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정보가 사회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침에 따라 ‘기상정보는 돈’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기상산업의 가치는 증대되고 있다. 하지만 관측 기반인 기상장비분야는 전략적인 투자 부족으로 대부분의 기상장비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최근 기상청은 ‘기상장비 국산화 및 글로벌 톱브랜드 육성’을 국가 기상업무 발전 목표로 선정하고 세부계획을 추진 중이다. 본지는 기상청 관측기반국 엄원근 국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R&D 투자 부족으로 기상측기 대부분 수입에 의존

‘장영실 프로젝트’ 통해 기상장비 선진화에 나서

 

기상청 엄원근 국장.
▲ 기상청 관측기반국 엄원근 국장
Q 최근 기상청은 기상장비 국산화 정책을 추진 중인데.

그렇다. 범국가적 아젠다에 대한 선제적 지원의 일환으로 위험기상 대응, 기상산업 육성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정책들을 강화할 계획이다. 최근 국지적인 기상재해가 빈발해지고 강해지면서 인적·물적 손실이 급증하는 추세이다. 지금까지 경험할 수 없었던 극단적 기상현상을 정확히 탐지하고 이전의 관측장비에서 얻을 수 없었던 대기의 미세한 부분까지 관측할 수 있는 기상관측장비 개발이 요구되고 있으며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기상장비산업이 기후변화의 선제적인 대응과 녹색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기회요인이자 모멘텀으로 떠오르고 있다.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기상장비산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며 시급하다.

 

Q 우리나라 기상장비산업 현황은 어떤가.

그동안 우리나라의 기상장비 시장규모가 작고 국내 기상장비 업체들이 장비를 개발·제작하기보다는 주로 수입 판매에 치중해 장비분야의 기술개발 투자가 미흡했으며 기상청 차원에서도 과감한 지원을 하지 못했다. 후발주자로서 세계시장에 뛰어드는 일은 선발주자에 비해 몇 배의 노력과 전략적인 R&D 자금의 투자가 필요하다.

 

Q 기상장비 국산화를 통해 얻는 기대효과는 어떤 것이 있나.

1441년에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측우기를 개발하는 등 기상측기의 선도적 업적을 이뤘으나 현재 우리나라는 기상측기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디지털 및 IT강국인 우리나라에서 기상장비가 생산된다면 국내 시장에서의 우선 수급은 물론 해외 수출을 통해 수입대체효과 및 기상측기의 첨단화와 세계화를 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또한 기상장비 국산화는 기상산업 진흥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략적인 집중개발 및 지원을 통해 기상측기 분야가 국가 경제의 신성장 녹색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과정에서 기상산업자에게 많은 기회가 제공될 것이다.

 

Q 그동안 기상장비 국산화 업무가 진행되고 있었나.

2006년부터 기상청의 기상지진기술개발사업을 활용해 기상장비 국산화에 투자했으나 연구비는 전체 기상R&D 예산의 0.5∼0.9% 수준으로 미미했다. 이는 기상청의 R&D규모가 기상예보, 기후, 지진분야 등 다른 기상분야에 비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렸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술개발 투자환경을 개선하고자 올해 신규로 기상산업 R&D 20억원을 확보해 이중 10억원을 기상장비 국산화에 책정, 수입대체 유망품목과 수동관측의 자동화분야에 기술개발을 추진 중이다.

또한 중소기업청의 구매조건부 신제품 개발사업에 2007년부터 참여해 총 9개의 기상장비 국산화 과제를 수행해 3개 과제가 완료됐고, 파고를 관측하는 표류부이 등 2개 과제는 성공해 현업에 활용 중이다. 또한 올해 소형이중편파 기상레이더 개발을 위해 지식경제부와 IT융합 협력과제로 기획 중이다. 또한 작년에는 기상장비산업이 국가산업 정책의 제도권에 진입하도록 지식경제부의 산업기술 분류체계에 기상장비산업기술, 기상서비스산업기술을 등재했다.

 

Q 국내 기상산업 규모를 1000억원대에 이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는데.

지난 2009년 12월 기상산업진흥법 시행 이후 1년 동안 기상사업자는 56개사(기상장비업 50개사)로 증가했지만 20명 이하의 직원 수를 보유한 업체가 34개사로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이렇다 보니 2010년 기상산업 규모는 644억원이며, 그중 기상장비산업은 352억원이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도 자동기상관측장비(AWS, Automatic Weather Station) 등 소수의 기상장비가 국산화돼 인도 등 일부 아시아지역으로 수출되고 있지만 최근 3년간(2008∼2010) 기상장비 무역수지 적자는 166억(수입 242억원, 수출 76억원)에 이르고 있다.

 

Q 최근 국가아젠다의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실천계획은 무엇인가.

국내 기상장비의 수입의존도를 낮추고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기상장비산업의 선진화 사업인 ‘장영실 기상측기 프로젝트(Project)’을 계획하고 있다. 인력양성·기술개발·실용화·기반확충이 전주기적으로 조화롭게 발전할 수 있도록 향후 5년간 500여억원 규모를 투자해 측우기와 같은 세계 선도적인 기상장비를 개발할 계획이다. 또한 국산화된 장비를 국내·외 시장에 내보내기 위해서는 개발된 장비에 대한 신뢰성과 인지도를 먼저 획득해야 한다. 이를 위해 성능인증 관리 및 표준기준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기상장비 성능인증 제도를 중장기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기획하고 있다.

아울러 기상장비산업의 최신 기술·정책에 대한 정보 공유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5, 9, 11월에 스마트 기술․정책 포럼을 개최할 예정이다. 기상기술을 IT 뿐만 아니라 BT, ET, NT 등과 연계해 다학제적 토론을 통해 국가의 지속 가능 발전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견인할 수 있는 국산화 정책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Q 최근 기상정보를 활용한 응용서비스 분야에 대해 관심이 높다.

최근 다양하고 새로운 기술을 접목한 신장비가 개발되고 있다. 기존에 개발돼 사용되고 있던 기술이 보완되거나 타 분야에서 개발된 기술과 융합되면서 새로운 기술이 장비로 구현되고 있다. 일례로 2009년 제안된 ‘웨비게이션(Weavigation)’은 기상기술력과 IT 기반의 네비게이션이 접목한 새로운 기상서비스이다. 도로구간의 안개, 결빙 등 도로면 기상상태를 이 지점을 통과하는 차량들에게 제공하는 교통 및 여행정보서비스로 운전의 안전성과 효율성을 높여주는 입체적인 기상정보서비스 모델이다.

2005년 한국에서 세계최초 상용서비스를 성공한 DMB 등 교통여행정보 전송기술을 바탕으로 도로기상정보 수집, 모바일 환경정보 전달기술, 차량단말이 보급되면 향후 2∼3년 이내에 세계 최초로 웨비게이션 서비스의 구현이 가능하며, 네비게이션의 보급률 증가와 스마트폰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맞춰 웨비게이션 시장도 동반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듯 기상기술이 융합기술과 접목되면 새로운 개념의 기상서비스가 구현될 수 있어 국가의 지속 가능 발전과 신성장동력 창출을 견인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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