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승 지도위원3.

▲이호승 지도위원은 험악한(?) 겉모습과 달리 매우 친절하고 사려가 깊은 사람이다. 여러 번의

 구속 등 힘든 일을 많이 겪었지만 여전히 철거민들의 주거권을 위한 합법적인 운동을 멈추지 않고

 있다. <사진=김경태 기자>


‘공익’이라는 이유로 사유 재산권 침해는 부당

개발에 반대하면 ‘사회불안세력’ 매도 억울해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흔히들 ‘재개발’, ‘철거민’ 하면 골리앗 투쟁 등 과격시위를 연상하지만 1993년 설립된 전국철거민협의회는 적절한 보상을 위해 ‘폭력’과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준법투쟁을 선택했다. 전철협은 철거민도 공부해야 하고, 주거권이라는 자신들의 권리를 당당하게 외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편집자 주>

 

Q. 흔히들 ‘철거민’ 하면 과격한 행동을 떠올린다.

 

A. 개발지역 문제를 해결하려면 지역의 주민들이 모이는 것을 ‘공안적’ 시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그분들이 토론을 통해 원하는 것을 털어놓고 상의하게 만들어야 한다. 남대문을 방화한 분은 철거만 2번 당한 분이다. 물론 의심할 여지 없이 나쁜 짓이고 그런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사회가 자꾸 개인을 극한 상황으로 몰아가면 그런 일이 다시 생기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우리는 개발지역주민들에게 결코 과격한 행동을 하지 말고 법을 준수할 것을 설명한다. ‘우리의 권리를 내세우고자 남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된다’라고 누차 강조하지만 억울하고 분한 사람이 생기는 세상이라면 그런 일이 없으리라고 어떻게 장담하겠는가.

 

Q. 전국철거민협의회란 어떤 단체인가?

 

A. 많은 분들이 철거와 보상 문제로 고통받고 심지어 극단적으로 자살에까지 이르는 현실을 타파하고자 1993년에 전국철거민협의회가 생겨났다. 당시 철거민들은 세입자들이 중심이 됐는 데 재개발되는 지역은 대부분 문화적으로나, 교통적으로나 낙후된 지역이다. 세입자들은 방값이 싸다는 이유만으로 그곳에 들어가 살게 된다. 그런데 재개발을 하게 되면 수백에서 수천 세대의 엄청난 인구가 동시에 나오면서 인근 지역의 집값이 매우 상승하게 된다. 정부가 당시 4인 가족 기준으로 430만원 정도를 지급했는데 ‘우리가 50만원 보증금에 살았으니 8배 남은 것 아닌가’라고 할 수 있지만 실제로 다른 지역으로 가보면 1000만원, 2000만원을 요구했기 때문에 갈 곳이 없어져 사회 문제가 된 것이다. 그래서 철거민들끼리 뭉쳐서 정부에 한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 그런 생각에서 1993년에 장충단공원에서 시작해 이제 18년이 됐다.

 

Q. 철거민들에 대한 처우는 개선되고 있는가?

 

현재은~1.

▲이호승 위원장은 “사회가 자꾸 개인을 극단적인

 상황으로 몰아가고 있다”라며 걱정하고 있다.

A. 우리나라 재개발 과정에서 철거민 문제의 핵심은 개발하면서 지역주민들에게 현 시세대로 보상을 다하면 남는 게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익’이라는 두루뭉술한 이름을 내걸고 지역민의 재산평가를 현실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개발지역에 사는 주민들의 재산평가를 매우 낮게 책정하고 ‘공익적 사업’이라는 이유로 강행하는 것이고 주민으로서는 재산권 침해, 혹은 생존권에 대한 위협으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인류학자들이 주장하는 주거권이라는 개념에 따르면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최소 3.5평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4인 가족이 최소한의 행복을 누리려면 어떠한 정부라도 국민에게 14평이라는 공간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까지 개발지역의 주민들은 주거권 확보 차원의 운동을 하고 있다.

 

지난 용산참사 같은 상가세입자들의 문제는 노동자가 회사에서 쫓겨나는 개념으로 보는데, 상인들이 그곳에서 장사하며 상권을 형성했기 때문에 지역의 땅값이 올라간 것이 아닌가, 그러나 권리금이나 인테리어 비용, 거래처 등의 비용을 조금도 인정하지 않아 4개월치 영업보상비만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러나 그들이 4개월 수입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영업한다고 해서 이전만큼의 수입을 얻을 수 없다는데서 문제가 발생한다.

일본도 우리처럼 권리금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는 조합과 사업자 간의 사적인 관계로 책임을 미루지만 일본은 행정당국이 공적의무를 지닌다. 예를 들어 인허가권을 가진 행정당국이 이를 행사할 때 지역에서 얼마나 살았는지, 장사를 했는지 등을 따져 지역주민의 입장을 중립적으로 반영하기 때문에 빠른 개발을 원하는 사업자는 지역주민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다. 미국은 한 술 더 떠서 이주를 먼저 하고 완전히 정착할 때까지 보상하고 있다. 그와 달리 한국은 재산권을 뺏어갈 때는 정부가 나서면서 평가나 보상에는 전혀 책임을 지려 하지 않는다. 영국 같은 나라에서 정부가 하는 주택사업은 공공임대사업만 복지차원에서 하는 것이다. 우리처럼 돈을 벌기 위한 사업을 ‘공적사업’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Q. 부동산은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A. 토지공사나 개발부처의 인식은 ‘집을 많이 만들면 집값이 내려갈 것이다’라는 것이다. 거기에 대해 우리가 ‘그렇게 집을 많이 지었지만 결국 가진 사람들만 10채, 20채씩 많이 가지고 있지 않느냐’라고 반문하면 그들은 ‘집값이 올라가는 것이 무엇이 나쁜가, 돈 벌어서 사면 되지 않느냐’ 이런 식이다. 우리나라는 부동산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것이 정도를 넘어섰다고 생각한다. 개발을 통해 주거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많은 이윤을 창출할 것인가에만 관심이 쏠리고 있다. 토지주택공사가 통합되기는 했지만 사실 우리는 그곳을 없애고 주택청이라는 기관을 만들어서 이름 그대로 복지적 차원의 임대주택사업만 하고 공공임대 외에 일반주택사업은 민간업체들의 시장논리에 맡기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Q. 단체가 만들어지고 18년이나 됐는데 규모가 너무 작다.

 

A. 철거민 관련 7개의 단체가 있지만 사무처를 가진 곳은 우리밖에 없을 정도로 이쪽 사정은 열악하다. 특정 지역의 대책위원회를 만든다면 이것은 기존 제도에 없는 보상을 얻으려는 것이기 때문에 사회불안을 조성하는 세력으로 매도해 지도자가 양성이 되지 않는다. 또한 개발지역 철거민이라는 것이 한시적이다. 노동조합처럼 모체가 되는 기업이 있는 것이 아녀서 길어야 3~4년, 짧으면 1~2년 만에 해산을 한다. 이분들이 보상을 받고 해산을 하는 과정에서 사업시행처는 우리 같은 단체와 단절을 조건으로 걸고 보상을 한다.

 

보통 건설회사가 서울에서 30평 아파트를 팔면 1억을 남긴다고 한다. 보통 개발이 1000세대 단위로 한다고 보면 이윤이 1000억이 된다. 그래서 시공사들은 개발지역에서 주민들이 모이는 것을 막으려고 사전에 수십억을 쓴다. 아주머니들을 활용해 ‘모여봐야 헛수고다’ 이런 말을 퍼뜨리고 심지어 ‘용역 깡패’를 동원해 지역에 상주시키는 방법까지 사용한다. 어제도 성남의 한 시장에 상담을 받았는데 그곳에서 좌판을 벌여 장사하는 분들이 얼마나 많겠는가? 그런데 용역을 고용해서 일 못하게 아침저녁으로 방해하다가 가구당 150만원을 보상하고 강제로 내쫓았다. 지금도 이런 일이 벌건 대낮에 일어나고 있음에도 우리가 이런 분들을 돕지 못하고 있다.

 

선진국에서 공익을 앞세워 개인의 토지를 뺏거나 생존권을 유리하는 일이 일어나겠는가? 도대체 공익이 무엇인지를 알 수가 없다. 우리와 같이 시작한 교육이나 환경운동 단체는 엄청나게 커졌지만 우리는 아직 그대로다. 그분들은 생활고는 있을 수 있지만 신체적 위협은 받지 않을 것 아닌가.

 

Q. 앞으로의 계획은?

 

A. 반드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는데, 철거민 단체라고 해서 항상 과격한 싸움만 연상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전국철거민협의회는 강제철거나 이를 통한 과격한 싸움을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합법적인 영역에서 미리 싸우자는 것이다. 폭력을 사용하고 목소리를 높여서 떼를 써서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은 잘못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철거민도 연구해야 한다. 무식하게 목소리만 높여서는 안 된다. 여기는 그것을 연구하고 주민들에게 가르치며 어려울 때 함께 하는 곳이다. 우리는 ‘토지와 주택은 삶의 보금자리’라고 주장하며 이런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한편으로 수도권의 지역 언론의 대주주가 건설업체 사장들이다.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는 기자들과 대화 정도나 가능하지, 재개발과 관련해 큰일이 벌어지면 그분들도 기사화하기 어렵다. ‘개발’과 반대편에서 이야기하면 귀 기울이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없다는 것, 우리 이야기를 실어줄 언론이 거의 없다는 것에 대해 안타까움을 많이 느낀다. 환경 관련 언론은 그런 것에 좌우되지 않고 이쪽 문제를 다룰 수 있어 우리로서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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