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1980년대까지 환경보호의 필요성이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기본권조항의 형태로 헌법에 규정하게 됐지만, 그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법제처 내에 헌법연구반을 설치하고 환경권 강화에 따른 별도 규정 마련에 대해 논의했다. 1990년대 들어서는 환경보전과 관련해 구체적이고 체계화 된 법안들이 재·개정됐다.<편집자주>

 

정부는 1980년 1월20일부터 법제처 내에 헌법연구반을 설치해 헌법에 관한 연구를 추진해 왔다. 헌법연구반은 헌법개정안을 마련함에 있어서 기초자료로 활용하기 위해 항목별로 우리 헌법제도 및 관련 외국제도와 그 운영 실태를 분석·평가하고, 항목별로 거론 가능성이 있는 제도의 유형과 앞으로 채택하는 경우에 예상되는 장·단점 및 보완책을 분석했다.

 

헌법연구반은 4개 분과로 나눠 연구를 추진했으며, 제1분과는 전체총괄·전문·총강·헌법개정에 관해, 제2분과는 정부형태·대통령·내각·국회·선거제도·지방자치에 관해, 제3분과는 기본권·사법제도·헌법보장에 관해, 제4분과는 재정·경제에 관해 각각 연구했다.

 

환경권 명문화에 대한 논의 ‘헌법연구반’

 

헌법연구반 연구보고서를 살펴보면 자세한 논의는 거의 하지 않은 채 환경권강화를 위한 별도의 규정을 둘 것이냐의 문제에 관해 다음과 같은 논의가 있다고 소개하고 있는 정도이다. 명문화에 찬성하는 입장은 환경권은 현행 헌법상으로 인정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환경오염의 심각화에 따라 국민보건에 지대한 영향이 있으므로 이를 독립된 조문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었다. 다만, 명문화의 유형에 관해서는 견해가 갈렸다.

 

일반적인 규정으로 “국가는 국민이 쾌적한 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그 보전에 노력해야 한다”고만 규정하자는 의견과 “보다 이를 철저히 보장하기 위해는 일반적인 노력조항으로는 부족하고 헌법에 규정하는 것만으로써 직접 효력이 발생하도록 법원에 출소(出訴)가 가능하도록 하는 안이 타당하다”는 의견이다.

 

반면 명문화를 반대하는 입장은 환경권이 헌법에 규정되는 경우 국가의 인적·물적 부담이 많으며 배상 사태로 국고부담 증대 내지 예산집행에 어려움이 예상되고 경제 발전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에 헌법연구반 보고서는 “환경권에는 공해방지 뿐만 아니라 자연자원의 보호와 개발도 포함되며, 경제조항과의 관계(예컨대 토지의 공개념 등)에서 중(重)히 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할 뿐이다.

 

복잡한 정치와 더불어 환경연구반에 대한 정당 및 각계의 입장도 나뉘었다. 공화당은 ‘국민은 환경오염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가진다(제30조 제4항)’는 입장이었으며, 신민당안은 ‘모든 국민은 보다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을 향유할 권리를 가진다(제35조 제1항)’, ‘국가는 환경의 적정한 이용관리 및 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30조 제2항)’,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제30조 제3항)’는 입장이었다.

 

더불어 대한변호사협회는 ‘모든 국민은 깨끗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이를 보호할 의무를 진다(제34조 제2항)’는 조항을 내세웠다. 이 밖에 6인 연구회는 ‘모든 국민은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진다(제36조 제1항)’, ‘국가는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하고, 국민의 건강과 위생을 위험하게 하는 오염을 제거하며, 산업공해를 방지해야 한다(제36조 제2항)’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환경권을 기본권조항의 형태로 명문화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우리의 입법태도는 독일과 대조를 이룬다. 독일은 우리의 헌법에 해당하는 독일 기본법에 환경‘권’에 관한 규정을 추가하려 했으나 독일 기본법상 기본권은 “직접적으로 효력을 갖는 법으로서 입법, 집행 및 사법을 구속”하는 것이므로 환경권을 기본권으로서 명문화할 때 생길 수 있는 문제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등의 반론으로 권리의 형태로 규정하는 것은 단념하고 국가목표조항의 형태로서의 환경보호에 관한 규정을 두게 된 것을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다.

 

환경처 승격.

▲환경청에서 환경처, 환경부로 승격되면서 환경과 관련한 종합적인 정책 수립이 가능하게 됐다.

  사진은 환경처로 승격됐을 당시 잠실 청사 모습<사진=환경부>


1990년대, 환경 기본법제 정비

 

정부는 1990년을 환경보전 원년으로 선언하고 기존의 환경청을 각료급의 환경처로 승격했다. 1994년 12월에는 환경처가 환경부로 승격돼 종합적인 정책을 수행됐다.

 

산업화의 진전으로 인한 경제구조의 고도화로 환경문제가 심각·다양화되자 오염분야별 대책법의 제정이 불가피하다는 인식하에 우리나라의 환경법은 복수법 체계로 이행됐다. 즉 1990년 8월1일에 ‘환경정책기본법’을 제정해 환경보전정책의 기본방향을 설정하고, 이어 ‘자연환경보전법’, ‘대기환경보전법’, ‘토양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소음․진동규제법’, ‘유해화학물질관리법’, ‘환경분쟁조정법’ 등을 제정함으로써 환경에 관한 기본 법제를 정비했다.

 

1992년 리우회의 이후에는 많은 환경관련법이 제정되거나 개정됐다. 예컨대 독도를 비롯한 도서지역의 생물다양성과 경관을 보전하기 위한 ‘독도등도서지역의생태계보전에관한특별법’, 한강수계의 수질개선을 위한 ‘한강수계상수원수질개선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 습지를 효율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습지보전법’이 제정됐으며, 2차에 걸친 정부조직 개편에 의해 ‘자연공원법’ 및 ‘조수보호및수렵에관한법률’이 환경부 관장업무로 이관됐다.

 

2000년대, 환경관리 위한 구체적 법안 마련

 

정부는 2000년 6월5일 ‘환경의 날’을 기해 ‘새천년 국가환경비전’을 선언하고, 동년 8월5일 제정·공포된 ‘지속가능발전위원회규정’에 의해 대통령 직속기구로 정부, 학계, 산업계, 시민단체 등이 참여해 환경보전과 개발에 대한 정책의 수립·시행시 야기된 환경파괴와 사회적 갈등을 사전에 방지하고 기후변화협약, 리우환경회의의 의제21의 실천 등 지구환경문제에 더욱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설치했다.

 

2000년대에 수도권매립지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의설립및운영에관한법률’이 제정되고 호소수질관리법이 ‘수질환경보전법’에 통합했으며, 2002년 1월에는 날로 심각해지는 상수원수질을 보전하기 위해 ‘낙동강수계물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 ‘영산장․섬진강수계물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 ‘금강수계물관리및주민지원등에관한법률’을 각각 제정․공포됐다.

 

이들 특별법은 환경부장관, 해당 광역자치단체의 장, 수자원관련 기관의 장 등으로 구성된 수계관리위원회가 중요한 의사결정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어 하류지역 주민이 부담한 물이용부담금을 통해 수계관리기금을 조성해 각종 수질개선 및 주민지원 사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정책수단으로 중요한 것은 수변구역지정제도와 오염총량제이다.

 

2003년에는 수도권지역의 대기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대기오염원의 총량규제, 배출권거래제, 저공해자동차의 보급 등 대기오염원의 체계적인 관리를 위한 ‘수도권대기환경개선에관한특별법’이 제정·공포됐다. 2004년도에는 산업단지 등에서 국지적으로 발생하는 악취를 관리하기 위해 ‘악취방지법’과 야생동·식물과 그 서식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기 위한 ‘야생동·식물보호법’, ‘친환경상품구매촉진에관한법률’이 제정·공포됐다.

 

2005년도에는 ‘환경정책기본법’을 중심으로 ‘다중이용시설등의실내공기질관리법’, ‘대기환경보전법’ , 수돗물에 대한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수돗물에 대한 정보공개제도를 도입한 ‘수도법’, 먹는물에 먹는해양심층수를 추가한 ‘먹는물관리법’, 빈용기보증금 제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미반환 빈용기보증금을 공익재원 등으로 활용하기 위한 근거를 마련한 ‘자원의절약과재활용촉진에관한법률’ 등 7개 법률 개정 등의 법률이 제·개정됐다.

 

2006년도에는 ‘환경분쟁조정법’을 개정하고, 현행 ‘오수․분뇨및축산폐수의처리에관한법률’중 축산폐수를 오수·분뇨와 분리해 별도 법률로 제정했다. 또한 하수(下水)와 오수(汚水) 관리체계가 이원화있던 것을 ‘하수도법’으로 통합해 비효율성을 근본적으로 개선했다.

 

2007년도에는 기술개발사업과 관련된 기술료의 징수·사용, 한국환경기술진흥원에 대한 국유재산의 무상임대, 환경기술개발센터의 지정취소 및 환경친화기업의 지정·재지정기간 등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한 ‘환경기술개발및지원에관한법률’, 의료기관에서 배출되는 폐기물을 더욱 과학적․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실제 관리대상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감염성폐기물’이라는 용어를 ‘의료폐기물’로 변경한 ‘폐기물관리법’,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 ‘수질 및 수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 등 10여개의 법률이 개정됐다.

 

원고 : 고문현 교수 (숭실대학교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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