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임 박사
지나친 성장일변도 전략은 더 큰 환경비용 손실로
경제와 환경을 함께 고려한 지식협력사업 추진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민족 및 종교적 분쟁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리카를 제외한다면 지구 상에서 마지막 남은 개도국은 아시아다. 그러나 과거 선진국들이 경험했던 무분별한 환경파괴를 동반한 경제성장은 오늘날 기후변화 시대에는 통용되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단기간의 경제성장과 함께 환경문제 해결의 경험을 가진 한국의 성장모델은 개도국에 매우 매력적이다. <편집자 주>

 

Q. 글로벌녹색전략연구센터는 어떤 곳인가.

 

지난 2010년 7월1일에 문을 열었으니 이제 만으로 1년이 조금 넘었다. 센터는 개도국의 녹색성장 전략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 환경관리 솔루션과 대책을 만들어 보급하고 전파하는 것과 같은 지식협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기구를 중심으로 이전부터 지식협력이 있었지만 흩어져있던 것을 합해서 시너지 효과를 내고 보다 강력하게 추진하고자 센터가 만들어졌다. 최근에는 주로 녹색성장전략과 관련해 개도국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연구개발사업을 벌이고 있다. 베트남, 에티오피아, UAE, 스리랑카 등과 함께 협력이 별로 없던 중남미 지역과의 협력을 위해 대표 거점지역으로 과테말라와 협력해 녹색 마을 건설사업을 올해 시작했다.

 

Q. 개도국은 인프라 부족이 가장 심각한데.

 

녹색성장 측면에서 보자면 개발과 함께 환경을 고려한 성장이 필요지만 개도국들은 환경 관련 정책, 시설, 법 제도 등이 부족하다. 우리나라 역시 1980년대부터 서서히 환경적 측면이 강화됐기 때문에 개도국들의 처지에 맞게 교육 시키고 제도 정비를 돕는 한편, 개도국에서 원하는 것들도 파악해서 선별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환경과 경제를 연결하는 성장전략 개발을 돕는다고 보면 된다. 개도국들도 생각보다 큰 관심을 갖고 있어 여러 가지 요구가 많다. 염려되는 것은 일회성으로 그치면 단순한 이벤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일회성이 아닌 계속해서 지원이 가능한 사업, 환경적인 측면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연관될 수 있는 사업에 대한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강 쓰레기.

▲개도국들은 환경기초시설 등의 인프라 부족과 함께 이를 운영하기 위한 법·제도 역시 부족해

 이에 대한 지원이 시급하다.


Q. 문제는 자금이 아닐까.

 

국가 예산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고 건설 분야보다 환경에 배분된 예산은 더욱 한계가 있다. 그러나 제한된 범위에서 할 수 있는 것이 분명히 있다. 환경 관련 산업을 지원한다고 해서 하수처리시설 하나 만들어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정에 맞는 적정한 용량이 있으며 운영능력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또한 현지 실정에 맞는 법·제도가 없으면 무용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에 여기에도 지원이 필요하다. 예산이 허락한다면 무한정 쏟아부어 돕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이는 불가능하다. 적은 예산이라도 협력할 수 있는 사업을 찾아야 한다. 과거에는 사업 타당성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지원해 몇 년간 지체되는 경우도 많았다. 연구사업이지만 개도국의 상황과 주변 지역의 여건을 미리 따져보고 적정한 사업인지 따져보면 정부나 ODA(공적개발원조)를 지원하는 기관들에서도 훨씬 효율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있다. 아울러 사업을 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도 매뉴얼, 절차 등을 교육하고 있으며 예산이 닿는 범위에서 현지의 고위 관료와 전문가들을 초청해 우리나라의 환경시설 견학과 함께 시설 운영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다.

 

Q. 개도국이라는 한계상 성장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녹색성장이라는 것이 개도국 입장에서 손에 닿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일단 경제성장을 해야 하고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시급하다. 그러나 과거 7,80년대와 지금은 성장의 방식이 다르다. 경제 개발이나 소득에 대한 욕구가 높기는 하지만, 개도국이라고 할지라도 국제적인 녹색성장, 환경보전에 대한 관심 역시 적지 않다. 녹색성장은 오늘날 개도국의 현실에 맞는 성장전략이다. 그들 역시 국립공원 등의 자연환경을 보전해서 관광수입을 올린다든지, 풍부한 수자원을 바탕으로 한 소수력 등에 대한 관심이 높다. 아프리카를 제외한다면 중동·아시아가 마지막 남은 개도국이라고 보는데, 위치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서양보다 접근성에서 우리가 훨씬 유리하다. UAE 같은 경우 국민소득은 높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낙후된 측면이 많고 열린 사회가 아니었기 때문에 국제적인 감각도 부족해 그에 대한 욕구가 매우 높다. 그런 곳에 들어가 그들이 알고 싶어 하는 것들을 함께 나누고 점차 개방시켜 진출을 확대할 수 있다. 앞으로 이쪽 분야에서 할 일이 매우 많다.

 

Q. 상호 ‘WIN-WIN’ 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

 

카자흐스탄, UAE 등을 비롯해 자원 부국들은 경제적으로 넉넉하기 때문에 협력사업을 통해 상호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연구사업도 우리가 일방적으로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양쪽이 매칭 형태로 진행할 수 있는 것들도 많다. 점차 인식이 개선되고 기반이 조성되면 오히려 그쪽에서 우리에게 돈을 주면서 의뢰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1990년대부터 국내 환경 인프라가 발전하면서 기초시설 등은 이미 포화상태에 이르렀고 중국 역시 더는 어렵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가장 진출 가능성이 큰 개도국으로 눈을 돌려야 할 때이며 앞으로 5~10년 정도는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민간기업이 진출하기에는 정보와 네트워크 부재 등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정부와 공공기관이 먼저 공동협력사업을 통해 진출 기반을 닦고 있어 앞으로 성과가 기대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경제보다 환경이 우선이다’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성장 일변도는 위험하다. 조금씩 환경분야를 갖춰가면서 성장하면 나중에 한꺼번에 엄청난 환경비용을 감당해야 할 위험은 낮아진다. 한번 망가진 환경을 회복하는 것은 더욱 큰 비용이 필요하다. 앞으로 센터에서는 개도국에 맞는 녹색성장 전략을 만들고 환경적으로 더 나은 삶을 누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환경영향평가뿐 아니라 폐기물 관리, 대기오염 개선 등에 대한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겪었던 시행착오에 대해서도 알리고 도울 계획이다.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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