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체험.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에 대해 환경규제 준수를 넘어 완벽한 환경경영을 기대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이 환경규제를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비난과 소송 등 갈등에 직면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소비자의 기업에 대한 환경 감시는 더욱 강화되고 있고 기업이 책임져야 하는 환경의무의 범위는 전체 공급사슬과 상품의 소비, 폐기 과정까지 확대되고 있으며 보다 완벽한 환경경영을 기대하는 사회적 규제는 기업에게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있다. <편집자 주>

 

다수의 기업들은 이러한 그린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 성과 달성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기업이 ‘친환경’을 표방하는 것이 보편화 되면서 환경 성과 달성만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그린 스트레스를 잘 활용하고 환경 성과와 수익성을 연결하는 지혜로운 기업의 전략이 더욱 필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그린 스트레스는 기업이 환경규제를 준수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자의 비난과 소송 등 갈등에 직면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기존의 환경규제는 기업이 생산공정에서 불법으로 오염물질을 배출하거나 금지된 원자재를 사용하는지 여부 등을 감시하는 것이었으나 최근에는 기업이 직접 환경피해를 유발하지 않더라도 공급업체나 하청업에 등에서 환경과실이 발생하면 소비자의 비난을 받는 추세다.

 

스타벅스 일회용 컵.
▲스타벅스는 1회용 컵 없는 매장 등 적극적인 환경경영에 나서고 있다.<사진=스타벅스코리아>

하청업체 불법도 비판 대상

 

애플은 중국 하청업체가 환경법을 위반하고 미국 내 데이터센터가 화력발전소로부터 전기를 공급받는다는 이유로 환경단체의 비판 대상이 됐다. 이에 따라 기업에 요구되는 환경경영의 수준이 ‘환경 개선 노력을 하는 것’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완전히 제거하는 것’으로 강화되고 있다. 유니레버는 자사의 팜유 공급업체가 밀림을 파괴하다는 비난을 받자 팜유를 전량 친환경적으로 바꾸는 계획을 발표했다.

 

한편으로 소비자가 기업의 환경문제 감시에 적극 참여하면서 그린 스트레스가 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증가하고 있다. 미국기업의 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행정소송 규모는 일정한 반면, 민사소송 규모는 증가추세에 있으며 과징금 액수도 행정소송의 약 2배(2006~2010년)에 달한다. 소비자 설문조사에서 “기업의 환경문제 개선을 위해 불매운동에 참여하겠다”라고 응답한 비율이 44%, “전화나 이메일로 직접 항의를 하겠다”는 응답 비율도 32%(복수 응답)에 달하고 있다.

 

특히 환경문제에 대한 네티즌의 관심이 급증하고 있는 2010년 주요 환경 블로그의 1일 방문자 수는 2007년 대비 40~66배 증가하고 있으며 전 세계 네티즌이 환경운동 사이트인 OMAOG(One Million Acts of Green)를 통해 환경실천 아이디어 약 397만건을 제안했으며 네슬레의 팜유 파동 시 항의 이메일이 약 20만건에 달할 정도였다.

 

이에 따라 그린 스트레스를 예방 또는 대비하기 위한 경제적 부담이 증가하고 있는데 환경 갈등에 대비해 기업의 환경준비금(reserve)이 증가 추세에 있으며 기업을 대상으로 한 환경보험 상품도 증가하고 있다. 환경갈등에 자주 휘말린 미국의 주요 석유 기업들은 환경준비금을 자산 대비 2003년 0.3%에서 2006년 0.39%로 증가시켰다. 또한 환경보험 판매 기업이 1990년 4곳에서 2010년에는 최소 40곳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2008년 경기침체 당시에도 북미 기업의 80%가 내년도 환경 관련 비용을 늘리거나 유지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다수의 기업들이 그린 스트레스에 대응하기 위해 환경 성과 달성에 노력하고 있으나 이러한 노력에 대한 홍보효과는 크지 않을 전망이다. 기업은 현재 주요 비판 대상인 유해물질 사용, 온실가스 배출, 폐기물 관리, 공급사슬의 환경 성과 관리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대부분 기업이 친환경 홍보를 강화하기 때문에 환경성 강조만으로는 차별화에 한계가 있다. 세계 주요 언론 광고에서 친환경을 강조하는 비중이 1980년 말 2%에서 2008년 10%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북미에서 판매되는 유아용품 중 3분의 2가 유해물질이 ‘제로(Zero)’라고 홍보하고 있다.

 

유니레버.

▲유니레버는 친환경 상품을 개발해 2020년까지 기업의 환경 영향을 반으로 줄이는 ‘지속가능한

생활계획’을 2010년에 발표했다.<사진=유니레버코리아>


선진 기업의 사례 참고해야

 

그러나 기업의 친환경 강조가 소비자의 신뢰를 얻지 못하면 오히려 기업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품의 환경정보가 올바르지 않다면 구매를 중단하겠다”라고 응답한 소비자가 무려 71%에 달하고 있는 것이다. 그린 스트레스에 대해 방어적인 대응 단계를 넘어 적극적인 활용 방안에 대해 고민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그린 스트레스에서 성장동력을 찾아 전략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선진 기업의 사례를 통해 기업의 환경 성과와 수익성을 연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선진 기업들은 환경성과를 직접 홍보하기보다 기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이미지의 약점을 희석시키거나 강점을 부각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혁신적인 방식으로 환경 성과를 달성해 브랜드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희석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H&M은 유기농 면이나 폐기물을 재활용한 섬유를 패셔너블한 디자인에 적용해 기존의 ‘칩시크(cheap-chic)’ 이미지에서 ‘에코시크(eco-chic)’로 변화했다. 친환경으로 인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지만 대신 품질이 매우 좋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또한 제냐는 1930년대 창업 당시부터 시작한 환경경영과 친환경 소재, 전통적 제조 방식이 고급 소재의 비결이라고 강조함으로써 ‘에코 럭셔리(eco-luxury)’ 이미지를 구축했다.

 

한편으로 소비 시 환경영향을 적게 발생하는 상품을 개발해 판매함으로써 소비자의 녹색생활 욕구를 충족시키고 있다. 상품의 제조과정보다 소비과정의 환경 성과 개선에 중점을 두고 있다.

 

필립스의 에너지 고효율 조명기기처럼 상품 사용 시 에너지와 물 사용량, 온실가스와 오염 발생 등을 저감할 수 있도록 상품을 혁신한 것이다. 월마트의 포장재 절약 정책, 스타벅스의 일회용 컵 소재 개선 노력도 여기에 해당한다.

 

유니레버는 친환경 상품을 개발해 2020년까지 기업의 환경 영향을 반으로 줄이는 ‘지속가능한 생활계획(Sustainable Living plan)’을 2010년에 발표한 바 있다.

 

아시아나항공1.

▲국내 기업 중에서는 드물게 아시아나항공은 2009년 WBCSD의 우수환경경영 사례로 선정됐다.

<사진=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우수환경경영 사례

 

국내 기업의 환경 성과는 이미 국제 환경단체의 감시 대상이다. 환경 성과가 우수한 국내 기업은 국제 인지도를 높이는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연료관리 정보시스템을 통해 탄소배출을 감축하고 엄격한 환경경영을 시행한 성과를 인정받아 2009년 WBCSD의 우수환경경영 사례로 선정됐다. 그린피스는 전자제품 기업·상품 환경성 평가에 국내 기업을 포함해 전자제품 기업과 제품군별로 유해물질 사용, 에너지 효율, 재활용, 혁신 정도 등을 토대로 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그린 스트레스에 대한 국내 기업의 인식 수준은 해외 기업에 비해 뒤처진 상태다. 활발한 해외진출로 글로벌 사회의 그린 스트레스에 노출돼 있음에도 불구 리스크 에방에 대해서조차 적극적인 노력이 부족하다. 날로 증가하는 국제 환경규제에 대해 해외진출 기업의 31.3%는 특별한 대응방안이 없으며 50.3%는 필요에 따라 요구수준에 대응한다고 응답했다.

 

반면 해외 기업은 환경문제를 리스크에서 기회로 인식하고 있으며 환경 성과에 적극적인 기업의 66%가 “지속가능성과 수익성이 연결돼 있다”고 생각했고 38%는 “지속가능성을 경쟁력”으로 간주하고 있다.

 

특히 그린 스트레스에 대한 잘못된 대응은 기업의 평판에 역효과를 유발하는데 환경 개선 성과 없이 이미지 구축만으로 논란을 극복하려고 시도하는 것은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우려가 있다. 또한 무대응이나 시간 끌기는 이슈의 장기화오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 때문에 불필요한 갈등에 휘말리지 않으려면 원자재 공급업체와 하청업체뿐 아니라 피인수 기업의 환경과실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그린 스트레스가 촉진하는 그린 비즈니스는 기업 성장의 또 다른 기회다. 그린 스트레스 대응에 필요한 저탄소 에너지와 청정기술 같은 그린 비즈니스 시장 규모는 커질 것으로 전망되며 친환경 상품 시장은 2009년 약 806억 달러에서 2015년 약 1642억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자료=삼성경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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