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장곽인섭
해양환경관리공단 곽인섭 이사장
16만여톤 유입 쓰레기 중 8만여톤만 수거돼

해양환경 보전에 대한 국민의식 전환 시급 

 

지난달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유출된 방사능 물질이 대기와 해양을 오염시켜, 전 세계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있다. 인근 주민에게 미칠 직접적인 영향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수출된 수산물을 먹게 될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가 국민들까지 생각한다면 그 피해의 규모는 예측하기도 어렵다. 이러한 해양오염은 해양생물의 서식공간을 침해하여 성장 및 생존을 위협할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변화를 유발시키는 물론 사람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우리는 흔히 해양오염이라고 하면 2007년 말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헤베이스피리트호 사고나 작년에 일어난 멕시코만의 시추선 폭발사고 같은 기름유출로 인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해양을 오염시키는 주원인은 주로 육지에서 유입된 비닐류, 가전제품, 양식장에서 흘러온 각종 스티로폼 등 부유물 및 선박에서 버린 생활쓰레기 등이 대부분으로, 전체 오염원의 80%를 차지하고 있다.

 

해마다 16만여톤의 쓰레기가 해양에 유입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중 8만여톤만이 수거 처리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육상폐기물(하수슬러지, 가축분뇨, 음식물폐기물 처리폐수, 산업폐수 등)의 해양배출량은 무려 450만㎥에 달했다. 다행히 정부의 해양배출 저감대책으로 2006년에 대비하여 50% 줄어든 수치다. 하지만 폐기물의 해양 투기로 인한 해양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협약인 런던협약에 가입한 우리나라로서는 매우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구 전체 면적의 71%를 뒤덮고 있는 해양은, 생물들이 소비하는 산소의 75%를 생성하고 이산화탄소의 50%를 흡수한다. 또한 지구가 발생시키는 각종 오염물질을 정화시키는 허파로서의 중요한 기능을 담당한다. 그러나 최근 대기 중의 온실가스 농도가 증가하면서 해양환경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지구상에서 발생한 열에너지 중 80% 이상이 해양에 흡수되어 과거 40년간 수온이 0.1℃ 상승한 것이다. 이와 같은 수온의 상승은 해수면 상승으로 연결되어 해안 및 저지대가 침수되고 태풍의 세기를 더욱 강하게 하는 역할도 한다.

 

한편 대기 중에 증가한 이산화탄소는 해수에 용해되어 해양의 산성화를 초래한다. 해양 산성화는 미세한 해양생물의 생장에 영향을 주고 나아가 해양생태계 전반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지구의 온난화 속도보다 해양의 온난화 속도가 더욱 빠르다는 것이다. 이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양의 변화와 영향이 우리가 예상하고 있는 범위를 뛰어넘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해가 갈수록 수온 상승률이 커져만 가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제 해양오염 방지와 해양을 통한 기후변화대응은 더 이상 미루거나 피할 수 없는 중요한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전 세계가 모든 산업에서 저탄소 녹색성장을 추구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 역시 2020년까지 BAU(Business As Usual : 배출전망치) 대비 30%의 온실가스를 줄이겠다는 자발적인 목표를 발표했고, GDP의 2%를 투자하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또한 정부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5개년계획('09~'13)을 수립하여 2020년까지 세계 7대, 2050년까지 5대 녹색강국 진입을 목표로 전략을 세워 놓고 국민의 일상생활과 의식 변화를 위하여 ‘Me First, 녹색은 생활이다’라는 슬로건을 내놓았다.

 

이와 같은 장기목표와 함께 해양환경보전을 위한 다양한 대책도 추진 중에 있다. 무엇보다도 먼저 기후변화 및 교토의정서 상의 온실가스 배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하여 CO₂ 배출원에서 포집된 대규모 CO₂를 지하 800m 이하의 해저퇴적층(대수층, 가스·석유층)에 저장하기 위한 핵심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교토의정서 상의 CO₂ 배출규제압력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선진 외국기술의 도입에 따른 막대한 기술 도입료를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우리나라 주변 해역에 대한 물리적 및 생태적 정보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 이러한 자료를 토대로 미래의 해양변화를 보다 정확히 예측하기 위한 모델을 개발 중에 있다. 이는 해수면 상승 및 해일 등으로 인한 연안지역의 취약성을 평가하여 지역에 맞는 적응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자료로 활용될 것이다.

 

아울러 해양생태계 보전 및 관리 차원에서 무안갯벌, 순천만 같은 10곳의 습지보호지역과 제주도 문섬 같은 생태계보전해역 4곳을 포함하여 14곳의 해양보호구역을 법으로 지정하여 관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연근해 해역, 항만 및 국가어항, 습지보호구역 등에서 수중침적폐기물을 수거하여 생태계 회복 및 주민생활환경을 개선하고, ‘해양쓰레기 대응센터’를 설립하여 해양쓰레기 정보 통합 관리와 해양환경자료의 정도관리체제를 구축하는 등 정책인프라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그러나 국가의 정책적인 노력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해양 환경을 보전하겠다는 우리 모두의 의식이라 하겠다. 모든 국민이 환경을 보전하는 파수꾼이라고 생각하고 오염된 환경을 다시 차근차근 복원해 나가면서, 자연이 가진 고유의 치유력과 생명력을 다시 회복시켜 주어야 한다. 환경만큼 사람들의 땀방울에 보답하는 정직한 분야가 없다. 사람들이 애정을 쏟는 만큼, 노력을 하는 만큼 더 나은 해양환경이 조성되고 유지될 것이다. 해양은 우리 식탁의 풍요로움부터 녹색성장의 원동력이자 지구 환경문제의 해법까지 제공해 주는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희망이며 삶의 공간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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