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소방대원-잘라낸 것
▲서울 마포소방서 김성수 소방대원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화재참사, 교통사고, 건축물 붕괴 등에서 자살자 구조 및 승강기 사고까지 국민들 안전과 생명을 위해 명절과 휴일도 반납한 채 연중무휴 위기 상황에 대기 중인 소방 공무원들이 있다. 대한민국이 역동적이고 안전하게 돌아가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하는 이들은 사실 자신보다 시민들이 우선인 삶을 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5월25일 방재의 날을 맞아 12년째 현장 구조대원으로 일 하고 있는 서울 마포소방서 김성수 소방대원을 만나본다.

 

Q. 소방 현장인력이 부족하지 않은가?

지금까지 소방 공무원은 1부에 8명의 구조대원이 속해 2교대로 24시간 근무하는 격일제 체제였다. 현재는 전국적으로 3교대 시스템으로 교체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지금의 인원으로 3교대를 할 경우 대형사고가 났을 때 현장에서 대비하기에는 부족하고 무리가 있다. 예산이 확보되면 사람들을 더 채용할 수 있어 감당할 수 있을 것이다.

 

Q. 일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와 힘든 때는?

각종 사건사고 현장에 나가면 아무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의 생명을 위험에서 구하는 것이다. 교통사고 현장에서 사람을 구출하는 경우가 제일 많았고 한강에 자살 의도로 투신한 사람들을 구조해 응급처치 해서 소생시킨 경우도 있다. 화재현장에서 인명을 대피시키는 일도 당연히 할 일이다. 구조된 이후 감사를 표하거나 찾아오는 사람은 드물지만 생명을 구했다는 것으로 보람을 느끼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할 때가 많다.

근무한지 12년이 넘었는데 입사 2~3년차는 사고현장을 자주 목격하다보니 출동할 때 심적인 부담이 심하고 사건이 마무리된 후에도 잔상이 계속 남아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를 겪기도 한다. 정신과 상담을 해보면 트라우마가 없어진 것은 아니고 시간이 지나며 내성이 생기게 되는 것이라고 한다. 입사 동기들이 화재사고 현장이 붕괴돼 순직한 경우가 있었다. 그 때 회의도 정말 많이 느끼고, 소방관 일을 그만둘까도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또 현장에 나가면 시민들이 위급한 상황이다 보니 소방관을 슈퍼맨처럼 여길 수 있는데 우리도 사람이기 때문에 불길이 일어나는 현장을 볼 때 무섭기도 하고 어려움도 똑같이 느낀다. 시민들의 마음도 충분히 이해하는데 소방관들도 현장에서 두려움이나 똑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

 

Q. 가족들도 힘들 것 같다.

격일제 근무이다 보니 신혼 때 특히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은 괜찮다. 나이가 들면서는 아이들과 함께 보낼 시간이 부족해서 미안하다. 아이들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중요한 기념일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1년 365일 내내 일을 하다 보니 추석, 설 명절에 부모님을 찾아뵙고 싶어도 갈 수 없다. 명절이나 연휴, 연말연시 등에 소방공무원은 특별 경계근무를 서는 기간이기 때문에 가족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 가족들이 현장에서 일할 때 내심 걱정도 많이 할 것이다. 종교를 갖고 있는 아내가 기도를 많이 해준다. 큰 화재 현장에서 순직하는 소방관들을 보면 걱정하지만 남편에게 일을 그만두라거나 크게 내색하지는 않고 뒤에서 걱정해주고 지지해주는 편이다.

 

Q. 근무가 없는 시간은 어떻게 보내는가?

24시간 근무이기 때문에 항상 대기하고 있는데 저녁 6시 이후에 자유시간이 주어져도 출동 대기상태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시간에 책도 보고 운동도 하고 대기 하며 휴식을 갖는다. 격일 중 휴일에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휴가를 내서 가족여행을 가기는 하지만 휴가철이 아닌 시기에 주말을 피해 평일에 갈 수 있고 휴가 중에도 특별경계 상태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간 후부터는 주말에만 시간이 되기 때문에 여행가기가 쉽지 않다.

 

Q. 처우 개선을 위해 가장 시급한 점은?

현재 3교대로 변경되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예산이 충분히 확보돼야 할 필요가 있다. 소방공무원 지원자들이 과거보다 늘어 경쟁력이 높아졌는데 이에 대한 지원이 있어야 한다. 소방 장비의 경우 전국 소방관들이 모이는 교육시간에 보면 지방에는 장비 확보 현황이 매우 열악하고 보급이 부족해 현장에서 구조하기에 어려움이 많다. 그나마 서울이 장비 지원상황은 좋은 편이다.

지금까지는 신고가 들어오면 무조건 출동을 나가야 했는데 현재 법적으로 위급한 현장이 아닌 경우 출동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를 마련해 9월부터 시행하려고 준비 중이다. 여기서 ‘위급한 상황’에 대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모호하고 어려워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 번 서울 홍제동 화재사고 현장에서 소방 공무원들이 많이 순직했는데, 소방전용 병원이 없는 실정이다. 경찰 병원이 있듯이 소방 병원을 나라에서 지원해줘야 한다. 소방 현장에서 당한 사고를 치료하기 위한 정부 지원금도 몇 년 간 제공될 뿐 큰 사고에 대해 완치까지는 지원이 되지 않는다. 소방 병원이 있다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

 

Q. 기타 국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장난전화는 홍보가 많이 돼서 줄어들었는데 출동할 때 동네나 골목길에 불법주차 한 차량 때문에 소방차 진입이 불가능한 경우가 여전히 많다. 또한 화재 현장에 가면 주변 일대에 소화전이 있어 물을 끌어 써야 하는데 불법 주차 차량이 소화전을 가로막고 있어서 먼 곳에서 물을 끌어다 써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주차할 때 조금만 신경 써 주시고 배려해 주신다면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보탬이 될 것이다.

또한 도로에서 소방차가 출동 중인데 운전자들도 급하기 때문에 양보하기 쉽지 않은 것 같다. 소방차가 사이렌을 켜고 갈 때는 ‘우리 집에 불이 났다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으로 조금만 양보해 주신다면 긴급한 도움이 필요한 현장까지 신속하게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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