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춘원 부사장2
궁극적인 전략환경평가는 사업 주체가 맡아야

‘규제가 아닌 조언’ 환경부의 인식변화 필요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환경영향평가법이 전면개정되면서 20여 년간 논의만을 거듭했던 환경영향평가사 자격제도가 신설된 것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대행업자들의 찬반이 엇갈리고 있다. 강단에서 강의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환경영향평가 현업에 종사하고 있는 동성엔지니어링의 이춘원 부사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Q. 환경영향평가 자격 제도가 신설됐는데.

 

A.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사회적인 요구는 매우 많은 반면에 시장도 아직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고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인프라도 아직 미약한 형편이다. 개인적으로 환경영향평가사 자격이 생기면 평가의 질이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사들은 ‘어차피 기존에 하던 사람들이 자격을 획득해서 계속 할 것인데 무엇이 달라지겠는가’라고 반발할지 모르겠지만 평가에 더 집중해서 전문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평가하는 사람들을 보면 설계·시공 인력이 많은데, 이것은 건설경기가 식으면서 그쪽 인력들이 환경영향평가시장으로 옮겼기 때문이다. 경기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는 경우가 많아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애착도 적고 전문성도 부족했다. 환경영향평가에 대한 정체성이 확고해진다면 경기에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기보다 자신의 분야에 애정을 갖고 전문성을 강화하려는 노력이 따를 것으로 생각된다. 지금 환경영향평가를 하는 사람들의 모임에 가보면 설계를 하는 사람, 시공을 하는 사람, 수질관리를 하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모이기 때문에 구심점이 부족한데, 이러한 단점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Q. 전략환경평가가 도입에 대한 생각은?

 

A. 전략환경평가를 도입하는 것은 방향은 잘 잡았는데, 용어 정리가 부족하다. 일반적으로 전략환경평가라고 하지 여기에 ‘영향’을 붙이지 않는다. 전략평가는 전반적인 큰 틀에서 정책 등을 주제로 논의하는 것인데 이번에 개정된 법에는 전략환경영향평가라고 쓰고 있다. 자문과정에서도 계속했던 말이지만 ‘영향’이라는 말을 사용하면서 ‘개별 프로젝트’에 대한 환경적 평가를 내린다는 측면이 강해졌다. 실제로 전략환경평가의 전신 역할을 하던 사전환경성검토의 예를 들자면, 2006년에 개정을 하면서 전략환경검토로 바꾸지 않고 사전환경성검토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효과가 반감됐다. 용어를 바꿨다면 ‘뭔가 제도가 바뀌었구나’라고 관심을 가졌을 텐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의 제도를 조금만 손질해서 그대로 가져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이번에도 약간의 혼선과 함께 애초 기대했던 것보다 기대에 미치지 못할까 우려된다.

 

Q. 전략환경평가를 환경부가 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이 있다.

 

A. 2006년에 전략환경평가라는 법적 용어를 사용하지 못한 배경에는 국토부가 먼저 훈령으로 전략환경평가를 썼기 때문이다. 따로 국회를 거쳐야 하는 법 개정이 아닌 국토부 장관의 훈령을 통해 먼저 이 용어를 선점했는데, 국토부가 과연 이 용어를 양보할까를 생각해보면 굉장히 회의적이다. 다른 측면에서 살펴보자면 환경부 역시 환경영향평가를 규제라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계획에 대한 어시스트, 조언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다만 환경을 고려해서 스스로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를 사업자들이 충분히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환경부가 초기에 주도해야 하는 것은 맞지만 전략환경평가의 어느 정도 틀을 잡은 후에는 각 주관 부처가 자발적으로 할 수 있게 넘겨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 환경영향평가는 프로젝트 단위이기 때문에 세밀한 예측을 할 수 있지만 환경친화적인 계획을 수립한다는 측면에서 보자면 궁극적으로 전략환경평가는 사업 주체가 스스로 하는 게 맞다.

 

환경부는 부처 특성상 환경적인 측면만 고민하지만 전략환경평가는 사업성 역시 따져봐야 한다. 지속가능한 발전의 3가지 측면인 환경, 사회, 경제성 모두를 함께 고려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지, 규제를 한다거나 환경성만을 따지는 방향으로 간다면 다른 부처에서 ‘발목을 잡는다’라는 생각만 하게 된다. 아무리 환경적인 측면이 뛰어나도 경제성이 없다면 사업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다.

 

Q. 환경영향평가가 사업자의 요구에 휘둘린다는 비판이 있다.

 

A. 기본적으로 평가하는 사람이 사업자 편에 서는 것이 맞다고 본다. 다만 허위·부실 평가를 통해 옹호하는 잘못된 관행을 경계해야 한다. 사업자 측면에서 생각하되 환경평가의 본질을 고려하면서 사업자의 편에 서는 것이 맞다. 비용을 국가가 아닌 사업자에게 부담시키면서 ‘사업자의 편에 서는 것이 잘못됐다’라고 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아닌가 싶다. 정확한 자료를 통해서 법 규정을 지키면서 사업자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이끄는 것은 시장 논리상 어쩔 수 없다. 평가대행자는 마치 변호인가 같다. 변호사가 피의자의 무죄를 주장하더라도 변호사를 나쁜 사람이라고 비난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능력 있는 변호사라고 한다. 물론 환경은 공공재를 다루기 때문에 다른 시각에서 봐야 하겠지만 직업적인 측면에서 비슷한 면이 있다.

 

또한 사업을 발주하는 입장에서 환경영향평가와 시공·설계가 다르다는 인식이 부족하다. 개발에 있어 환경영향평가 역시 많은 과정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여러 사업부서 가운데 하나로만 인식될 뿐이다. 사업 주체가 더 환경적인 마인드를 갖고 이 분야에 좀 더 많은 투자를 한다면 환경영향에 대해 더욱 세밀하게 살피고 보다 나은 대안을 찾기 위한 노력이 뒤따를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이 높아지는 선순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대부분 사업상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과정으로만 생각하는 것이 현실이다.

 

Q. 전략환경평가 도입에 있거 가장 중요한 과제는?

 

A. 이제 막 시작하는 전략환경평가가 올바르게 자리 잡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사업에 대한 영향예측, 저감 대책 등은 환경영향평가이지 전략환경평가가 아니다. 당분간은 틀을 만들지 말고 전문가를 투입해서 1~2년간 시행착오를 거쳐야 한다. 전략환경평가라는 것은 매우 어려운 작업이기 때문에 외국에서도 우리처럼 이렇게 전격적으로 시행한 예는 없다고 한다. 환경부에서 몇 차례에 걸쳐 전략환경평가의 방법론을 주제로 연구도 시행하고 외국 사례도 참조하고 있지만 처음 시행하는 제도이니만큼 전문가가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장애물이다. 특히 전략환경평가에 대한 철학적 논의, 과연 이런 방향이 맞느냐 하는 고민을 계속해야 할 필요가 있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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