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이 있는 논의보다 시간단축에만 치중해

인센티브 통한 친환경적 개발 유도해야

 

이문형 회장.
▲(사)한국환경영향평가협회 이문형 회장
환경영향평가 도입 30년, 그동안 환경영향평가는 개발의 면죄부와 개발의 걸림돌이라는 상반된 비난을 동시에 받았다. 그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 대행자들은 분리발주를 계기로 평가대행비의 현실화는 물론 질적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을 듣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아직도 갑과 을 관계라는 한계 때문에 환경보다는 사업자의 편의를 봐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대담·김익수 편집장, 정리·김경태 기자>

 

Q. 환경영향평가가 도입된 지 30년이 지나면서 중요한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A. 어려운 이야기다. 4대강 사업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신뢰성에 대해 문제시되고 있다. 국민들의 불신이 심화되고 국가적 대형 사업이 기간을 정해놓고 단시일 내에 추진되다 보니, 여러 문제들이 도출되는 것 같다. 협회 나름대로 내부 교육을 통해 녹색성장이나 환경의 개념을 새로이 도입하고 있지만 환경영향평가 대행기관만의 문제가 아니라 사업자들의 인식, 환경부의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 환경부 자체도 국가적인 목표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보니 시간을 지연시킨다거나 사업자에게 무리한 것을 요구하는 것도 어렵고 사업 시행 자체에 대해 따진다는 것은 엄두도 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과거에는 환경영향평가라는 것이 시간을 두고 충분히 논의하게 하고 논의과정에서 문제점을 도출해 지역 주민, 환경단체, 사업자, 전문가들이 함께 심도 깊게 검토하면서 합의하는 과정이었는데, 요즈음은 시간 단축에만 매달리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협의과정에서 시간을 끌면 담당 공무원의 인사고과에 반영해 패널티를 받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협의를 끝낼 수밖에 없어, 환경영향평가의 합의라는 기능이 매우 약화됐다.

 

Q.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를 둘러싼 상황에 대해 진단한다면?

 

A. 환경영향평가업계는 신규 건설시장 및 민간사업의 축소로 2009년에 비해 발주사업이 감소하고 주택경기 위축에 따른 건설시장의 경영수지 악화 및 4대강 사업 지속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축소되고 있다.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4대강 사업 환경평가의 생태계 조사 부실 논란으로 평가제도의 신뢰성이 떨어지고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되는 경향이다. 법종 보호종의 누락으로 조사의 전문성 및 보고서의 부실문제가 제기돼 생태계 조사업이 필요하다는 제도 개선안이 논의되고 있는 실정이다.

 

4대강 같은 경우에도 국민들이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이해를 구하고 진행해도 될 텐데 왜 일방적인 절차를 밟느냐, 국가가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환경영향평가뿐 아니라 사업 자체를 너무 일방적으로 추진한다는 것 아니냐, 그런 불만이 가장 큰 것 같다. 아울러 복지나 환경보다 경제성장을 더 중요시여기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환경분야에서 목소리를 내는 것이 과거보다 어려워졌다.

 

인터뷰 전경.

▲이문형 회장은 “사업자가 환경적으로 개선된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용적률을 늘려준다던가

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친환경적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Q. 환경영향평가라는 좋은 제도를 정치적, 사업적 이유 때문에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A. 사실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해 환경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지만 지금은 환경부가 목소리를 내기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단기간에 무엇을 해야 한다, 이렇게 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최근 들어 환경부가 제도 개선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와 사전환경성검토의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데, 상당히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평가한다. 그러나 절차상의 효율화를 위해 기간을 단축하자는 방안을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 대해 야당에서는 ‘절차의 효율화를 위한 기간단축은 시기적으로 이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도록 충실하게 논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그것도 일리가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요새 시류가 환경영향평가를 빨리 진행되도록 하자는 것이기 때문에 환경부가 어떻게 한다고 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Q. 환경영향평가에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되는가?

 

A. 보통 환경영향평가는 시작단계에서부터 1년에서 1년 6개월 가량 걸리고, 산업단지는 특별법을 만들어서 6개월만에 끝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정작 개발계획조차 6개월만에 마련되기는 힘들다. 다만 예외적으로 반도체 같은 최첨단 제품의 경우 공장 설립에 1년, 2년 이상씩 끌어서는 세계적 추세에 뒤떨어져 사업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급하게 진행해야 할 이유가 있다. 대신 골프장과 같은 사업은 조목조목 따져봐야 한다. 그러나 빨리 진행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놓으면 아무도 천천히 가려 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대행자들도 평가서의 품질을 높이고 신뢰성를 쌓기 위해 내부적으로 변화하고 발전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아울러 경쟁체제로 가다 보니 오랜 시간을 두고 조목조목 따지는 것이 힘들다.

 

Q. 평가기법의 수준을 높임으로써 신뢰성을 제고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A. 작년 환경평가 실적이 290건 정도였는데 평균 비용이 2억2000만원 정도였다. 5년 전에 평균 1억원이었던 것에 비해 많이 오른 것이다. 전체 평가대행기관은 350개인데, 일정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면 등록이 가능하다. 협회에는 100여개 정도가 가입돼 있으며 주로 큰 기업들이 가입해 전체 영향평가의 90% 정도를 협회 소속사에서 하고 있다. 협회에서는 환경영향평가가 1년간 진행되면 이에 대한 실적을 보고하는 것과 함께 등록 업무를 맡고 있다. 과거에는 등록업무를 지방청이 나눠 맡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던 것을 일원화시켜서 협회가 담당하고 있다. 교육위원회에서는 평가대행기관의 인력 기술 수준 제고를 위해 평가사 전문과정 교육과 각종 기술 개발 등을 진행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환경이 개선된 것은 분명하지만, 국민들에게 이를 가시적으로 알려나가고 홍보를 통해 일반 사업자들의 환경인식 개선도 함께 유도할 필요가 있다. 환경정책평가연구원도 객관적인 지표를 만들기 위한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한 연구들이 누적이 되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국회 상정 중인 정부안에서는 환경영향평가의 국가자격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산업인력공단에서 출제 및 선발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시험문제 출제는 대부분 학교에 몸담고 계신 교수님들이 맡으실 텐데, 이분들이 채우지 못하는 현장에서의 노하우와 중요사항을 협회 내부교육을 통해 채워나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Q. 평가서를 작성해서 제출했을 때 통과되는 비율은 얼마나 되는가?

 

A. 환경평가제도가 사전환경성검토와 환경영향평가로 나눠져 있는데, 사전환경성검토는 규모가 큰 사업에 대해 환경부가 관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법제화되면서 계획 초기 단계에서 사업에 대한 동의 혹은 부동의로 발전시켰고, 동의해서 넘어온 사업에 대해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저감방안을 중점적으로 검토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에서는 사업을 시행한다는 전제에 입각해서 검토하게 되고 상위 단계인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시행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개발에 대한 부동의라는 것이 환경부 입장에서는 매우 고민스러운 문제다. 예를 들어 대규모 토지를 매입해서 사업을 하겠다고 나섰는데 ‘안 된다’라고 동의를 해주지 않으면 사업자가 막대한 손해를 떠맡게 된다. 때문에 사전입지상담제라는 것을 통해 땅을 사기 전에 개략적으로 사업 시행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편으로 민간사업은 사전환경성검토에서 부동의가 나는 경우가 있지만 국가사업은 사업규모를 축소한다던가 하면서 거의 대부분 통과된다.

 

Q. 이전에 한참 논의되던 통합영향평가는 어떻게 됐는가?

 

A. 환경영향평가에서 교통, 재해 영향을 반영하기는 하고 있지만 현재 통합적으로 분석평가하는 제도는 없다. 환경부가 통합평가를 한다고 해도 교통은 국토부가, 재해영향은 행안부가 맡기 때문에 결국은 종합적인 평가가 아닌 각기 다른 분야의 평가를 물리적으로 결합해 놓은 것에 지나지 않아 결국 폐지됐다.

 

Q. 환경영향평가에 있어 앞으로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면?

 

A. 환경영향평가의 부실에 대한 가장 큰 논란은 생태계 조사와 환경오염에 대한 현장조사인 것 같다. 생태계 조사와 관련 환경부도 따로 업종을 분리해서 전문화시킬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조사업은 매우 영세하고 규모가 작으며 이를 전공한 인력도 거의 배출이 안 되고 있다. 고용으로 이어지기 힘들기 때문에 학교에서 인기가 없어 전공자가 없는 형편이다. 환경오염측정 분야도 전문기관의 분석, 측정이 미흡한 형편이기 때문에 마찬가지다.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으로 외국에서는 한국의 환경영향평가처럼 절차법상의 규제가 아니라, 사업자가 환경영향평가서를 보고 사업계획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도록 하고 있다. 이처럼 사업자가 환경적으로 개선된 방향으로 사업을 추진한다면 용적률을 늘려준다던가 하는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친환경적 개발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건축 용적률 등의 인센티브는 환경부가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아니기 때문에 사업을 지연시킨다던가 하는 강제적인 수단 외에는 별다른 유인책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법적으로 기준을 맞추는 것은 사업자들이 하고 있지만 기준보다 강화된 수준의 환경을 보전하는 방안을 협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한 면에서 환경영향평가제도를 협의제도라고 하는 것인데, 그 부분이 아쉽다.

 

아울러 이제는 건강에 대한 평가, 통합적인 평가 등 패러다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과거 1980년대에는 수질, 토양 등 환경매체별로 중점을 두다가 2000년대 들어 생태축, 자연환경보전이 강조됐고 앞으로는 사회 문화, 건강 등이 강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은 모든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성 질환과 같은 기초자료들을 더욱 보완할 필요가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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