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지난 2010년 5월 사회적 책임에 관한 국제표준을 담은 ISO26000이 확정되면서 이른바 기업의 윤리경영 시대가 열렸다. 지난 40여년간 기업활동으로 얻은 이윤을 사회로 환원하며 ‘아름다운 나눔’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인터불고그룹의 권영호 회장은 최근 이화여대 환경공학과의 초청강연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본지는 권 회장이 말하는 ‘나눔’에 대해 들어보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주>

 

‘0’에서 시작한 성공신화, ‘나눔’의 기회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이란 최근 기업의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을 높이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주장이 경영이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제 ‘착한 기업’을 요구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기업은 미래 시장경쟁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는 5월2일 오후 5시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인터불고그룹의 권영호 회장을 초청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강연을 개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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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불고그룹의 권영호 회장은 강연을 통해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에서 벗어나 축

적된 이익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쓸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강조했다.


인터불고그룹은 원양어업을 기반으로 약 20개의 계열사에 4000여명의 직원이 근무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세계 속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으며, 그동안 기업이윤을 사회로의 환원 실천, 고령친화산업 및 교육시설을 설립하는 등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말이 회자되기 훨씬 이전부터 나눔을 실천하고 있었다.

 

이번 초청강연에서 권 회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학문적 이론의 전달보다는 성공한 기업인으로서 기업운영과정에서 터득한 경험담과 한국인으로서의 삶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하는 시간이 마련됐다.

 

권 회장은 “현재 우리나라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으로 국민총생산 1만불 시대에 접어들었다. 처음 원양어업 1세대로 사업을 시작하던 1960년대 당시 국민소득은 50불에 불과했다. 가난을 극복하고자 빈손으로 해외에 진출해 스페인 현지에서의 문화적 차이, 언어문제 등 어려운 조건에서 이웃과 동화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또한 원양어선을 타고 악기후 속에서 허리에 줄을 묶어가며 갑판에서 일을 할 정도였다”라며 수산업자로서 어려웠던 사업의 시작을 회상했다.

 

권 회장의 이런 노력은 한마디로 부자가 되기 위해서였다. 어려서 너무 가난해 배불리 먹는 것이 가장 큰 소원이었다는 권 회장은 어머니께서 해주신 “가난은 부끄러운 것이 아닌 불편한 것이다”라는 말씀에 가난을 운명으로 받아들였고, 운명은 인생을 좌우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20대 어린 나이에 원양어업에 뛰어든 것이다.

 

경북 울진 출신인 권 회장은 26살 때 폐선 직전의 선박 1척으로 수산업을 시작해 20여년만에 40여척을 보유한 성공신화의 주인공으로 스페인과 네덜란드, 앙골라, 가봉 등을 비롯해 국내에도 인터불고 호텔과 골프장, 건설업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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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화여자대학교 환경공학과는 5월2일 오후 5시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인터불고그룹의

권영호 회장을 초청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란 주제로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특별강연

을 개최했다.


권 회장은 “인간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경제행위이다. 우리가 살면서 경제적인 부분은 절대 배제될 수 없듯이 기업의 가장 큰 목표도 이익을 내는 것이다. 하지만 기업은 단순히 이익을 내는 것에서 벗어나 축적된 이익을 어떻게 가치 있게 쓸 수 있는지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라고 밝힌 뒤 “우리나라는 자본사회로 자기가 잘 벌어 잘 쓰는 것이 당연한 자본주의사회 논리이지만 주변에 어려운 이웃이 존재하는데 혼자만 잘살면 무슨 소용이 있는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돈이 남아서 하는 것이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라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의 당위성에 대해 강조했다.

 

74만평 토지 기증은 최대의 숙원사업

 

길림대로부터 황소상.

▲ 인터불고그룹은 그간 장학재단을 통해 7000여명에게 130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후원했으며, 중국에 직업학교와 병원 등을 설립해 소외된 이웃

에게 도움을 전하며 아름다운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사진은 권영호 회장

이 길림대로부터 황소상을 받는 모습. <사진=인터불고그룹>

 

인터불고그룹은 그간 장학재단을 통해 7000여명에게 130억원 이상의 장학금을 후원했으며, 1996년에는 애국가 작곡가인 故 안익태 선생의 유택을 매입해 정부에 기증했다. 이밖에도 중국 지린성에 직업학교와 병원 등을 설립해 소외된 이웃에게 도움을 전했다. 또한 권 회장의 숙원사업이던 개인소유 74만평(200억원대) 토지를 계명대학교에 무상 기증하는 등 국경과 분야를 초월해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나눔을 전했다.

 

아울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중 환경에 대한 부분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최근 환경문제가 우리 삶의 새로운 가치기준이 되고 있다.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보면 육지에서 버린 쓰레기더미를 쉽게 볼 수 있다. ‘죽음의 무덤(dead zone)’이라 불리며 바다를 훼손하는 이 쓰레기 더미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하게 쌓여 있다. 우리가 무심코 바다에 버린 쓰레기들은 머지않아 인류의 적으로 돌아올 것이다”라며 환경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것이 선진화로 가는 길이라는 환경에 대한 쓴소리도 전했다.

 

이어 권 회장은 성공한 기업가로서 거듭나기 위한 성공비결에 대해서도 조언했다. 그는 성공의 조건으로 두 가지를 꼽았는데 그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절약’이다.

 

권 회장은 “기업가로서 성공하고 이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이 필요했다. 그중 가장 핵심적인 것이 바로 ‘절약’이다. 회사차원에서의 절약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자신에게 엄격한 절약을 통해 더 큰 나눔을 실천할 수 있었다”라고 성공의 비결을 밝혔다.

 

어려서부터 몸에 익은 절약습관으로 냉난방비 줄이는 것은 기본, 물 절약, 소형차 타기, 그리고 시간절약에 대한 중요성도 강조했다. 아낄 수 있는 것은 모두 아끼라는 말이다. 실례로 권 회장이 한국 주재 앙골라 명예총영사로 청와대 환영 만찬에 초청돼 갔을 때도 10년이 넘은 엑셀 승용차를 타고 간 것은 그를 아는 사람이라면 다 아는 유명한 일화다. 수십조의 자산가인 그가 아직까지도 소형차를 탈 만큼 ‘절약’은 그의 일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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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조의 자산가인 권영호 회장은 아직까지 소형차를 탈 만

큼 ‘절약’은 그의 일상이다. 사진은 강의를 마친 후 이화여대 학

생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그가 밝힌 또 하나의 성공비결은 바로 ‘열정’이다. 그가 60세가 넘어서 학위를 수여하고 지금까지 긍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가치관도 바꾸는 힘 ‘열정’

 

권 회장은 “목표를 정해놓고 1%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열정적으로 노력하라. 작은 습관의 차이가 인생의 성패를 가늠하고, 배려가 습관이 된다면 인격과 가치관이 달라진다”라며 “아무리 좋은 환경이라도 열정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고, 아무리 나쁜 환경에서도 열정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과 힘이 있다면 성공할 수 있다”라며 열정을 통한 성공에 대해 강조했다.

 

권 회장은 가장 감명 깊게 본 영화 중 하나로 ‘빌리 엘리어트’를 소개했다. 탄광촌에 사는 11살짜리 소년 ‘빌리’가 권투를 가르치려던 아버지를 꺾고 런던의 로얄발레학교에 입학해 발레리노로 성장하기까지의 이야기로, 이 영화에서 로얄발레학교 시험을 본 후 춤을 출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는 선생님의 질문에 빌리가 말한 한 마디, “내 몸 전체가 변하는 기분이죠. 마치 몸에 불이라도 붙은 느낌이에요. 전 그저 한 마리의 나는 새가 되죠. 마치 전기처럼요”. 권 회장이 꼽은 최고의 명대사이다. 빌리의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한 마디였다고.

 

권 회장은 어렸을 때 꿈꿨던 것은 ‘배불리 먹는 것’과 ‘부자가 되는 것’, 이 두 가지 소원이었다. 첫 번째 소원 ‘배불리 먹는 것’은 이미 이뤘고, ‘부자가 되는 것’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이미 정상에 오른 기업가가 아직도 부자가 아니라는 말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아직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위해 그리고 우리 이웃을 위해 해야 할 일이 많다는 것이다.

 

좌절할 때마다 헤밍웨이 소설 ‘노인과 바다’를 되뇌곤 한다는 권영호 회장. 권 회장은 “내 인생은 그 노인과 닮아있다. 소설에서처럼 행운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지만 기회는 쉽게 포기하지 않은 사람에게 오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늘 노력하려고 한다. 성공은 ‘열정’을 갖고 우리가 얼마만큼 실천하는지가 중요하다”라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서 가슴으로 바다와 국가를 향한 뜨거운 열정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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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연을 마친 후 권영호 회장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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