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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최근 들어 정부 및 각 기업들의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고 있다. 이는 자원 소비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에 따라 단기간 내에 소비량을 줄일 수 없는 동시에 국내 자원 생산은 부족해 수요의 상당 부분을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원 주권을 확립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제 자원 가격의 장기 상승 추세와 가격 변동성 확대는 자원 안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이에 한국수출입은행의 대외투자데이터를 중심으로 자원투자의 현황을 분석하고 성과와 한계를 알아보았다. <편집자주>

 

광물중심 투자 급증

 

해외자원개발이란 대한민국 국민이 해외의 각종 자원개발 사업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는 것으로 정의할 수 있다. 먼저 한국의 해외자원개발의 현황과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해외자원투자 규모는 에너지를 비롯한 광물자원을 중심으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해외자원투자는 2005년 이후 매년 증가해왔으며, 전체 대외투자 대비 자원투자의 비중 역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난다.

 

한편 자원투자의 대부분은 광물자원(2010년 기준 98.5%)이며, 그 중에서도 원유 및 가스를 비롯한 에너지자원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이밖에 지식경제부의 해외자원투자 통계에 따르면 공기업 투자의 비중(2010년 기준 석유·가스 투자 89.9%, 기타 광물 투자 84.0%)이 상당히 크게 나타나는 점을 알 수 있다.

 

둘째, 탈(脫)아시아 등 투자 대상 지역의 다각화와 현지 기업 지분 인수 방식의 투자 증가가 확연하다. 2000년대 들어 광물자원의 대(對) 아시아 투자 비중이 감소하고 있으며, 북미 및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 비중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반면 농림수산자원의 경우 기존의 오세아니아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감소하는 동안 아시아에 대한 투자 비중은 증가해 광물자원투자는 탈(脫)아시아, 농림수산자원투자는 아시아 집중이라는 상반된 특징을 보인다.

 

한편 또 다른 특징으로 현지 기업 인수 방식의 투자 비중 증가를 들 수 있는데, 특히 이 같은 변화는 미주와 유럽 지역에 대한 투자에서 확연하다. 이는 해외 자원 기업의 인수가 최근 한국 해외자원 확보의 주요 전략이며, 주요 타깃은 북미 및 유럽의 자원 기업이라는 사실을 의미한다.

 

한국 자주개발률은 일본 절반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성과를 보이기도 하지만 한계 역시 나타나는데, 첫째,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핵심인 석유 및 가스의 자주개발률은 여전히 낮다. 자원 안보의 주요 지표라 할 수 있는 광물자원의 자주개발률이 지속적인 상승 추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해외 자원 확보량의 절대 규모 역시 급증했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석유·가스의 2010년 자주개발률은 한국과 자원 사정이 유사해 자원 확보의 주요 경쟁국이라 할 수 있는 일본의 2008년 자주개발률의 절반 수준(한국 10.8%, 일본 21.6%)에 그치고 있다.

 

둘째, 지역적 다각화에도 불구하고 일부 국가에 대한 투자 쏠림은 심화됐다. 광물자원투자의 탈(脫)아시아, 투자 대상국 수의 증가(2002~04년 49개국→2005~07년 58개국→2008~10년 90개국) 등과 같이 해외자원투자는 표면적으로는 지역적 다각화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국가별 투자액을 통한 HHI를 산출한 결과, 2000년대 중반보다 오히려 후반이 더 높은 수치를 보이며(광물자원 기준 2005~07년 734.3→2008~10년 1157.0) 일부 국가에 대한 투자 집중 정도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난다.

 

셋째, 자원 기업 인수 경쟁의 심화에 따른 인수가격 상승의 위험이 우려된다. 한국의 자원 확보에 있어 가장 큰 성과는 2009년 하베스트 에너지, 2010년 다나 페트롤리엄 인수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외 자원 기업의 인수는 세계 자원 매장량의 상당량을 차지하는 국유 기업은 사실상 인수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한정된 자원을 둔 각국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는 경쟁이 심화될 경우 인수가격 상승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으며 사업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넷째, 농산자원의 안보 문제가 부상하고 있음에도 해외투자 규모는 미흡하다. 한국은 농림수산자원의 순수입이 OECD 국가 중 4위에 해당할 정도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동시에 국제 시장의 가격 변화에 곡물 수입 가격이 받는 영향은 원유·가스보다 큰 것으로 나타나는 등 농산자원의 안보 문제에 크게 노출돼 있다. 하지만 농산자원의 해외 투자는 규모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전체 자원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미흡함은 물론, 농산자원의 수입 증가와 투자 증가 사이에 불균형을 보이는 등 자원 안보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한국 해외자원개발 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첫째, 공공 부문의 해외자원개발 사업 모델의 방향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의 잠재 가치를 지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자원 기업 인수 혹은 자원 외교 과정에서 경쟁 심화가 예상되는 경우 조용한 확보 전술이 유용할 수 있다. 셋째,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농산자원의 민관 투자 전략 수립과 자주개발률 등의 자원 안보 지표 도입이 필요하다. 넷째, 자원 보유국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 투자 지역의 다각화, 비전통자원투자 등으로 자원민족주의의 변화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 다섯째, 국제 자원 시장 참여를 통한 자원 확보로 가격 및 수급의 단기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을 키워야 한다.

 

출처 : 현대경제연구원 김필수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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