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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에너지원으로 세계경제를 지탱해왔던 석유와 원자력 공급이 불안해지며 Easy Energy 시대

종료를 앞두고 있다.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석유와 원자력이 핵심적인 에너지원으로서 오랫동안 세계경제를 지탱해 왔다고 볼 수 있지만, 이 양대 에너지의 공급이 점차 불안해지고 있다. 더 이상 값싸고 안정된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세계 경제의 성장 구도를 예상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이러한 에너지 공급 제약을 극복하고자 세계 각국 정부는 탈원전과 탈석유 등 안전한 에너지의 사용 확대를 모색하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화석에너지와 원전의 공급제약을 해소할 수준으로 신재생에너지 등 대체에너지원들이 공급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갖추기는 어려워 보인다. Easy Energy 시대 종료 이후의 중장기 에너지 공급 여건과 세계 에너지 시장의 변화 의미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꺾이지 않는 에너지 수요 증가세

 

Easy Energy 시대를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세계 에너지 소비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2000년 이후 세계 에너지 수요는 중국, 인도 등 개도국들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과거보다 증가세가 빨라졌다. 에너지 보조금 제도가 시행되는 개도국에서 공업화와 도시화가 진전되면서 개도국의 에너지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것이다. 그 결과 1990년대에 19.1%의 감소를 보인 실질 에너지 가격이 2000년 이후 10년간 204.1%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세계 에너지 수요는 연평균 2.5%(개도국 기여율 93.6%)씩 늘어나면서 1990년대(1.5%) 보다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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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국 등 개도국의 에너지 소비가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Easy Energy 시대는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

이러한 세계 에너지 수요의 급증세는 세계 경제가 성장하는 가운데 개도국의 내수중심 성장 전환까지 겹치면서 지속될 전망이다. IMF 등 주요 기관들은 세계경제가 4%대 전후의 견실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의 에너지 소비 감소 폭은 제한적인 반면 개도국의 소비 확대 규모가 워낙 크기 때문에 세계경제가 성장할수록 세계 전체 에너지 소비는 2000년 이전보다 빠르게 증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따라 향후 세계 에너지 수요의 증가세는 2000년대 수준을 이어갈 전망이며, BP는 에너지 수요가 중장기적으로 2%대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수요가 급증해도 에너지 기술이 발전하거나 새로운 에너지원이 발견된다면 세계 에너지 공급이 안정되고 Easy Energy 시대도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계 에너지 공급이 부존의 한계로 인해 한계생산비가 체증하는 화석 에너지에 크게 의존하는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더 이상 값싼 에너지를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풍력.

▲미래 에너지로 기대되는 신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대안을 내세우고 있지만, 아직까지

경쟁력 확보가 어려운 상황이다.


신재생에너지 확대 노력하지만 글쎄...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고 에너지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세계 각국들이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기술 개발과 보급 확대에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일부 선진국들은 일본의 원전사고를 계기로 탈원전에도 노력을 기울이면서 신재생에너지 발전 육성에 더욱 적극적이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 발전이 24시간 연속적으로 운전 가능한 기저발전으로 정착되고 신재생에너지의 발전 단가가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 소재한 신흥 기술 및 산업 예측 전문기관인 TechCast는 신재생에너지, 스마트그리드 등이 2020년 이후에 본격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계 에너지 공급에 차지하는 신재생에너지의 역할이 최소 2020년까지는 미미한 수준에 머물 것이다.

 

결국 정부와 민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 화석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대체할 에너지는 당분간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IEA는 최근 발표한 장기 에너지 전망에서 전체 에너지 공급에 차지하는 화석 에너지의 비중이 2008년 81%에서 2035년 74%로 7%포인트 감소하는 데 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원유 채굴 단가의 상승, 가스 생산국의 카르텔 형성 가능성

 

국제석유시장에 공급되는 석유 중 유전에서 생산된 전통 원유(crude oil)의 비중은 1980년 92.2%에서 30년 동안 10.7%포인트 줄어들었다. 북해, 멕시코만 등 비OPEC의 주요 유전지대에 위치한 유전에서의 생산이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원유 생산 지역이 심해나 극지, 혹은 오지로 확대되고 있는데, 탐사나 생산 단가가 육지나 연근해의 유전보다 배럴당 최대 60달러 정도(멕시코만 심해유전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유전 기준) 더 비싸다.

 

또한 지상의 공급상황도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상승 압력을 높일 것으로 보인다. OPEC의 영향력 강화와 가스 카르텔의 조성 여건 진전이 자원개발 투자를 왜곡하고 가격에 탄력적인 에너지 공급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 공급에 차지하는 OPEC의 비중이 41.2%(2009년 기준)에서 2035년에는 52%로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더불어 국제 천연가스 시장에서는 2008년 12월에 공식 출범한 가스수출국포럼이 카르텔로 변할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에너지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세계 에너지 공급의 잠재적 불안정성도 확대될 전망이다. 중장기적으로 발생빈도가 늘어나고 파괴력도 강력해질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와 극한 환경 속에서의 에너지 자원 개발도 세계 에너지 공급의 불안정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자연재해와 에너지 자원 개발 사고는 지구 온난화의 심화와 극한 환경에서의 에너지 자원 개발 확대로 인해 세계 에너지 공급의 주요 불안 요소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자료 : LG경제연구원 이광우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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