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 안에 꽉 차 있는 뒷산

짜릿하고 맛있는 뒷산 이야기

 

뒷산이 하하하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앞산은 보는 산이지만, 뒷산은 동네를 품은 산이다”

 

우리네 일상에서 삶을 되짚어볼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장소는 ‘뒷산’일 것이다. 우리네 일상의 삶을 웅숭깊게 되짚어보는 사색과 성찰을 담은 에세이가 출간됐다. 건축가 이일훈이 지은 ‘뒷산이 하하하’는 식물성 사유를 환경과 생태의 장으로까지 확장해 ‘녹색철학’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그에 따르는 일상의 실천적 덕목들을 제시하고 있다.

 

모두 3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뒷산은 맛있어’를 통해 뒷산과 동네가 만나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2장 ‘맛있으면 약수터’는 뒷산에 있는 한 약수터와 그 주변으로 이어지는 이야기로 약수터와 뒷산이 만나는 접면 사이에 무수한 장면이 소개된다. 3장 ‘약수터는 짜릿해’에서는 말없는 뒷산과 말 많은 사람들이 만나는 장면이다. 심심해 보일 수 있지만, 긴장감이 있고, 남의 일 같지만 내 모습 같은, 밋밋해 보이지만 짜릿한 정경들이 녹아져 있다.

 

저자는 책의 머리말에서 “앞산은 보는 산이지만, 뒷산은 동네를 품은 산”이라며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세상과 사람의 관계도 살펴보면 멀고 가깝게 이어져 있듯이 뒷산의 존재도 그러하다. 뒷산은 환경이며 생태고, 자연이며 사회다. 그곳에는 문화도 있고, 야만도 있다. 과시와 소외, 무시와 질시, 독선과 배려가 함께 하며 절망의 증거와 희망의 단서가 같이 있다. 일그러진 모습과 웃음이 함께 있다”며 ‘뒷산 예찬론’을 펼친다.

 

‘뒷산이 하하하’는 무엇보다도 우선 오늘날 우리가 앓고 있는 현대병의 치유를 권하고 안내하는 친절한 길잡이 역할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뒷산은 단순한 뒷산이 아니다. 자본주의적 일산의 ‘복잡하고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잔병’을 치유하는 병원이며 학창시절 보물찾기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상상의 창고이며, 어쩌면 한 동네의 같은 약수터를 이용하면서도 이제껏 마주친 적이 없었던 그 누군가의 사연들이 묻혀 있는 역사의 지층이기도 하다.

 

“아무 일 없을 것 같이 겉모습 조용한 약수터도 사람이 꼬이는 곳이라 별별 일이 다 있다. 하긴 모이는 사람 없이 물만 나오면 약수터가 아닐 것이다. 근본적으로 약수터는 사람의 터다”라고 말하는 이 책은 ‘뒷산’과 ‘약수터’를 통해 이 같은 자연과 인간의 흔적을 보듬어 안고 읽는 박물학지이며 새태 응시록이다.

 

무엇보다 ‘뒷산이 하하하’는 약수터의 안내문으로부터 각종 현수막과 경고문을 거쳐 어느 돌 귀퉁이에 새겨진 낙서 흔적에 이르기까지, 뒷산과 약수터를 오가며 남긴 모든 인간 욕망의 행적과 흔적들을 기록하고 되짚으며 성찰하는 인문학적 사유의 기록으로 자리한다. 또한 인문학적 사유는 저자의 생태학적 관점에 그 방법론적 토대를 두고 있어 자연환경과 생태의 문제에 대한 관심은 시종일관 책의 전체를 지배하고 있다.

 

뒷산의 아이러니와 유머 놓치지 않아

 

‘뒷산이 하하하’의 문장은 그 형식에 있어서는 꼼꼼한 자연학자의 분석적 태도를 반영하듯 논리적 정밀성을 지녔고, 내용에 있어서는 서알적 인문학자의 종합적 태도를 반영하듯 해학적 깊이는 갖는다.

 

다시 말하면 이일훈의 문장에서는 깊은 통찰과 성찰의 시선이 언제나 이 삶의 이면을 놓치는 법이 없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재치있는 입담과 따뜻하고도 섬세한 유머가 이 삶을 또다시 정겹게 감싸 안은 미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비록 이 삶과 자연이 ‘뒷산’의 실상처럼 모순과 역설과 우연으로 가득 차 있다 할지라도, 저자는 그 모순과 역설을 아이러니와 유머의 방식으로 끌어안는다.

 

저자의 이 같은 생태학적 관점과 인문학적 사유의 전개는 다만 글로 머물지 않는다. 저자 자신이 직접 찍어서 골라 실은 사진들은 그야말로 위트와 유머와 아이러니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이 저서의 글을 읽는 재미를 배가시킬 뿐만 아니라 그 자체로도 뒷산을 둘러싼 하나의 꼼꼼한 세태의 기록화 내지는 초상화라 할 만하다. 그 사진들은 간혹 웃음을 제안하고 있는 친환경적 삶의 태도를 훨씬 설득력 있게 제시하고 있다.

 

freesmha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