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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촌진흥청 유전자분석개발과 한장호 농업연구관

 

사라져가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 사막화와 가뭄으로 고통 받는 아프리카, 녹고 있는 빙하로 인한 해수면 상승. 현재 지구의 상황이다. 이런 상황은 지구 온난화의 여파를 보여주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의 주원인은 온실가스 배출이다. 산업혁명 이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하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석탄, 석유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구온난화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볼 수 있다.

 

기후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만든 유엔 산하 협의체인 IPCC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다. 그 자료는 2100년까지의 온도변화를 예측하고 있다. 2000년도를 전후로 수 백 년간 큰 변화 없이 유지됐던 지구의 온도가 급격히 상승했다. 그 원인은 CO₂와 온도에 상관관계가 있다. 해마다 화석연료의 사용량은 늘어나고 있고, 화석연료를 쓰면서 대기 중에는 이산화탄소가 배출되게 된다. 이 이산화탄소가 온실효과 등의 기후변화를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지구온난화는 오늘날 많은 문제점을 일으키고 있다. 온난화로 인해 날씨를 감지하는 유전자에 혼란이 온 식물들은 개화를 일찍 하게 됐고, 새들은 언제 얼어붙을지 모를 시기에 조기산란을 한다. 곤충과 식물 및 동물들의 서식지도 기후변화에 따라 이동했다. 2009년 국립생물자원관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난대성 상록활엽수의 북방한계선이 위쪽으로 올라갔다고 한다. 이는 지구온난화 때문에 상록활엽수 서식지가 북쪽으로 크게 이동했음을 시사하고 있다.

 

온난화에 의한 기온상승과 극단적인 기후변화(폭염·가뭄·홍수 등)는 오늘날 세계적으로 가장 관심 받는 환경 문제이다. 기후변동으로 인해 신종 해충까지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라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최근 경기도 안성, 평택 등 일부 지역에 담배가루이, 감자뿔나방과 같은 새로운 외래해충이 경기도에 처음으로 유입됐다고 보도됐다. 빠른 속도로 확산되는 이들 외래해충 중에 가장 골칫거리는 담배가루이이다. 담배가루이는 1998년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유입된 외래해충으로, 점차 시설장미, 토마토, 오이 등에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감자뿔나방은 연평균 기온 10℃ 이상 되는 곳에서 서식하는 온대 아열대 종이다. 1980년도만 하더라도 전라도와 경상도와 같이 주로 남부지역에서 문제시되다가 최근 지구온난화로 서식지가 북상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넋 놓고 바라만 볼 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특히 식량안보가 중요하다는 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온난화로 인해 생물 다양성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이고 신종해충들로 인해 살충제는 날이 갈수록 사용횟수가 빈번해 지고 있다. 이런 상태라면 안전한 먹을거리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그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는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 대응에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눈부신 과학의 성장으로 우리는 유전자 분석을 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미생물 유전분석을 통해 식물품종을 개발할 수 있는 단계까지 온 것이다. 온난화로 인한 기온 및 강수량 변화와 새로운 병해충 발생에 대비하기 위한 품종개발로 인류 발전을 위한 유전체정보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잡초가 많이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다양한 화학성분의 제초제를 개발해 작물재배 과정에 사용하고 있다. 이제는 유전분석을 통한 품종개발로 제초제에 견디는 콩과 벼를 개발해 내고, 해충에 견디는 옥수수와 벼를 만들어 살충제를 사용하지 않고 키워서 먹을 수 있는 품종을 개발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농업은 기후 영향을 많이 받는 산업 특성상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에 따라 크고 작은 수급 불균형 현상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2차 세계대전 이후 1950~1960년대에 개발도상국들을 중심으로 인구가 급증하면서 이들 국가를 중심으로 식량문제가 대두된 적이 있었다. 이때 벼와 밀 등 주요작물을 중심으로 녹색혁명이라고 부르는 종자 개량, 비료 및 농약 개발 등에 힘입어 공급물량이 향상되면서 위기 상황이 호전된 바 있다. 우리나라도 6.25 전쟁 이후 식량 자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가 심각했으나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통일벼가 개발되면서 부족한 식량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안정적으로 식량이 확보돼야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 생산 환경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신작물의 도입과 기후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신품종의 개발이 이뤄진다면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능해질 것이며 더불어 농·산업 경쟁력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기후변화가 지속된다면 지금까지의 기술과 노력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후변화에 따른 온난화, 가뭄,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가 더욱 빈번해진다면 우리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품종을 꾸준하게 개발해야 할 것이다. 전통적인 품종개량 방식만으로는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없다면 최근의 생명공학 기술은 필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원적 접근방식이 필요하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이 있듯이 우리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뜻있게 내딛어야 한다. 사라져가는 킬리만자로의 만년설과 우리의 안전한 미래를 위해 다 함께 노력하는 지구촌 한가족이 되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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