강의 경관이 주변과 조화되지 못하고 있다. 강 살리기를 통해 강의 5수(水) 기능인 이수(利水), 치수(治水), 풍수(豊水), 청수(淸水), 친수(親水)를 확보해야 한다. 강을 강답게 살려 맑은 물이 풍부하게 흐르게 하고 환경과 생명을 살려야 한다. 주민의 휴식과 여가·레저를 위한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기후변화에 의해 가중되는 홍수·가뭄 등 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홍수위험이 높거나 환경, 생태 등이 훼손된 강의 살리기를 통해 강의 본래 모습을 회복하는 동시에 주민의 삶의 질과 국토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아울러 4대강살리기사업을 녹색성장사업과도 긴밀히 통합해 추진하면 녹색산업육성과 녹색일자리 창출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강을 활용해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할 수 있다.

 

한국경제60년

▲박 원장은 한국의 환경문제는 단순한 보건위생 차원에서 출발했으나 이후 헐벗은 산을 푸

르게 녹화시켜 국토를 건강하게 회복시켜 왔다고 평가했다. <사진=국토연구원>


Q. 친수공간 개발에서 각 지역 주민들의 요구가 많아져 난개발이 우려되는데.

 

산과 강은 보는 즐거움에 국한되는 관조적 대상이 아니다. 산에 집도 짓고, 테크노폴리스도 만들어야 한다. 유럽은 산에 성도 짓고 있다. 예전에 시애틀에 출장을 간 적이 있었는데 가족이 맑은 물에서 수영하며 강수욕을 즐기는 광경을 보고 놀랐다. 이처럼 우리나라도 앞으로 치수에 친수라는 개념을 더해야 한다. 또한 개발행위로 인해 나타나는 자연적 물순환 시스템의 왜곡 및 비점오염물질 유출을 근원적으로 저감하기 위한 방법인 저영향개발(Low Impact Development:LID)을 국토개발에 적용해야 한다. 또한 지역별로 치밀하고 정밀한 계획으로 난개발 방지 시민단체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며 4대강 이후 유지관리가 잘되면 난개발도 방지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마구잡이로 친수공간을 개발한다는 것은 아니다. 생명이 살아숨쉬는 물과 인간이 함께 어울린다는 것이지 인공구조물로 가득채워 자연을 파괴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자연은 인간의 삶을 바꿀 수 있다. 앞으로 고령화 시대를 맞아 좀 더 여유롭고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서라도 자연이 인간의 곁에 좀 더 다가설 수 있도록 치유하고 보듬어 안을 필요가 있다.

 

월드뱅크

▲국토연구원은 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에 이르기까지 국제협력과 지원사업을 꾸준히 수행하고 있다.

<사진=국토연구원>


Q. 4대강살리기사업의 홍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정부는 다양한 홍보를 하고 있다. 경부고속도로, 인천국제공항, 고속철도 등 국책사업은 과거 초기 구상과 건설 과정에서 많은 논란과 갈등이 있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이들 인프라가 없는 국토를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중요한 국가적 자산이 됐으며 경제발전과 국민생활 향상을 견인하는 초석이 되고 있다. 정부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반대론자들을 설득한 결과다. 독일의 경우 하천정비사업에 대한 반대가 많았지만 완료 후 만족도가 95%까지 상승한 사례가 있다.

 

반대론자들을 끊임없이 설득하고 미비한 점들은 보완해 나갈 것이다. 국책사업에 대한 일부의 반대를 슬기롭게 극복하고 국민적 설득을 통해 사업을 추진함으로써 국민 삶의 질 업그레이드, 경제성장, 일자리 창출 및 국민복지기반 구축이라는 시너지효과를 성취할 수 있다. 4대강살리기사업 관련 이해당사자와의 소통 채널을 구축하고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해 쌍방향의 설득 노력을 최대화하면 상호 공감하고 사업의 타당성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반대 의견을 막무가내로 무시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일종의 정반합(正反合)이라고 이해할 수 있는데, 정부가 발표하는 계획에 대한 반대의견까지 함께 포용해 더욱 발전되고 발전된 안을 만들고 있다. 반대의견이라도 타당성이 있으면 이를 계획에 반영하고 이해관계자들의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

 

Q. 새만금간척지 사업의 비전은 무엇인가.

 

국제적 자본의 흐름에 따라 녹색도시 경쟁이 활발해지고 있다. 이에 새만금을 세계적 트렌드 녹색시범기지로 만들자는 의견이 많다. 새만금은 ‘HGGW+알파’를 통해 Human(인간중심의 도시건축 기법 도입), Green(기후변화에 대응한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기반 마련, Global(세계인의 자유로운 교류와 융합적 활동 여건 마련, Water(수변가치의 극대화 및 공유기법 도입)와 알파(한국 전통과 사상을 디자인에 투입)를 모두 아우르는 새로운 녹색문명 창조공간으로 새롭게 태어날 것이다.

 

지역경제와 연계한 국토재생을 위해 도시불량주거지 정비사업, 농산어촌 취락지역 정비사업, 노후 교통시설 기능고도화 사업과 KTX 역세권 개발, 노후 산업단지 재생사업, 노후관광지 재생사업, 노후 교육·의료·상업시설 선진화 등을 통해 녹색성장과 접목된 지역경제 활성화로 이어지게 된다. 또한 주거복지 실현을 위해 보금자리주택의 지속적 추진과 수요자 맞춤형 주택공급의 활성화, 도시재생을 통한 주거복지 기반 조성, 저출산 맞춤형 주거복지, 공공과 민간 주택시장의 상생발전 기반을 마련한다.

 

박원장

▲박 원장은 새만금이 ‘HGGW+알파’를 통해 Human, Green, Global, Water를 아우르는 새로운 녹색

문명 창조공간으로 태어날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진=국토연구원>


Q. 국토연구원이 최근 개소한 글로벌개발협력(GDP)센터의 역할과 기능은 무엇인가.

 

국토연구원은 국토개발 분야의 G20 개발의제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글로벌개발협력센터(GDP)’를 개소했다. 국내외 전문가로 교육연수팀, 계획·컨설팅팀, GDP네트워크팀 등 3개 팀이 조직됐다. GDP는 국토개발의 경험과 노하우 전수를 위한 교육·연수를 실시한다. 고속도로건설, 대규모산업단지 개발, 도시개발, 토지 및 주택개발, 고속철도와 전철건설, ITS, 국제공한과 항만 개발, 수자원 개발, 관광문화단지 개발과 친환경 녹색성장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교육·연수는 진행된다. 또한 국토종합계획, 지역계획, 도시계획 등 각종 공간개발계획을 수립하며 국토·토지·주택정책, 국토 및 지역계획, 도시계획, 녹색성장 등 국토개발 관련 정책·계획 수립 및 개발협력 사업수행에 관한 컨설팅을 수행한다. 아울러 개발도상국가의 발전은 물론 세계 균형발전과 지속가능한 개발에 주력할 것이다. 추후 지속적으로 세계은행 등 국제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개도국 연수를 전략적으로 수행하고, 특히 G20 서울 정상회의에서 채택된 ‘개발의제’ 실천을 위한 노력도 적극 전개해 나갈 것이다.

 

<대담 김경태 차장, 정리 이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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