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변화는 불가피한 현상

광릉수목원, 취약종 보전 네트워크 사업 수행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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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수목원 김용하 원장
근래에 들어 지구의 기후가 전례 없는 속도로 온난화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연초부터 발생하고 있는 지구촌 곳곳에서의 기상이변 현상, 호주와 브라질의 홍수, 유럽지역의 폭설과 홍수, 북미지역의 한파와 강설, 한반도 등 동북아시아지역의 한파 등으로 인류가 고통을 받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이들 현상이 지구온난화로 인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한다. 특히 우리나라에 나타나고 있는 한파는 북극지역의 온도가 올라가 북극지역의 찬 대기를 한반도 쪽으로 밀어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와 같은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상이변은 인류뿐만 아니라 자연생태계에도 영향을 미친다. 특히, 인류의 생명을 담보하고 있는 산림생태계에 대한 영향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지난 1세기(1906~2006) 동안 0.74℃ 증가했으며, 2100년대의 평균온도는 2000년대보다 2.2~6.5℃까지 오를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기온이 1.5~2.5℃만 상승해도 20~30%의 고등식물과 동물이 멸종할 가능성이 있으며, 온도가 3℃로 높아질 경우 열대우림의 생물다양성이 80%까지 소멸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변화로 인한 식생의 변화는 불가피한 현상이나 고산지역의 식물들과 북방계 식물들, 섬지역 등 고립된 환경에서 자라고 있는 식물들을 어떻게 효율적 효과적으로 보존할 것인가? 아열대지역에서 이입해 들어오는 식물들의 위해성 여부를 평가해 선택적으로 적응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이에 따라 2002년 제6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 지구식물보전전략(2002-2010)을 채택해 멸종위기에 처한 식물들을 자생지 내에서 보전하는 것은 물론 이들 식물종의 60% 이상을 자생지 밖에서도 보전하도록 권고하고 있으며, 식물원이 이들 역할을 수행하도록 강조했다. 또한 2010년 10월 일본 나고야에서 끝난 제10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에서도 제2단계 지구식물보전전략(2011-2020)의 추진이 필요하다고 결정하고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수립하고 있는 중이다.

 

결국 기후변화의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광대한 산림생태계 내에서의 식생변화 또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기후변화에 취약한 종들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위적으로 이들 식물종들이 서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보전, 증식, 관리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이와 같은 현지 외 보전기능을 가장 잘 수행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수목원과 식물원 시설이며, 영국의 왕립 큐식물원이나 왕립 에딘버러식물원, 미국의 국립수목원 등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와 같은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해오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1999년 광릉수목원이 국립수목원으로 승격되면서 희귀·특산식물의 보전기능을 수행해오고 있으며, 2009년부터 산림청과 공동으로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 모니터링사업과 취약종 보전 네트워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강원도립화목원, 경남수목원 등 전국 8개의 지자체 공립수목원이 참여하고 있으며, 한라산, 설악산, 광릉숲 등 전국 45개 지역에 고정조사구를 설치해 125종에 달하는 기후변화 취약 산림식물종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이들 취약종들을 보전하기 위한 풍혈지나 암석원 형태의 보전원을 공립수목원에 조성하고 있다.

 

수목원․식물원은 위에서 기술한 것과 같은 직접적인 기후변화 취약 식물들을 보전하는 기능 외에 생물자원전쟁시대를 맞아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조사·수집·보전함으로써 주권을 확보하는 역할과 희귀·특산식물의 보전 관리, 외국의 다양한 식물자원을 탐사·교류 등을 통해 국내로 들여오는 역할, 식물자원을 활용한 산업적 이용기술의 개발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보유하고 있는 관속식물은 전 세계 식물의 1.4%에 불과한 5000여종에 불과하다. 식물유전자원 이용을 통한 국부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야생 형태의 식물종을 외국에서 들여와야 한다. 그리고 기후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나라에 적응할 수 있으면서 경제적, 환경적, 생태적으로 활용가치가 높은 아열대식물에 대한 조사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참고로 국립수목원에서는 2010년 말 현재 6300여종의 전시식물과 7000여종의 해외 유용식물자원을 확보해 관리하고 있다.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협약과 같은 국제 환경관련 협약의 이행에 따라 수목원·식물원의 기능이 종전의 식물전시와 교육, 식물조사 및 증식, 표본제작 관리 등과 같은 전통적인 역할에서 국제적 이슈에 보다 적극적으로 부응하도록 요청받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북 봉화지역에 백두대간 고산수목원, 강원도 양구 DMZ 일원에 자생식물원, 세종시에 국립수목원을 조성함으로써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보전 등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며, 수목원이 저탄소 녹색성장의 한 축이 될 수 있도록 산림생물자원의 보물창고 기능을 수행하는데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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