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탐구서 ‘우연한 풍경은 없다’ 책 출간해 눈길

주민참여, 도시특성 고려한 도시 재조명 이뤄져야

 

[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조경(造景)은 단어 그래도 경치를 아름답게 꾸미는 것이지만 현대에는 자연친화적이고 자원순환적인 것으로 그 개념이 많이 달라졌다. 최근 ‘우연한 풍경은 없다’라는 도시탐구서를 통해 우리 주변에 자리한 살가운 풍경을 이야기한 조경작업소 ‘울’의 김연금 소장을 만나봤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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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경작업소 ‘울’ 김연금 소장
Q 일반적으로 조경가라면 나무나 정원 가꾸는 것을 먼저 떠올리지 않나.

 

많은 분들이 조경분야를 나무를 심는 것, 다듬는 것을 떠올려 영역이 매우 좁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사실 조경은 매우 넓고 다양한 분야를 포함하고 있다. 예를 들어 광화문광장만 해도 광장에 심어놓은 나무만 조경가가 한 것이 아니다. 대상지를 어떻게 바라보고, 디자인 하고, 관리하는가 등 일련의 모든 과정이 조경에 해당된다.

 

Q 최근 ‘우연한 풍경은 없다’ 책을 출간했는데.

 

예전에 ‘한 평 정원’이라는 시민단체와 함께한 프로젝트를 수행한 적이 있었다. 그때 전국 골목 곳곳을 돌아다녔는데, 그곳에는 우리가 생활하면서 만들어놓은 풍경, 삶의 모습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어르신이나 아이들이 쉴 곳이 많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한마디로 휴식공간이 없다는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놀이터가 필요하지 않은가. 이 책을 통해 그런 놀이터 같은 풍경, 삶이 묻어나는 풍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Q 책에 소개된 장소 중 특별히 소개하고 싶은 곳이 잇다면.

 

모 신문에 기사 연재를 하던 때였다. 마감에 쫓겨 원고를 어떻게 써야 하나 고민하던 중 무작정 카메라 하나 달랑 들고 길을 나선 적이 있었다. 신금호역 근처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는데 한 구석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도시계획의 언어로서는 있을 곳이 아닌데 나무가 있어 의아해서 주변에 계시던 주민에게 물었더니, 그분이 말씀하시길 근처 경찰서에 오랫동안 근무하던 분이 다른 곳으로 발령 나면서 아쉬워 나무를 심고 갔고, 이후에도 나무가 잘 자라고 있는지 가끔 와서 확인도 하고 물도 주고 했다는 것이다. 이처럼 지나치는 사람에겐 그저 나무 한 그루에 불과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생활이고 인생인 것이다. 작은 나무 한 그루가 지역사회 시민들에게는 큰 의미로 다가올 수 있다. 이때 느낀 그 생각들이 이후 내가 작업하는 데 방향을 정해주곤 한다.

 

Q 조경업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는 불과 얼마 전까지 아파트 개발계획, 도시개발계획 등 수많은 개발을 진행해왔다. 최근 대규모 개발이 줄어들고 ‘환경’이라는 부분이 이슈가 되다 보니 한 프로젝트 진행함에 있어 인간과 자연을 기준이 돼 새로이 해석하고, 재조명하는 것들에 대해 관심이 높아졌다. 과연 도시경관계획, 공원사업 등을 진행하면서 그곳에 숨겨진 문화가 무엇인지, 그곳에서 지켜줘야 할 것이 무엇인지, 어떤 방법을 통해 주민의 참여를 이끌어낼지에 대해 많이 생각하고 있다.

 

우연한 풍경은 없다.

▲ 김연금 소장은 이 책을 통해 우리 이웃

들이 주인공인 풍경을 이야기하고자 했다.

 

Q 환경부분과도 밀접하게 연결되는데.

 

물론이다. 환경이라는 것은 인위적으로 보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것으로 그에 대한 가치를 총체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녹지를 조성할 때도 그냥 나무를 많이 심는 것에서 벗어나 녹지가 인간에게 주는 의미, 생명의 의미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물론 아직까지도 사람과 자연, 녹지가 별개의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진정한 환경이라는 것은 의도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사람과 자연이 함께 이어지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Q 해외 도시계획은 어떤가.

 

예전에 영국에서 한 조경가와의 대화가 잊히지 않는다. 왜 환경을 중요시하느냐는 질문에 그의 반응은 오히려 당연한 걸 왜 묻느냐는 반응이었다. 우리에게 산소가 왜 중요하냐고 묻는 것과 마찬가지로 그런 것을 물어보는 것 자체가 이상한, ‘환경’은 당연한 기본이라는 것이다. 영국을 비롯한 해외 여러 선진국은 이미 도시계획을 하는 사람, 배우는 사람, 조경을 하는 사람 모두가 경제논리가 아닌 함께하는 사회라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아울러 어떤 지역에서는 그곳에 공장을 짓는다면 그에 상응하는 마땅한 대가를 지역사회로 환원하기도 한다. 이미 해외에서 개발에 대한 자연으로의 보상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Q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기억에 남는 점이 있다면.

 

예전에 한 마을경관개선 사업을 진행한 적이 있는데, 그곳에는 오래됐지만 넝쿨이 벽을 타고 내려와 나름대로의 경치를 이룬 콘크리트벽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함께 진행한 지자체 공무원이 벽화가 트렌드니 그곳에 벽화를 그리자고 하는 것이다. 물론 예쁜 벽화도 좋지만 그곳의 가치, 그 지역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도 좋을 것 같은데 말이다. 새롭게 변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과의 대화, 주민들의 상상력을 최대한 이끌어내 그곳에 담긴 사연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Q 어려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면 가끔 식물이나 나무 등을 기획의도와는 상관없이 재료로 이용할 때가 있다. 잔디도 하나의 식물인데 경관을 위해 주변 환경과는 관계없이 땅을 덮는 수준으로 이뤄지곤 한다. 잔디를 하나의 포장재로 여기는 것이다. 경관도 좋지만 생태계도 사람과 같다는 것을 고려할 수 있었으면 한다. 그를 위해서는 나 역시 생태를 이해하기 위해 끊임없이 배우고, 필요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

 

Q 당신에게 ‘조경’이란.

 

세상과 이어주는 창(窓)이다. 이제 ‘조경’은 내게 직업이 아닌 세상과 나를 이어주는 하나의 통로인 것이다. 물론 힘든 점도, 배워야 할 부분도 많지만 이미 그런 부분도 내 생활로 자리매김한 만큼 앞으로도 세상과 소통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또한 전문가적인 윤리와 자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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