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 복선화 사업, 서울~영주 1시간 10분

철도운영자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거듭나야

 

장윤석증명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장윤석 의원
1899년 노량진에서 제물포를 잇는 경인선 개통으로 시작해 올해로 112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한국 철도가 ‘철도 르네상스’를 위한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철도는 지난 1960년대 말까지만 해도 국가 교통과 물류의 중추로 기능하며 70~80년대 고도성장의 바탕이 되었다. 그러나 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을 계기로 교통정책의 중심축이 도로로 옮겨진 이후 40년 가까이 침체기에 접어들었던 게 사실이다. 철도 침체의 단적인 예가, 지난 20년간 도로는 3,884km이 신설되었으나 철도는 고작 287km 연장되는 데 그친 점이다. 도로에 비해 속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비용은 더 많이 들어 철도 이용을 기피하는 현상도 나타났다.

 

그랬던 철도가 ‘저탄소 녹색성장’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면서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조명 받고 있는 것이다. 일본과 중국, 미국과 유럽 등이 경쟁적으로 대규모 고속철도망 구축에 나선 것도 이러한 시대의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철도를 ‘저탄소 녹색성장’의 핵심 대안으로 삼고 ‘철도 중시’ 정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 해 9월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KTX망을 통해 전국을 1시간 30분대로 연결하는 ‘미래 녹색국토 구현을 위한 고속철도망 구축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금년 1월에는 오는 2020년까지 72조원을 투자하여 총 4,955km의 철도망 확충, 기존 간선철도의 고속전철화 등을 요지로 하는 ‘국가기간교통망계획 제2차 수정계획’도 발표되었다. 정부의 이와 같은 철도중시 정책은 ‘철도 르네상스’를 꽃피워 대한민국을 한 단계 더 도약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21세기의 메가 트렌드인 ‘철도 르네상스’는 이미 우리 일상생활 속에서도 시작되고 있다. 지난해 연말 이뤄진 경부고속철도 2단계 구간 개통, 경춘선 복선전철 개통, 인천국제공항철도 2단계 구간 개통 등은 국민 실생활에 직접적이고 획기적인 변화를 낳고 있다. 갈수록 고속화·첨단화 되어가는 새 시대의 철도는 과거 산업화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지역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한 의미에서 ‘철도 르네상스’의 개막으로 지역발전에 대한 기대가 각별한 가운데, 이미 새로운 도약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대표적인 곳이 바로 필자의 고향이자 지역구인 경북 영주시이다.

 

잘 알려진 대로 영주는 중앙선, 영동선, 경북선이 십자 교차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로 직원수가 1500명에 달하는 한국철도공사 경북본부도 두고 있다. 12만 인구의 3분의 1이 철도와 직간접적으로 인연을 맺고 살고 있어 철도와는 뗄려야 뗄 수 없는 지역이 또한 영주다. 1942년 우리나라 5대 간선철도의 하나인 중앙선 개통과 함께 시작한 영주 철도의 역사는 1962년, 산업화 시절 석탄 수송의 젖줄이 된 영동선(영암선)이 개통된 데 이어 1966년에 중앙선과 경부선을 잇는 경북선이 뚫리면서 절정에 이르렀다.

 

철도가 성장을 거듭하면서 영주에는 사람이 모이고 돈이 흐르기 시작했다. 농업 이외에는 이렇다 할 기반산업이 없던 인근도시들과 달리, 영주는 명실상부한 ‘철도 도시’로 발돋움 할 수 있었다. 마침내 1974년 ‘영주지방철도청’ 시대가 개막되기에 이르렀는데, 그해 영주 인구는 역대 최대인 17만 5천명에 달해 철도와 함께 발전한 도시로서의 영광을 한껏 뽐낼 수 있었다.

 

그러나 1970년대 들어 국가 교통정책의 중심이 도로로 옮겨가고, 석탄에 대한 의존도마저 줄어들면서 철도산업의 침체가 시작되었다. 지속적인 인구 감소로 영주 발전에도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2000년대 들어 촉발된 ‘철도 민영화’ 논란은 영주 철도의 위축을 가속화시킨 계기가 됐다. 철도청이 공사체제로 전환되면서 25년간 유지되어 오던 ‘영주지방철도청’이 ‘철도청 영주지역사무소’로 축소되었고, 공사 전환 후에 조직과 위상이 거듭 축소, 격하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06년 지사체제 개편에서 영주철도는 경북북부지사로 개편되면서 ‘영주’라는 지역명 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이처럼 위상과 조직이 연이어 축소되던 ‘영주 철도’는 2009년 경북북부지사에서 경북본부로 승격되면서 비로소 전환점을 맞이했다. 경북본부로 승격된 직후 철도 도시 영주의 중흥을 알리는 낭보가 잇따랐다. 그 가운데 단연 톱뉴스는 정부가 ‘중앙선 복선전철고속화’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키로 결정한 것이었다. 3조 5000억원의 국비가 투입될 예정인 중앙선 철도 복선화 사업이 마무리 되는 2018년이면, 서울에서 영주까지 운행시간이 1시간 10분대로 단축되어 영주는 서울의 이웃 도시가 된다. 중앙선 복선전철화 결정으로 지역발전에 대한 영주 시민들의 기대와 자신감도 한껏 높아지고 있다. 1974년 이래 줄곧 감소해 오던 인구가 2010년에는 617명이나 늘어났다. 36년만의 인구 증가는 ‘철도 르네상스’가 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하겠다.

 

국가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는 새 시대의 철도는 지난 시절과는 달라야 한다. 산업화 시대의 철도는 지역과 주민들에게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게 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1등 철도, 국민과 함께하는 ‘사랑받는 철도’가 되기 위해서는 ‘운영자’ 중심이 아닌 ‘이용자’ 중심으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정책을 입안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단히 지역과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자세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지역과 주민들로부터 사랑받으면서 지역발전과 함께 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철도가 가능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112년 역사에 빛나는 한국 철도가 지역과 함께 하면서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 대한민국 발전의 기관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기를 믿고 또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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