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필환.
▲ 한국부패학회 회장 오필환 교수
부패는 결국 사회지도층의 비리가 핵심

아랫물로 윗물 정화하는 새로운 역사

  

우리사회가 공정사회로 발전하는 것은 모든 국민이 바라는 바이다. 그러나 공정사회로 가자면 무엇이 불공정한 사회인가를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먼저 우리는 이제 G20 정상회의를 주최한 선진국으로서 부패의 개념을 더 높은 수준의 도덕적 기준으로 확대해야 된다. 부패는 일반적으로 “지위와 권한을 이용해 사익을 취하는 행위”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공정사회를 이루기 위한 선진국으로서의 부패 개념은 한층 차원을 높여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회피, 공직자를 위시한 사회 각 분야의 도덕적 해이, 모든 법과 질서를 지키지 않는 불공정한 행위 등을 해결돼야 할 부패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국민이 불공정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많다면 그것은 불공정한 사회인데, 그 불공정의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보자.

 

나는 무엇보다 부패가 불공정한 사회를 만들어 낸다고 본다. 왜냐하면 부패는 뇌물을 주고받으며 비리를 저지르고, 도덕적 해이를 행하는 부류와 불법적 경제행위를 하는 자는 대부분이 부를 가진 자들이며, 쥐꼬리만 한 권력이라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부패는 결국 사회지도층의 비리문제가 핵심이다.

 

부패는 우선 경제성장의 열매에 대해 왜곡된 분배를 가져와 분배의 정의를 저하시킨다. 부패의 결과로 차지하는 이득과 우리나라 GDP의 27% 정도나 되는 지하경제의 혜택은 가진 자에게 집중된다. 또한 부패는 사회적 자본을 축소시켜서 국가의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경제성장을 위축시킴으로 서민들의 일자리와 소득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게 된다. 부패가 만연할수록 사회지도층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게 하고, 법과 질서를 잘 지키고 성실하게 살아가려는 시민들에게 삶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하여 결국 불공정한 사회라는 인식이 생기게 된다. 따라서 부패는 공정사회로 가는데 가장 큰 걸림돌인 것이다. 투명한 사회가 되기 전에는 우리는 결코 공정한 사회라고 볼 수 없다.

 

도덕적 해이란 용어는 본래 보험업에서부터 나온 것으로 예를 들어 화재보험을 든 사람이 보험을 드는 순간부터 화재에 대한 경각심이 줄어드는 현상을 말한다. 즉 자신이 해야 하는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않는 행위이다. 이 개념에서 나아가 모든 것이 계약으로 맺어진 현대사회에서 계약 의뢰인과 대리인 관계에서 대리인이 더 많이 가진 힘과 정보를 이용해 의뢰인을 속이는 모든 종류의 행위를 말한다. 우리사회는 이러한 도덕적 해이가 사회 각계각층에 너무나 만연해 있다. 모든 상거래에서 속이는 행위와 공무원들이 국가의 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하지 못하고 낭비하는 행위, 공직자가 취득한 정보로 투기하는 행위, 사회복지분야에서도 국민들의 선한 마음을 이용해 자신의 배를 채우는 행위, 교육 분야에서도 온갖 뇌물과 국민의 교육열을 이용해 자신의 부를 축적하는 행위, 종교 분야에서도 금전에 양심을 파는 행위, 정치인들이 자신의 당리당략을 채우기 위해서 국민을 위한다는 선전으로 기만하는 행위 등 우리사회에 부패하지 않은 곳이 없다 할 정도로 전 방위적 부패 현상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전 방위적이며 사회지도층 중심적이고 사회문화에 바탕을 둔 우리의 부패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공공기관만의 노력으로는 어려운 실정이며, 온 국민적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요즘 함바집 사건으로부터, 부산저축은행사건 등 연일 터져 나오는 부패사건을 바라보면서 온 국민이 분노와 아픔을 느끼지만 행동으로 반부패 의지를 표현하지 못해 부패한 권력이 여전히 권세를 부리고 있다. 국민 모두가 반부패를 위한 과감한 운동을 전개해야 한다. 전국적으로 전 분야별로 이 운동이 퍼져 나가야 한다. 홍콩의 부패가 극심하던 1970년대에 전 국민적 반부패 운동이 일어났고 지금은 매우 맑은 국가로 성장하고 있다. 우리의 반부패를 위한 노력이 시민운동으로 확대되길 간절히 바란다.

 

부패는 여러 가지 제도적 장치와 엄격한 법률이 기본이지만 이를 효과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것은 역시 우리의 문화적 의식과 바탕이다. 이러한 문화적 의식과 바탕을 갖추기 위해서는 교육이 매우 중요한데 우리나라는 아직 제대로 된 “청렴문화교육원”이 없다. 모든 공공부서에는 교육원과 연구원이 있어서 전문화를 이뤄 나가고 있는데, “청렴” 문제를 다루는 국가적 기관이 없다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국민권익위원회에 “국제 청렴문화 교육원”을 창설해 고위공직자나 기업인들이 반드시 청렴교육을 받도록 인증제도의 운영해야 할 것이다. 또한 개발도상국에 우리의 경제성장을 전수할 뿐 아니라 우리의 청렴문화와 의지를 전수하고 홍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번 G20정상회의에서 발표된 ‘반부패 행동계획’과 의지를 솔선해 실천하고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국가로 탈바꿈하는 노력이 우리나라로부터 일어나길 기대한다.

 

그동안 우리나라가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로 달려 왔다면, 이제는 “제대로 살아보세”로 바꿔 선진국다운 문화를 갖춘 국가가 돼야 한다. 이제는 아랫물로부터 윗물을 맑게 만드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위대하고 조용한 실천 운동이 처처에서 일어나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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