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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환경생태학회 권태호 회장

환경생태학회 25년간 국립공원 생태 연구 진행
숲길 대안 제시 및 지리산 노고단 복원 등 기여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지난 6일~8일까지 경주국립공원에서 ‘제3차 보호지역 아카데미’와 한국환경생태학회의 국립공원 생태 연구가 동시에 진행됐다. 한국환경생태학회는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지리산 탐방길’이라는 대안을 제시했던 학회이다. 권태호 회장을 만나 학회의 25년간의 연구 이야기와 숲길과 관련한 이슈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한국환경생태학회가 탄생한 배경은.

 

A. 환경과 생태라는 두 가지 키워드와 관련된 문제들을 포착하고 대안을 만들기 위해 1987년도에 7명의 젊은 학자들이 모여 재원으로부터 독립해 주제를 자유롭게 선택하는 연구방식, 문제제기, 해법 찾기를 시도했다. 국립공원이 환경과 생태 문제가 동시에 제기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곳이라고 생각했고 1차적 관심사로 북한산 국립공원을 선정했다. 그 과정에서 대학원생, 학부생들이 조사원으로서 참여하기 시작했고 그야말로 파격적인 교수와 제자 그룹의 공동 작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 연구회가 규모가 커지면서 학회로 발전했고 오늘날의 한국환경생태학회가 된 것이다.

 

 

Q. 지금까지 수행한 주요 프로젝트를 소개해 달라.

 

A. 국내에는 제주도 한라산 국립공원을 포함한 총 20개의 국립공원이 있다. 한국환경생태학회는 1987년부터 매년 한 개의 국립공원을 선정해 연구하고 조사에 착수했다. 중간에 지리산·설악산 국립공원은 규모나 내용에서 매우 큰 국립공원이므로 2년에 걸쳐 연구했고 백두대간 문제가 환경부와 산림청의 핫이슈로 떠오르면서 백두대간의 보호지역 지정에 관한 연구를 3년간 진행했다. 이 연구가 백두대간 보호지역 지정에 관한 법률 연구에 영향을 끼쳤다. 경주 국립공원이 지금까지 연구했던 마지막 공원이다.

 

이후에 학회로 발전하면서 국립공원 분과위원회가 국립공원을 전담하게 됐고 도시생태계, 휴양, 환경교육, 생태계 복원 등 관심을 넓혀가기 시작했고 많은 회원이 들어왔다. 2010년 기준으로 회원 수는 1200명가량으로 규모 상으로도 큰 학회가 됐다. 회원 수가 늘어나고 25년 정도 학회가 이어져온 과정을 보며 지금은 조직의 점검과 시스템의 정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전문분야별로 분화된 학회로 자리 잡아야 앞으로 25년을 잘 운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생태길에 대해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들었다.

 

A. 나는 길을 전공했고 산림청의 숲길, 환경부의 탐방로라는 용어 등을 우리 학회에서 제안해서 받아들여졌다. 둘레길보다 더 먼저 이뤄진 것이 지리산 숲길인데 이것은 녹색연합과 우리 학회가 제주 올레길보다도 더 먼저 고민했던 부분이다. 고민의 취지는 우리나라의 등산 행태를 보면 전부 정상지향이기 때문에 국내의 산 중에 정상이 훼손되지 않은 곳이 없다. 대표적인 곳은 케이블카를 놓은 산인데 흙이 거의 남지 않은 바위산이 됐고, 천왕봉은 최근 복원사업을 통해 인공적으로 흙을 얹었으나 그 전까지만 해도 완전히 암반이 드러난 상태였다. 이러한 이용행태를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또 다른 문화를 제시할 것인지를 고민했다. 이 때 산을 찾는 수요를 무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용 행태를 다른 방향으로 유도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던 것이다. 그래서 지리산 생명연대와 협력해 수직적 산행이 아닌 수평적 산행을 제시하기로 했고 산림청이 기본계획을 만들도록 허가해 그 후 3년 뒤 지리산 둘레길을 놓게 된 것이다. 첫 번째로 시도한 지리산 둘레길에 대한 반응과 평가가 좋았고 각 분야 전문가들이 모여 노선을 확인하고 연구했다. 둘레길과 숲길의 개념은 산에 길을 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자연에 나 있는 길을 찾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지리산 안에는 수없이 많은 역사와 유적, 문화가 있기 때문에 길과 스토리가 잘 연결된 것 같다.

 

 

Q. 지자체마다 둘레길 열풍이 불고 있는데.

 

A. 오늘날 각 부처와 지자체마다 길 내기 열풍이 불고 있는데 상당히 우려된다. 길은 만들고 나면 계속 유지해야 하는데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 어떤 스토리를 가지고 길을 만들 것인지 염려된다. 최근에 길 협의회가 만들어졌는데 무분별하고 경쟁적으로 길을 만드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일부 부처는 인기 있는 길을 일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제도를 만들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다.

 

 

Q. 길을 내면 야생 생태계에 영향을 줄 수 있지 않나.

 

A. 숲에 길을 내면 야생 동물들의 서식지 등을 교란시킬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의 국립공원은 이용성이 높은 공원과 자연성이 높은 공원을 구분해서 어떠한 곳은 기준에 따라 이용성을 더 높게 인정한다. 아무리 생태적인 보호를 기치로 내놓는다 하더라도 수천만이 이용하는 국립공원을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태계를 보호하면서 길을 이용할 수 있도록 다양하게 시도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Q. 앞으로 학회의 연구방향은.

 

A. 생물다양성과 기후변화가 전 지구적 환경문제로 떠오르고 있는데 큰 이슈들을 다루는 것과 함께 생태계 복원에도 주력할 것이다. 세석산장, 지리산 노고단 등 국립공원의 생태계 복원도 우리 학회에서 제일 먼저 시도했었기에 이와 같은 일을 계속해서 찾아낼 것이다. 국립공원을 다루는 문제는 보호지역 문제로 주제를 옮겨갈 것이다. 25년을 맞아 종합적인 대토론회를 통해 구체적인 방향 설정의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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