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산림’은 기후변화 및 지구환경 위기극복의 해결책으로 꼽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올해는 UN이 정한 ‘세계 산림의 해’로 우리나라 대표적인 산림자원 보존 및 산림정책 연구 기관인 국립산림과학원 구길본 원장을 만나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주>

 

조림면적 확대∙숲가꾸기 통해 탄소흡수기능 증진에 기여

목재이용 기술개발 등 산림이용도 증진 연구수행 예정

 

국립산림과학원 구길본 원장을 만난 곳은 홍릉수목원 내 풍산가문비나무 식수를 하고 있던 침엽수원에서였다. 역시 ‘산(山)사람’이라 그런지 식수행사를 하는 내내 얼굴에 미소가 끊이질 않았다. 구 원장은 “피터 톰킨스의 ‘식물의 정신세계’라는 책을 보면 식물들도 인지능력이 존재한다고 밝히고 있어요. 거짓말탐지기를 식물에 적용했을 때 벌채하는 사람들이 다가가면 떨림이 감지되는 등 식물에도 감정이 있다는 거죠. 식물치유가 효과가 있는 것은 인간과 식물과의 교감 때문이 아닌가 생각해요”라며 식물이야기로 말문을 열었다. 산림과 함께 지내온 17여년의 세월만큼 산림에 대해 전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이하 구 원장과의 일문일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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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산림과학원 구길본 원장 <사진=유명환 기자>

 

Q 보통 홍릉수목원으로 더 잘 알려졌는데, 국립산림과학원 어떤 업무를 수행하고 있나.

 

우리 과학원이 홍릉수목원 내에 위치해서 그럴 것이다. 산림과학원의 가장 핵심적인 과제는 산림자원을 잘 보존∙육성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기술을 개발, 산림정책을 지원하는 연구를 하는 것이다. 그에 대한 구체적인 수행업무로는 네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쾌적한 자연 환경의 조성을 위해 산림의 생태 및 환경적 기능을 과학적으로 밝히고 산림재해로부터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산불, 산사태 및 병해충 방제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다. 둘째는, 친환경소재인 목재의 다양한 이용을 위해 새로운 목질 소재 및 친환경 목질 에너지를 개발하고, 목재자원 중심의 임산업을 기술 중심의 첨단 산업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새로운 목재 이용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셋째는, 향후 도래할 자원전쟁에 대비한 산림자원의 육성기술과 다양한 국내 산림유전자원 보존 및 생물공학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소득자원을 발굴, 보급해 농·산촌 주민의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원천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넷째는 산림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과학적 지식에 기반을 둔 다양한 산림정책 방안을 제공하는 산림청의 싱크탱크 역할을 하는 것이다.

 

Q 기후변화가 세계적 이슈이다. 산림과학원의 역할이 더욱 절실할 것 같은데.

 

그렇다. 우리 과학원에서 진행하는 거의 모든 연구가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된 연구과제라고 할 수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 바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산림구조의 개편이다. 난대수종인 편백나무, 후박나무, 가시나무 등 지역에 맞는 수종을 조림해 경제성을 높이고 자연재해에 대비로 단순침엽수가 아닌 활엽수가 혼재하는 다층구조로 전환한다는 계획에 주력하고 있다.

아울러 산림경영 활동을 통한 탄소배출권 확보 노력 역시 매우 중요하다. 한계농지, 수변공간 등을 활용해 점진적으로 조림면적을 확대하고, 숲가꾸기로 탄소흡수기능을 증진할 계획이다. 특히 숲가꾸기를 하면 나무의 생장이 3배 이상 증가하고 수원 햠량 기능이 20~30% 정도 증진, 하층식생이 8배 이상 증가해 그 효과가 아주 크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산림지도인 임상도를 작성하고 있다. 임상도는 국가 산림자원 기본통계 자료를 제공함과 동시에 국제 보고 산림통계 작성, 특히 기후변화협약 관련 온실가스통계 작성에 기여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생물종 보존, 생물종 확보에 대한 목소리도 높다.

 

기후변화 문제는 지구촌의 사막화는 물론 생물다양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많은 학자들이 주장하고 있다. 우리 연구에 의하면 2009년 전국적으로 소나무의 고사현상이 발생했으며, 아카시아나무를 지표로 관찰한 도심의 열섬효과는 점차 가속화되고, 한반도 내의 온도 변화가 이상현상을 보이고 있음이 보고됐다. 이뿐만이 아니다. 고산지대의 구상나무, 눈향나무 등 한대식물종의 쇠퇴현상이 발견되고, 남방계나비와 같은 종의 출현, 도룡뇽의 부화가 빨라지는 등의 현상이 발견돼 보고되고 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모든 생물종에 크고 작은 변화를 초래하고 있다. 우리 과학원은 이와 관련해 생물지표를 이용, 기후변화와 관련한 데이터를 축적 분석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산림생태계의 변화 및 대책 마련에도 연구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특히 유전자원보존을 위해 종자를 보관하거나 소멸위기식물보존원을 운영하는 등의 선진 기술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얼마 전 우리나라 종자임에도 국내에 존재하지 않아 미국에서 종을 들여와 보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제 생물종은 또 하나의 자원으로 종 확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이다. 우리나라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생물종 확보에 노력해야 한다.

 

중국흑룡강성임업국장방문01-09.

▲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3월 중국 흑룡강성 임업국장의 방문을 통해 한국의 산림자원정보 관리 및

정책, 임상도를 소개하고 한국∙중국의 산림자원정보 관련 교류 및 협력에 관한 의향서 체결했다. 이를

통해 향후 양국간의 적극적인 협력관계 확대 및 정보교류가 진행될 예정이다. <사진=국립산림과학원>


Q 최근 봄철 등산객수 증가에 따라 산불발생도 증가하고 있다.

 

아무리 좋은 산이라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최근 봄철 잦은 산불 발생으로 산림이 몸살을 앓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 산불은 예방이 최고의 대책이며, 발생했을 때는 신속한 대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과학원은 산불예방 및 산불발생에 대한 신속한 대처를 위해 다양한 연구를 개발, 실무에 적용하고 있다.

산불조심 특별 기간이었던 지난 4월, 스마트폰을 이용한 ‘실시간 산불현장대응시스템’을 개발해 적극적으로 활용해 산불대처에 적극적으로 나서 큰 효과를 거뒀다. 세계최초로 운영된 이 프로그램은 30㎝급 고해상도 컬러항공영상정보, 지리정보시스템(GIS), 위치정보시스템(GPS), 웹기반 실시간 정보통신 기술 등 현재 개발된 첨단 ICT 기술을 융합해 개발했다. 또한 산불은 신속하게 대처하는 것이 관건인데 ‘산불위험 경보전송시스템’을 통해 산불 위험지수가 높을 경우 관계자와 지역주민에게 위험경보를 문자메시지로 전송해 줘 산불방재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

 

Q 산불방지를 위한 국민들 인식제고, 등산문화의 개선이 필요하지 않나.

 

봄철은 특히 건조한데다 계절풍의 영향으로 바람이 심해 한번 산불이 발생하면 대형화되기 십상이다. 조그만 불씨라도 건조한 낙엽이나 잡초에 옮겨 붙으면 외부 기상 상황에 따라 큰 산불로 번지게 된다. 산불은 주로 등산객 등 입산자가 실수로 불을 내거나 농부들이 영농준비를 위해 논밭을 소각하면서 불씨가 주변으로 튀는 것이 주원인이다. 비록 ‘실수’로 불을 냈다고는 하지만 실제 원인을 살펴보면 입산자가 휴대가 금지된 가스버너 등을 가지고와 불법 취사행위를 하다 불을 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입산자들은 인화물질을 소지하거나 흡연을 하는 행동을 절대 금지해야 한다. 그러나 불가피하게 산 주변에서 불을 다루는 작업을 할 예정이라면 입산하기 전 또는 인터넷을 통해 산불위험 정보를 미리 점검해야 한다. 과학원은 ‘전국 산불위험예보시스템’을 인터넷(http://forestfire.kfri.go.kr)을 통해 실시간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는 지역별로 위험지수가 표시되는데 파란색(60 이하)은 위험 낮음, 노란색(61~80)은 경계경보, 빨간색(81 이상)은 위험 경보로 나뉘어 있어 미리 산불 대비책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서도 강조했듯이 산불은 예방만큼 중요한 건 없다. 산을 찾는 사람이라면 산을 아끼고 보호하는 것도 반드시 생각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스마트폰의 활용 등 산림정책도 예전과 많이 달라졌으리라 생각된다.

 

아마 산림분야 뿐만 아니라 다른 많은 분야에서 스마트폰의 역할이 커졌을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 과학원의 경우만 봐도 ‘탄소나무계산기’, ‘산불진화 서비스’ 등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해 진화하는 산림정책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울러 스마트폰 활용에서 벗어나 산림정책도 점차 진화하고 있다. 최근 정부는 ‘산림의 가치 제고와 건강자산으로의 활용’ 등 산림 미래비전에 대응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과거의 산림정책에서 벗어나 한발 더 성장한 미래지향적인 산림을 위한 것으로 ‘사람과 숲이 어우러진 풍요로운 녹색국가’를 모토로 삼아 4대 분야를 정하고 있다. 간단히 소개하면 간단히 소개하면 ▷산림자원의 가치와 품격제고 ▷산림의 건강자산활용 확대 ▷녹색성장을 위한 산림산업육성 ▷해외조림 확대 및 국제산림협력강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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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5월3일 홍릉수목원 침엽

수원에서 풍산가문비나무 복원 식수행사를 개최했

다. 이 행사는 1923년 홍릉수목원에 식재된 풍산가

문비나무가 지난해 수명을 다해 고사하자 국립산림

과학원이 종 복원을 위해 2002년 가문비나무에 접목

해 후계목 양성에 나선 것이다. <사진=유명환 기자>

 

Q 미래 산림분야를 전망한다면.

 

우리나라는 헐벗은 산림을 푸르게 하는데 모든 정성과 노력을 쏟아 2000년대 초반에 이르러 전국 산림의 녹화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는 일제 식민지 시대와 6.25전쟁을 겪어 국가경제 발전이 늦어졌고, 아울러 울창한 숲을 조성하는 것도 상대적으로 늦었던 점 때문에 특히 산림의 경제적 이용도가 낮게 인식되고 있다. 산림의 경제적 이용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으로 울창한 숲을 만드는 것이 기본이고, 이를 바탕으로 어떻게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이용해 갈 것인가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울창한 숲을 만드는 것에는 어느 정도 성공했고 이제부터는 효율적 관리와 활용이 미래 과제가 된 상황이다. 향후 과거 녹화위주의 조림에서 벗어나 국민생활에 도움이 되는 경제림 조성으로 연구방향을 전환한 만큼 목재이용 기술과 산림휴양, 산림치유 프로그램 개발 등 산림이용도를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연구 과제를 수행하는데 최선을 다할 예정이다.

 

Q 올해가 ‘세계 산림의 해’로 알고 있는데.

 

‘세계 산림의 해’는 세계 산림의 면적이 감소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유지체계의 허파의 산림의 가치를 다시 한 번 환기하고자 UN이 2007년 제정했다. 이를 통해 산림의 정점에 있는 우리 과학원에서도 산림보전과 가치에 대해 이해하고 홍보하는 계기를 마련했다. 지난 5월에는 음악회나 시민공개강좌 등을 통해 시민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진행해 시민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홍보와 인식제도도 중요하지만 주객이 전도될 수는 없지 않은가. 무엇보다 우리 산림과학원의 역할이 산림의 연구가 주 업무인 만큼 연구에 최대한 주력할 예정이다.

 

Q 산림의 역할은 점차 커지고 있다.

 

산림의 역할과 기능은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아주 오래전부터 농경을 해왔다. 한마디로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생활문화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산이 푸르러야 동물들이 살고, 물이 흐르는 것처럼 모든 것이 생태계와 연결돼 있다. 숲과 사람, 문명이 이어져 왔음에도 현대 많은 사람들은 모든 가치의 기준을 경제로 판단한다는 경향으로 변하고 있다. 당연히 경제적인 측면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자연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경제 이상의 가치를 갖고 있는 산림 그리고 자연에 대해 근시안적 시각이 아닌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나무는 50~100년을 키워야 제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은가. 산림을 비롯한 모든 환경은 장기적 시점에서 바라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Q 원장님에게 ‘산림’이란.

 

산림은 ‘생명’이다. 숲이 없으면 사람도, 생태계도 존재할 수 없다. ‘물아일체(物我一體)’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생물과 내가 하나라는 의미로 우리는 자연에서 그것을 느끼기를 원한다. 어느 것도 혼자 사는 것은 없다. 우리 산림과학원의 존재 이유인 ‘생명’의 보전, 그것들을 확인하고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그리고 지속가능한 이용이 가능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산림이 사는 길이고, 우리 사람이 사는 길일 것이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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