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정보는 국가 경쟁력을 가늠하는 척도

한국, 연구 기간은 짧지만 가능성은 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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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물자원관 이경진 환경연구관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우리 생활 전반에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생물은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면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더불어 다양한 생물정보 확보는 국가 경쟁력의 척도로 생물정보 확보를 위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5월22일 ‘생물종다양성의날’을 맞아 국립생물자원관 이경진 환경연구관과 이야기를 나눴다.<편집자주>

 

Q. 생물종 다양성이 주목받고 있다.

 

생물종다양성이 중요시되면서 그에 따른 교육 및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생물자원을 확보하고 그에 대한 정보를 확보해 상업적으로 활용하도록 하는 연구도 활발하다. 우리나라에 약 10만여종의 생물이 있는 것으로 추정하는데 3만7000종이 발굴·확인됐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생물자원 및 유전자를 확보하고 그에 대한 교육을 통해 생물다양성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또한 확보된 생물자원을 산업적 활용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우리에게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과학이 발달되면서 현재 중요치 않은 생물자원이 미래에는 가치있는 자원이 될 수 있으므로 국내 생물자원을 발굴하고 보존하는 것은 미래세대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Q. 국내 생물은 지역적 특성이 크다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지역적 특성을 강하게 보인다. 특히 해양생물는 서식환경에 있어 해류 영향력이 크다. 우리나라는 쿠로시오 난류, 북한 및 러시아에서 내려오는 냉수대 등 해안마다 해류가 다르기 때문에 생물 서식처가 다양하다. 특히 제주도는 육지와 달리 아열대 기후로 최근에는 지구온난화로 열대생물들이 많이 유입되고 있어 ‘해양생물의 보고’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한편 울릉도는 온난다습한 기후대로 러시아에서 유입되는 한대성 해류의 영향을 받아 제주도와 다른 해양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Q. 우리나라 생물자원 연구는 어느 위치인지?

 

유럽의 경우 생물자원 연구를 시작한지 200~300년가량 됐고, 미국도 의학분야로 한 생물종 연구가 매우 활발하지만, 우리나라의 생물자원 연구 역사는 매우 짧다.

 

일제강점기부터 시작됐다고 볼 수 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일본인학자에 의해 연구가 진행됐고, 해방과 한국전쟁을 거쳐서야 한국인 연구자가 연구를 시작했다. 비록 연구 기간은 짧지만 생물자원 발견가능성이 크고, 연구발전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판단된다.

 

Q. 생물이 경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생물이 단순히 먹을거리의 역할을 하던 시대는 지났다. 과거에는 생물자원을 몰래 가져가 사용하는 것이 만연했지만, 이제 국제적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나라마다 생물자원 소유권 확보에 적극적이다. 이는 생물자원의 단순한 유통 문제가 아니라 생물자원을 발판으로 한 국가 경제성장의 문제로 변화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생물자원에 대한 규제는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단순히 돈을 주고 종자나 종묘를 사서 키우면 됐지만, 앞으로는 생물정보를 무기로 상대국에게 위협을 줄 수도 있다. 특히 쌀이나 식품과 직결될수록 그 여파는 더욱 커진다. 곧 생물자원이 국가 이익 수단은 물론 무기화될 수 있기 때문에 생물자원 확보는 매우 중요하다.

 

최근 신종플루의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팔각회향(중국에서 나는 붓순나무과 식물)이라는 주원료로 만들어진 것이다. 팔각회양의 2차산물에서 신종플루를 치료할 수 있는 원료를 발견해 타미플루로 제작했고, 이는 경제적·의학적으로 세계적인 여파를 가져왔다. 우리나라도 쑥에서 발견된 ‘스틸렌’이 위염치료제로 활용되고 있다.

 

생물정보가 기술·공학과 결합해 석탄 및 석유 등과 같이 자원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러한 BT산업이 활성화되면서 생물에 ‘자원’이라는 단어가 자연스럽게 붙었다.

 

Q. 지난해 나고야 의정서가 채택됐는데.

 

일본 나고야의정서가 채택되면서 국가가 생물자원 정보를 확보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 나고야의정서는 생물자원 이용국과 제공국간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A국에 있는 생물정보를 바탕으로 B국에서 상업화한다면 이에 대한 이익을 A국과 B국이 공유해야 하는데 만약 A국이 생물에 대한 정보를 확보하지 않았다면 생물자원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기 어렵다. 이렇듯 생물자원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면서 나라마다 생물정보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또한 ABS 의정서 채택 이후 생물자원을 몰래 가져가거나 밀반입하는 일이 더욱 어려워지는 등 생물자원에 대한 규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은 유지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생물자원전쟁’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Q.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 확보도 중요해 보이는데.

 

그렇다. 하지만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의 경우 보전이용가치가 높음에도 양이 극소수라 활용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종자를 확보해 배양 및 대량생산이 가능하도록 연구하고 있다. 지난해 종자나 천연물 시범업무를 진행했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해 종자는 1000점, 천연물은 400종류 확보를 목표하고 있다.

 

종자의 경우 모든 종자가 싹을 틔울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싹을 틔울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해 대량 증식할 수 있도록 연구하고 있다. 확보된 종자는 멸종위기종이나 희귀종 복원의 기반을 마련하기도 하고, 20~30년 후에 사용할 수 있도록 보관한다. 

 

더불어 천연물 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천연물은 자연계에서 얻어지는 식물, 동물, 광물, 미생물과 이들의 대사산물로 국립생물자원관에서는 천연물의 역할 및 효과를 분석해 어떻게 자원화·상업화를 할 수 있는지 연구하고 실용화가 가능한 내용은 산업체와 정부에 전달하고 있다.

 

이미 생물자원 전쟁 시대가 도래한 만큼 생물자원은 국가 이익수단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이에 국립생물자원관은 앞으로 국내 모든 생물종을 확보하고, 생물자원의 가치를 탐색해 자원으로서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연구할 것이다.

 

freesmh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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