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합의를 통한 판단 기준 마련해야

객관적 증거 없는 막연한 반대는 곤란

 

송영일 센터장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환경영향평가제도의 발전과정에서 중요한 주체의 하나가 전문검토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의 설립이다. KEI는 1997년 이후 전문적인 검토를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안전성, 일관성에 크게 기여했다. <편집자 주>

 

Q. 현재의 환경영향평가를 진단하자면?

 

A. 일단 틀은 어느 정도 잡힌 것 같다. 과거에는 환경에 대해 ‘밀고 당기기’ 식의 흥정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짙었지만 이제는 지켜야 할 선이라고 인식하고 있다. 승인기관과 사업자 모두가 환경영향평가의 의미를 인식하고 있는 상태다. 또한 예전에는 환경영향평가 대행자를 심부름꾼 정도로 인식했지만 이제는 사업자를 위한 거짓 평가를 피하고 환경저감방안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도로공사나 LH공사 등에도 자체적인 환경평가부서를 통한 사전조사로 사전에 환경성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영향평가가 욕도 먹었지만 공신력 있는 척도로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Q. 개발의 면죄부라는 비판도 있는데?

 

A. 물론 그런 지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환경영향평가의 부정적인 요소만을 부각시키는 것은 공평한 시각이 아니다. 10개의 환경위해요소가 있다고 가정할 때 이를 절반으로 줄인 것에 대해 ‘겨우 절반’이라고 볼 수도 있고 ‘절반씩이나’라고 볼 수도 있다. 반대 입장에서 ‘도 아니면 모’ 식으로 사업을 하면 무조건 잘못됐다고 말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주장일 수 있겠는가. 환경영향평가는 라이센스가 아니다. 즉 사업을 승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사업 이전에 환경적인 상태를 진단하는 것이다. 사업을 할지 말지는 승인권자가 결정하는 것이다.

 일례로 ‘한탄강댐’을 보면 설치 여부만 중요하게 부각됐다. 환경적 측면에서 중요한 것은 한탄강을 가로질러 장벽을 설치해 생태계가 절단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KEI와 관련 전문가들이 모여 협의한 결과 댐을 설치하고 통수를 위한 구멍을 뚫으면 생태계가 유지된다는 대안이 나왔다. 아울러 이 댐을 설치하면 과거 홍수로 유실된 임진강댐을 다시 짓지 않아도 되고 5m 높이의 미니 소수력댐을 해체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한탄강댐은 용수공급이 목적이 아니라 홍수예방이 목적이기 때문이다. 환경부와 국토부가 거의 완벽하게 협의에 성공한 몇 안 되는 사업임에도 환경단체에서는 ‘구멍을 뚫으라는 것은 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계속해서 반대했다. 문제의 본질을 알고 그에 맞춰 논의해야지, 단순히 하느냐, 마느냐 만을 따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

 

흔히 이야기하는 골프장 사례를 들자면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건설이 취소된 사례도 많다. 국회 상정 중인 개정법안에서 도입된 전략환경평가를 통해 계획단계에서의 환경성 검토를 위한 최소한의 토대가 마련됐으며 이를 잘 살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하다. 당위성에 대한 감정싸움이 아니라 근거와 자료를 갖춘 논쟁이 돼야 한다. 외국과 환경이 전혀 다른 상태에서 같은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불공정하다. 그래서 과거의 사례를 살피고 현실을 고려해 판단의 준거 기준을 마련하자는 것이다. 사회적 합의를 이룰 수 있는 기준 마련을 위해 공청회 등을 개최하고 이를 통해 사업자들에게 ‘이 사업이 과연 가능할 것인가’라는 예측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

 

Q. 주장에는 근거가 필요하다는 말인가?

 

A. 언론에서 특히 논란이 됐던 천성산 터널문제를 보면 KEI 검토 결과 습지와 지하수는 관련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빗물의 정체로 발생하는 습지이기 때문에 터널 공사로 인해 습지가 파괴된다는 증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된 인터뷰도 했지만 묻혀버렸고 이슈가 되는 시민단체의 목소리, 정치적인 주장만 언론에 반영됐다. 반대편의 목소리를 싣는 것도 중요하지만 해당 분야 전문가의 의견과 견해도 많이 반영돼야 한다.

 다른 예를 들자면 4대강 사업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서 국토부에서는 이 사업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을 동원해 여러 가지 수리모델을 세워 예측하고 결과를 내놨다. 실험결과, 즉 물증을 가지고 주장한 것이다. 반면 여기에 반대하는 쪽에서는 ‘보를 만들면 물이 썩는다’, ‘당연한 상식 아닌가’라는 막연한 주장만을 내놨다. 환경부의 지원을 얻어서라도 작은 모의실험이라도 거치고 주장해야 했다.

 

Q. 최근 친수구역특별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A. KEI 내부에서도 이 문제에 대해 전공분야별로 많은 논의가 오가고 있다. 기존 의견과 해외검토사례를 보고 있는데, 특별법이 만들어진 이상 개발은 하더라도 환경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자는 것이 원칙이다. 가령 개발이 집중된 곳은 위치를 이동한다던가, 처리시설을 확충하게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전개발단계부터 협의가 필요하며 관리지역 지정과 검토, 하천변 개발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비록 친수법이라고 하더라도 환경적 영향을 무시할 수는 없다.

 

Q. 앞으로의 과제는?

 

A. 어느 정도 경험이 축적된 만큼 과거의 사례를 통해 ‘판단 준거’를 만들어야 한다. 유사한 사업에 대해서는 평가절차를 간략하게 하고 대신 사후관리를 철저하게 해 약속한 저감대책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아울러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이뤄진 저감대책이 효율적인지를 평가해 효과가 없다는 다른 대안의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지금은 공통적인 언어가 너무 적다. 환경영향평가 발전단계에 있어 지금은 정량적인 지표를 개발해 개발과 보전이라는 양측의 대화 채널을 마련해야 할 단계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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