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택환 교수1.
▲서경대학교 경제학과 한택환 교수
배출권거래제, 왜곡된 논의로 2015년 후퇴

선진국 녹색성장 세일즈는 자국 이익 때문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그간 산업계의 반대에 부딪쳐 논란의 중심에 섰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결국 2013년에서 2015년으로 미뤄졌다. 사실상 다음 정권에 시행 여부를 미뤄 정부의 의지가 후퇴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는 가운데 이와 관련 금융경제의 전문가인 한택환 교수를 만났다. <편집자 주>

 

Q. 얼마 전에 UN 회의에 다녀왔다고 들었다.

 

A. 내년에 브라질에서 열리는 UN 지속가능발전회의 ‘RIO+20’ 준비와 관련된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한국의 녹색성장에 대해 선진국들은 ‘Excit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칭찬을 했지만, 이는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국이 대신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선진국은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선진국이 개도국에 판매(Sales)하고 싶어 한다

 

반면 ‘녹색성장’이 UN의 주도적인 아젠다로 자리 잡는 것에 대해 개도국은 거부감을 느끼고 있다. 과거의 지속가능한 발전은 환경, 경제, 사회 전 분야를 아우르는 것인데, 여기서 사회적인 측면이 빠지면서 개도국, 저개발국에 대한 선진국의 원조라든가 하는 것들은 소홀해지는 데 대해 경계심을 나타내고 있다. 아울러 개도국들은 선진국이나, 한국 등의 선도적인 개도국에서 내세우는 발전모델을 따라가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는 것 같다.

 

Q. 한국이 개도국의 발전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나서고 있는데?

 

A.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녹색성장이라는 것은 온실가스 감축 등을 통해 극복할 수 있을 만한 충격을 경제에 줘서 이를 바탕으로 녹색산업을 일으킨다는 것인데, 여기에 정부가 4대강이나 원자력까지 포함하는 것은 좀 아니라고 본다. 국가적인 에너지를 온실가스 감축, 배출권거래제 등에 투입해서 녹색성장을 진정한 성장동력으로 삼았으면 좋겠는데, 정부의 정책적 의지가 좀 후퇴한 감이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온실가스 감축을 제외하고도 녹색성장을 했던 측면이 있다. 어떤 이들은 새마을운동을 녹색성장이라고 말하고 있다. GGGI에서도 아프리카 등지에 ‘새마을운동’ 수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과거의 산림녹화도 녹색성장의 범주에 넣을 수 있다. 현재의 한국을 보면 산업화 시대에 비해 대기오염물질도 많이 줄었고 동시에 경제성장도 이뤘다. 생태계와 온실가스를 제외한 다른 부분에 있어서는 녹색성장의 모범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Q. 배출권거래제와 관련된 논쟁이 한창 시끄럽다.

 

A. 배출권거래제에 대한 논쟁은 주제 선정부터 잘못된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냐, 목표관리제냐 하는 수단에 대한 논의는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그보다는 2020년 대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중기목표를 과연 달성할 것이냐를 두고 논의해야 한다. 

 

어떤 이들은 ‘배출권거래제가 온실가스 감축에 오히려 해로울 수 있다’라고 말을 하는데 이것은 매우 잘못된 것이다. 해로울 수 있다는 것은 탄소세와 비교해서 그런 측면도 있겠지만 각각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지, 목표관리제와 비교하자면 논의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다. 어떻게 그런 말이 버젓이 경제신문에 실릴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런 사람들은 전혀 모르고 쓰는 말이다.

 

대신 공무원들은 알면서도 가만히 있는 사람들인데, 왜냐면 그런 것들은 부처 이익과 관련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가 배출권거래제를 열심히 하려는 것은 부처 이익 때문이고, 지경부가 안 하려는 것도 같은 논리라고 본다. 그렇다고 지경부가 ‘감축을 완화하자’라는 말까지는 하지 않지만 환경부도 ‘철저히 해야 한다’라는 말을 별로 하지 않는다.

 

인터뷰.

▲한택환 교수는 배출권거래제냐 목표관리제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과연 2020년까지의 중기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사진=정윤정 기자>


Q. 배출권거래제가 2015년으로 미뤄졌는데 과연 애초의 감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A. 경제상황이나 정치적인 면을 함께 감안해야 하지만 지지율이 상당히 높은 정부가 아니라면 적극적으로 감축을 추진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2020년 BAU 대비 30% 감축이라는 목표를 설정한 것은 세계적 추세보다 너무 늦거나 빠르면 힘들 것이라고 보고 적당한 타이밍에 뛰어들어 시장을 선도하겠다는 의미였다. 1970년대 석유 위기가 왔을 때 오히려 중동 건설붐으로 새로운 활로를 개척할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린카 등 새로운 녹색시장을 선점하자는 경제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배출권거래제도 안 하고 탄소세도 안 하겠다, 이런 식이라면 방법이 뭐가 있겠는가? 결국 각종 행정지도와 ‘자동차 2부제’ 등을 통해 달성하겠다,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은 휘발유 값을 올리면 고소득층에게는 별 타격이 없지만 저소득층에게는 심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소득분배 측면에서나 경제적으로나 매우 비효율적이다. 특히 반대 측에서 배출권거래제를 시행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감축을 전혀 하지 않았을 때와 비교했기 때문이다. 목표관리제 혹은 탄소세와 비교해야 정당한 비교가 될 것이다. 배출권거래제를 안 하겠다는 것인지 탄소 감축을 안 하겠다는 것인지 분명히 밝혀야 한다.

 

Q. 앞으로 한국의 녹색성장에 대해 전망하자면?

 

A. 지속가능한 발전이라는 학술적인 개념을 UN에서 받아들이면서 굉장히 산만한 개념으로 변화했다. 쉽게 말해 세상사 모든 것이 그 안에 담겨 있을 정도다. 어떤 것도 지속가능발전과 관계되지 않은 것이 없어서 추진동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그에 비해 녹색성장은 경제와 환경이라는 비교적 명료한 개념이다. 녹색성장은 환경과 경제가 ‘WIN-WIN’ 할 수 있다는 것, 그래야 한다는 것인데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는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는 비록 배출권거래제 등의 서비스 측면에서는 비교적 약하지만 반도체 등 제조업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의 컨설팅 업체에서도 제조업 기반이 튼튼한 한국을 녹색성장에서 유리한 국가로 꼽고 있다. 그러나 내수시장에 기반을 두지 않은 수출은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내수시장을 경험 삼아 해외로 진출해야 한다. 다시 말해 배출권거래제를 국내에서 먼저 실시해야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고 여기서 쌓은 기반을 토대로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2015년 이후에 배출권거래제가 도입된다면 결국 2019년, 20년이나 가야 본격적인 시장이 생길 텐데, 유럽이나 중국 등과 비교했을 때 너무 늦기 때문에 녹색시장을 선점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성장 모델을 돌려서 연구한 것은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그때가 적당하리라 판단한 것 같은데, 정치적인 이유로 정책이 후퇴한 것 같아 안타깝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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