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지난 3월11일 일본 동북지방의 대규모 지진으로 센다이를 비롯한 동북지방 및 일부 관동 지방에 막대한 피해가 발생해 일본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동북(아오모리, 이와테, 미야기, 아키타, 야마가타, 후쿠시마)지역뿐만 아니라 동경 주변 관동(동경, 사이타마, 카나가와, 치바, 이바라기, 도치기, 군마) 지역의 공장 등으로 피해가 확산되고, 계속되는 여진으로 인한 피해도 겹쳐 일본경제에 대한 충격이 우려되고 있다. 산업 피해는 전력, 석유, 화학, 철강, 제지,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 식료품 등 광범위한 분야에서 발생했다.

 

일본은 세계 제3위의 경제대국이자 첨단 부품·소재 강국으로서 아시아 역내 제조업의 분업 구조 속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진 피해가 장기화될 경우 아시아 역내 산업 및 미국 등의 첨단 산업에 타격을 줄 우려가 있다. 또한 3조 달러에 가까운 세계 최대 순채권국인 일본의 글로벌 자금 공급 능력이 이번 지진과 원자력 재앙으로 크게 저하될 경우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국제금융시장에도 충격을 주고 세계경제를 위축시킬 수 있다. 이에 일본의 거대 지진 피해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주요산업 미래, 전력복구에 달려

 

이번에 지진 피해가 집중된 동북 지역에는 일본 인구의 9.7%인 1233만명(2009년 기준)이 거주하고 있으며, 일본 농업에서 차지하는 동북지방의 비중은 15%를 넘고 있다. 동북은 대표적인 농업 지대라고 할 수 있으나 상대적으로 노동 비용이 저렴하기 때문에 전자 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부가가치 기준(GDP통계 기준)으로 동북지방의 전자 산업 비중은 10%를 넘고 있고 기타 제조업에서도 일정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1995년에 발생한 한신대지진의 경우 고베라는 경공업 및 항만 물류 산업 위주의 소비형 대도시에 지진 피해가 집중되고 인근의 산업 지대인 오사카 등이 오히려 지원에도 나설 수 있었던 것과 달리 이번 동북대지진의 경우 지진과 함께 쓰나미 피해가 겹쳐 각 지역에 산재된 일본 주력 산업이 타격을 받고 있다. 기계 및 건물 등의 파손 및 침수와 함께 이 지역의 전력, 수송·물류 인프라에 큰 피해가 발생함으로써 수많은 공장이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또한 동북지방은 관동 지방과 인접해 분업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서 동북 지역 공장 가동 중단으로 인해 관동을 포함한 일본 공장 전체의 생산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자동차, 완성품 생산 시기 불투명

 

자동차산업에서는 도요타가 미야기현에 있는 공장뿐만 아니라 부품 공급 차질로 일본 내 완성차 공장 전체의 가동을 중단했으며 완성차의 생산 재개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도요타는 일본 내 생산대수 320만대(2010)의 13%에 해당하는 42만대의 생산 능력을 동북지방에 가지고 있고 덴소, 아이신 등의 부품 공장도 있기 때문에 동북지방 공장의 가동 중단은 다른 지역의 자동차 생산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혼다자동차 4개 공장, 닛산자동차 6개 공장의 가동을 중단했다.

 

다만 각 공장의 물리적 파손은 경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부품 공장의 전력 부족 등이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도요타는 3월17일부터 다른 지역의 부품 공장 가동을 재개하고 있다. 일본 자동차 산업은 과잉생산 능력이 부담이 돼 왔기 때문에 일본 자동차 업계가 수 주 동안 일본 내 전체 공장의 가동을 중단하더라도 그 후, 전력 사정이 개선되면 잔업 등을 통한 증산으로 지진 피해로 인한 생산 감소분을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0316 희생자 발견 경찰 인계

전기전자, 여진 지속이 공장 재개 부담

 

전자산업에서도 수많은 기업이 크고 작은 피해를 입어 가동을 멈춘 공장이 속출하고 있다. 샤프의 도치기현(관동) LCD TV 조립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으며, 소니는 리튬이온전지, IC카드 등을 생산하는 미야기현, 후쿠시마현의 6개 공장 가동이 침수 등으로 중단됐다.

 

소니케미컬에서 생산하고 있는 ACF(Anisotropic Conductive Film)은 반도체나 프린트 기판을 LCD 등에 장착하기 위해 필요한 소재이기 때문에 생산 차질이 장기화될 경우 전자산업에 대한 영향이 확대될 수 있다.

 

도시바의 경우 이와테현 시스템 반도체 공장의 가동이 멈췄으며 Panasonic의 AV(Audio & Visual) 관련 2개 공장, 백색 가전 관련 2개 공장 가동이 중단되고 일부 부상자도 나왔으나 설비나 건물의 심각한 파손은 없는 것으로 발표되고 있다. 히타치제작소의 경우 이바라기현의 원자력 기기, 모터, 첨단기계 등 6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했으나 부분적으로 가동을 재개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보면 침수가 확인된 소니의 일부 공장을 제외하면 일본의 대형 전자업체의 피해는 경미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들이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첨단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여진이 지속되고 전력 공급도 원활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공장을 쉽게 가동하기가 어려운 측면도 있다.

 

석유, 완전 복구에 10개월 소요

 

석유 산업의 경우 화재 발생이 크게 보도된 코스모석유 치바 공장을 비롯해 5개 공장이 정지됨으로써 심각한 석유 부족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진 발생 이전에 일본의 정유 공급능력은 20% 정도의 과잉 상태에 있었으나 5개 공장의 생산능력이 122만 배럴/일(일본 생산능력의 27%) 정도에 달하기 때문에 공급 차질이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화재가 발생한 동북 지방 2개, 치바 1개 정유소의 합계 생산능력은 62만 배럴/1일이며, 이들은 수 개월(2003년에 있었던 정유공장 사고 때는 10개월) 동안 가동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나머지 정유소는 단시일에 복구될 것으로 보여 기타 지역을 포함한 각 공장이 가동률을 높일 경우 공급 불안은 어느 정도 완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피해 규모가 큰 3개 정유소의 경우도 화재가 진화되고 있으며 여진에 따른 불확실성은 있으나 10개월 정도면 복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화학, 유화 제품 가격 상승 압력

 

화학 산업에서는 일본 최대 연간 83만톤의 미쓰비시화학 카시마(이바라기현) 에틸렌 유화 공장이 자동 정지됐으며 이에 따라 같은 유화단지에 있는 하류 기업인 신에츠화학, 카네카, 카오, JSR 등 20개 공장의 가동도 중단됐다. 화재 등의 심각한 피해는 없으나 정규 보수 때의 공장 가동 정지와 달리 갑작스러운 정지로 파이프라인에 잔존물이 남아있고 여진도 계속되고 있어 안전 점검에 시간이 소요되고 있다. 정유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한 치바 소재의 스미토모화학이나 미쓰이화학의 경우는 계속 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미쓰비시화학 공장의 가동 재개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 않고 다른 지역 공장에서의 원료 조달도 가능하다. 다만 최근 중국의 왕성한 수요로 일본 공장들의 가동률이 매우 높았기 때문에 다른 나라로의 수출물량을 줄일 가능성도 있으며 나프타 가격, 합성고무 가격 등이 더욱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철강, 큰 손상 없어 피해 복구 진전

 

철강 산업의 경우 가동이 멈췄던 신일본제철의 치바현 기미즈 공장이나 JFE스틸 등의 고로가 다시 가동에 들어갔다. JFE스틸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하기도 했으나 생산시설에 큰 손상이 없다. 대규모 철강 산업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인다. 단 전기로와 중소공장의 가동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일본 각 산업의 생산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이긴 하지만 공장에 대한 물리적 손상은 대부분 미미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통신기기용 부품, LCD 회로용 필름, 반도체웨이퍼, 정유 등의 분야에서는 불안정성은 있지만 대체적으로는 여진이 멈추고 전력 및 인프라 사정이 개선될 경우 빠른 생산 회복세를 나타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자료=LG경제연구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