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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환경법체계는 복수법주의로 법안이 너무 복잡하고

   개별간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우리나라 환경법체계는 이른바 복수법주의로 오염종류별 또는 규제대상별로 여러 개의 독립된 법을 제정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법안이 너무 복잡하고, 개별법 간에 형평이 맞지 않는다는 비판받아 왔다. <편집자주>

 

국내 환경법 체계가 너무 복잡해 수범자인 국민들이 이해하기가 어렵다. 요즈음 4대강 사업과 관련되는 수질환경보전을 위한 법만 해도 여러 개가 있고 여기에 관련된 법들이 일반법과 특별법의 관계를 이루고 있어서 단일법에 대한 이해만으로는 전체에 대한 개념 파악이 안 돼 오류를 범하기 쉽다. 예컨대 수질환경보전법상 배출허용기준이 있고, 또한 수질환경보전법, 오수·분뇨및축산폐수의처리에관한법률에 의한 방류슈수질기준이 있으며,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하면 이러한 기준과 다른 협의 기준을 정하도록 규정돼 있다.

 

또한 환경법이 오염매체별 관리체계로 이뤄져 있는 관계로 동일한 규제내용이 여러 법률에 흩어져 있어 체계가 없고 매우 산만하다. 대기환경보전법, 수질환경보전법, 소음진동관리법 등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개별법들 간의 형평에 맞지 않는 부분이 많다. 인·허가, 신고·등록제, 벌칙․과태료·행정처분, 부담금의 납기규정방법, 하위법령에의 위임방법, 징수금의 교부비율 등이 그 예이다. 또한 비슷한 제도가 이 법률에는 존재하고 다른 법률에는 없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법령개정을 임기응변적으로 졸속적으로 처리하려다 보니 나머지 개별법들에 대한 충분한 고려 없이 개정함으로써 초래된 예견된 결과이다.

 

게다가 무분별하게 하위법령에 과다하게 위임하는 방식을 취해 입법의 비대화, 기형화현상을 초래한다. 이렇게 지나치게 하위법령에 위임하는 방식을 취하다 보면 위임환경규제 현실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법률보다는 하위명령인 행정입법 수준에서 결정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은 환경규제의 내용과 정도가 국회가 아니라 정부의 결정에 좌우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령 개별 환경법상의 규제기준들, 예컨대 배출허용기준은 법률이 아니라 시행령의 수준에서 결정되며, 규제대상 오염물질의 종류 역시 대부분 시행령, 시행규칙에서 결정되고 있다. 이러한 사정은 각 규율들의 법적 성질 내지 그 구속력의 정도에 관해 매우 복잡한 문제를 수반한다.

 

환경입법에서 위임입법이 빈번히 나타나는 것은 과학기술입법 등의 다른 전문기술 분야에서 볼 수 있듯이 사안의 전문기술성, 국회의 입법능력 및 시간의 부족, 사정변화에 따른 유연성 부여 등 여러 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위임입법의 확대는 민주주의의 핵심요소인 의회입법의 원칙을 형해화 함으로써 입법의 민주적 정당성의 기초를 손상시킨다는 점에서 결코 가볍게 생각할 문제가 아니다.

 

환경보전 규제강도 매우 약해

 

우리나라 환경법의 중요한 또 하나의 문제점은 환경보전을 위해 규제강도가 약하거나 제재규정이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이것은 그동안 지속적인 지도단속과 막대한 환경예산투자에도 불구하고 환경오염이 오히려 가중돼 왔다는 경험적 사실에 의해서도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해 문제점별로 고찰해보기로 한다.

 

우리나라 환경법의 가장 큰 문제점은 건축물의 입지제한에 관해 소극적이었던 점이다. 환경오염의 방지와 개선은 여러 방법에 의해서 달성할 수 있다. ①시설물의 입지를 제한하는 방법, ②시설물의 입지는 허용하되 규제기준을 정하고 이를 유지하는 방법, ③철저한 법집행, ④환경시설의 설치 등 환경개선사업의 실시 ⑤신기술의 개발·보급 등 여러 방법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환경법은 규제기준방식에 너무 치중하고, 환경보전의 원초적 방법이라 할 수 있는 건물 기타 시설물의 입지제한에 소극적이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즉, 우리나라 환경법은 배출허용기준, 방류수수질기준 등을 정하고 그 기준을 위반하는 경우에 개선명령, 조업정지명령, 배출부과금의 부과, 처벌 등 각종 제재조치를 취하는 방식위주로 규정돼 있고, 건물 기타 시설물의 입지제한에 대해서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가사 입지제한방식을 규정하고 있다할지라도 사후적 규제로서의 성격이 강하다.

 

우리나라 환경법이 입지제한에 소극적이었던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개발부서에서 많은 보전관련법들을 관리하고 있다는 점이다. 농림지역·준농림지역이나 자연환경보전지역을 규정하고 있는 구 국토이용관리법, 주거지역·공업지역·상업지역·녹지지역 등 지역별 건축제한규정을 두고 있는 구 도시계획법, 자연보전권역을 규정하고 있는 수도권정비계획법, 산업단지와 개별공장의 입지를 제한하는 산업입지 및 개발에 관한 법률, 개발제한구역을 규정하고 있는 개발제한구역의지정및관리에관한특별조치법 등은 건설교통부에서 관리해 왔고, 보전임지·준보전임지를 규정하고 있는 산림법은 농림부에서, 과밀억제지역·성장관리지역·자연보전역에서의 공장의 입지를 제한하는 구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관한법률은 산업자원부에서 관리해 왔다. 이는 환경부가 발족하기 이전에 이미 법률들이 제정됐고 그 후에도 종전의 법률체계를 유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위 법률들의 관리기관은 개발부서에 해당하므로 환경보전보다는 개발을 우선시하므로 입지제한에 소극적이었고 기존의 입지제한규정들도 폐지 또는 완화하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이 점이 우리나라 환경보전을 가장 어렵게 하고, 환경법이 실패한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그 결과 빈번한 국토이용계획변경이 이뤄지고, 농지와 산지가 마구 전용돼 환경용량이 감소되고 오염원이 증가됐으며, 지가가 저렴한 지역을 골라 개발함으로써 국토의 파행적 개발을 초래했다.

 

둘째는, 소유자의 재산권 보장, 지역이기주의가 그 원인이다. 수질개선을 위해서는 상수원보호구역, 특별대책지역, 수변구역, 배출시설이나 기타 건축물의 설치제한지역의 지정이 필요하고, 폐기물의 처리를 위해서는 폐기물처리시설의 설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소유자의 재산권 보장문제, 지역이기주의 때문에 위와 같은 지역의 지정이나 시설의 설치가 반드시 필요한 지역에서도 이러한 것이 지정되지 않거나 설치되지 않는 사례가 많다.

 

국토전체에 대한 종합적 환경계획의 부재

 

국토 전체에 대한 종합적인 환경계획이 없다는 점이 문제이다. 국토기본법(구 국토건설종합계획법)과 국토의계획및이용에관한법률(구 국토이용관리법 및 구 도시계획법)은 국토의 이용과 보전을 동시에 조화시키기보다는 개발 쪽에 기울어져 있다. 더구나 법을 운용하는 기관도 개발부서인 국토해양부이다.

 

국토의 체계적인 환경보전을 위해서는 법률상으로 환경보전관련 부서에서 국토환경계획을 수립하고, 그 통제 하에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역환경계획을 수립·시행해야 한다. 현재는 토지이용에 관한 환경계획은 체계적인 그림 없이 법률에 산발적으로 규정돼 있다. 환경부에서는 개발관계법 제·개정 시 그때그때의 필요에 따라 환경계획을 반영해 줄 것을 요구하거나 또는 반대로 삭제할 것을 요구하고, 개발부처에서는 이를 거부하는 등 부처 간의 이견이 자주 나타나고 있는 바, 이것도 국토환경관리법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잘 운영하면 이러한 환경계획은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체계적인 환경계획의 부재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자연보전권역의 지정이 모순적인 현상으로 나타나 있는 사실을 통해서 옳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수거리상으로 팔당호에 보다 가까운 강원도 일부지역은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있지 않아 개발이 가능하고, 거리상 먼 경기도 일부지역은 자연보전권역으로 지정돼 행위제한을 받는다. 그리해 환경보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해당지역 주민들로부터 형평성 시비만 받고 있다.

 

체계적인 환경보전을 위해서라면 수도권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팔당호에 영향을 미치느냐 아니냐가 중요하고 이에 따라 권역지정이 합리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남한강 인근 쓰레기매립장도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수도권 2,000만 주민의 맑은 물 공급을 위해 수조원을 들여 맑은물공급대책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는데, 지방자치단체에서는 과거에 남한강으로부터 불과 1.5km 떨어진 지점에 쓰레기매립장을 설치하고 경기도지사는 이를 승인했다. 이 쓰레기매립장에서는 엄청난 양의 침출수가 발생하며 매립장에서 12km 떨어진 하수종말처리시설에서 처리한다고 한다. 만약 차집관로가 터진다면 팔당호는 독성물질 의해 영향을 받을 것이다. 또한 장마 시 침출수가 넘칠 경우에는 처리할 방법도 없이 팔당호로 스며들 수도 있을 것이다. 아무리 차수막 설치를 안전하게 한다 하더라도 이러한 행정은 우선 안전성 여부를 떠나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 한쪽에서는 팔당호 수질보전을 위해 위험물차량의 통행을 제한하고 한쪽에서는 위험시설을 설치하고 하는 것은 결국 국토에 대한 종합환경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아무리 사후적인 대책을 강구해도 수질개선이 별로 나아지지 않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국토에 대한 종합환경계획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개별적이고 산발적인 법률만으로는 환경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없으므로 가칭 국토환경관리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원고 : 고문현 교수(숭실대학교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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