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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경영’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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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기업들은 자신의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전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완전히

제거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무역의존도와 에너지의존도가 높은 우리로서는 선진국이 환경규제를 강화하고, 에너지 비용이 상승하면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사업장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고 그린 제품을 확대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그린경영이 필수적이다. 또한 새로운 시장기회를 제공하는 그린 신사업을 확대해야만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어 기업들의 경영전략 변화가 요구된다. <편집자주>

 

기후변화 협상이 어려워지면서 우려되는 부분이 탄소 국경세만은 아니다. EU나 미국과 같이 그린기술력에서 앞서가는 선진국은 탄소 국경세와 같은 직접적인 무역 장벽뿐만 아니라 자국의 기술우위를 활용한 기술장벽(TBT, Technical Barriers to Trade)을 통해 환경 기술이 부족한 외국기업의 시장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자국 기업에 유리한 표준(Standard)이나 기술규정(Technical regulation)을 설정하거나 적합성 평가절차(Conformity assessment procedures)를 도입함으로써 아직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외국기업의 진출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WTO)의 무역기술장벽위원회(TBT Committee)를 통해 보고된 국가별 기술규제 건수를 보면 2004641건에서 20101423건으로 급증하고 있으며 그 중 환경보호 및 에너지 절약 관련 비중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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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자동차 제조 및 수입회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평균연비를 의무화하는 기업평균연비제

(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도입해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이 더욱 어려워졌다.

예를 들어 EU는 에너지 사용 제품(EuP)의 대기 전력 소비량이나 에너지 효율 등급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규제를 적용하는 데 1년 이하의 짧은 유예기간을 적용해 외국기업이 제품 설계를 변경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게 하고 있다. 미국은 자동차 제조 및 수입회사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평균연비를 의무화하는 기업평균연비제(CAFE, Corporate Average Fuel Economy)를 도입해 자동차 평균연비(가중평균)가 기준을 초과하는 경우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2008년 미국 의회는 평균연비 기준을 갤런 당 27.5마일에서 2020년까지 35마일로 높여 기술력이 부족한 후발 기업의 미국 시장 진입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애플사, 중국 하청업체 불법 보상해

 

녹색보호주의나 그린 기술장벽이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라면 소비자나 환경단체에 의한 간접적인 압력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이 직접 환경문제를 야기하지 않았다 할지라도 공급업체나 협력회사에 잘못이 있으면 소비자의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최근 애플은 중국에 있는 협력업체가 환경규제를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중국 환경단체들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쑤저우(蘇州)의 디스플레이 하청업체인 윈텍이 아이폰 터치패널을 닦아내는 세정제로 알코올 대신 유독성 물질인 노르말헥산(n-Hexane)을 사용해 137명의 노동자들이 독극물에 중독돼 입원했음에도 애플이 이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비난이 높아지자 애플은 결국 지난 2월 발간된 ‘2010년 하도급업체 관리 보고서를 통해 윈텍에서 발생한 문제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의료비를 포함한 보상비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기업 내부도 아니고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의 협력업체에서 일어난 환경문제가 애플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는 과거에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기업들은 자신이 직접 관리하는 사업장뿐만 아니라 공급사슬 전 과정에서 환경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을 완전히 제거할 것’을 요구 받고 있다.

 

에너지효율 낮으면 원가경쟁 밀려

 

녹색보호주의나 그린 기술장벽은 국가간 문제다. 국가간 협상에 따라 조금은 완화될 여지도 있다. 전체 공급사슬에 대한 책임도 기업이 신경 써서 협력업체를 관리하면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에너지 가격의 지속적인 상승이다. 중국, 인도 등 신흥국의 경제가 발전하면서 에너지 소비량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원자력 발전까지 축소되면 그나마 부족한 화석 연료를 더 사용할 수밖에 없다.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으나 신재생에너지가 원전이나 화석연료를 충분히 대체할 수 있게 되는 것은 가까운 미래의 얘기가 아니다. 당장 시급한 것은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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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비용이 오를수록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업의 원가

경쟁력은 낮아지고, 선진국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수출은

 더 어렵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석유 시장이 2000년대 초반부터 장기 고유가 국면으로 진입했다고 분석한다. 이는 공급증가가 수요증가를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 International Energy Agency)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35년까지 세계 석유수요는 연평균 0.6%씩 증가할 전망이다. OECD 국가는 연평균 0.6%씩 감소하는 반면, OECD 국가에서 1.6%씩 증가하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 석유 수요 증가를 견인하는 중국과 인도에서 각각 매년 2.4%, 3.6%씩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부족한 석유를 보충하기 위해 오일샌드와 같이 과거에는 경제성이 없었던 비전통 석유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는 결국 에너지 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에너지 비용이 오를수록 에너지 효율이 낮은 기업의 원가경쟁력은 낮아진다. 게다가 선진국을 중심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규제가 강화되면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제품의 수출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제 그린경영은 피할 수 없는 대세

 

지금까지 온실가스 규제, 녹색보호주의, 전체 공급사슬에 대한 책임, 에너지 비용 상승 등 기업을 둘러싼 경영환경 변화에 대해 알아봤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제 그린경영은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대세다. 당장 내년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라는 규제에 대응해야 하고, 2015년부터 시행될 배출권거래제도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린경영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해 환경보호를 전략의 핵심 목표 중 하나로 설정하고 친환경 사업장 조성과 그린 제품·신사업을 개발해 환경보호와 조화를 이루는 성장을 추구하는 경영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과거와 같이 정부규제에 수동적으로 대응하기 보다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하며, 다른 기업과 나를 차별화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개별 기업만이 아닌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그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최대 화학기업인 바스프(BASF)는 폴리우레탄(PU) 생산에 필요한 아디프산(Adipic Acid)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아산화질소(NO)를 분해하는 혁신적 촉매를 개발해 사업장 내 온실가스 배출량을 현저히 줄이고 관련 제품과 기술을 고객에게 판매하고 있다. 아산화질소는 6대 온실가스 중 하나로 이산화탄소(CO) 대비 지구온난화지수(Global Warming Potential)310배나 된다. 따라서 많은 기업들이 아산화질소를 줄이는 기술을 필요로 한다. 바스프는 이러한 시장기회를 활용해 촉매사업을 확장하고, 공장 운영을 통해 개발한 수처리 기술,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 등을 기반으로 다양한 솔루션 사업도 전개하고 있다. 또한 오랜 시간 축적한 그린경영 노하우를 활용해 다양한 컨설팅 사업까지 하고 있다. 이와 같이 그린 사업장을 조성하기 위해 개발한 기술을 사업화한 기업에는 지멘스도 있다. 지멘스는 자사에 적용한 그린 사업장 관리 기술과 노하우를 전세계 9만여 협력사에 보급해 그린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노력을 인정받아 런던, 상하이 등 시정부와 협력해 지역사회를 위한 토탈 그린 솔루션 사업까지 전개한다.

 

이처럼 그린경영에 있어 오랜 전통을 가진 기업들은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효율 개선을 통해 그린 사업장을 조성하는 것에 머무르지 않고 이를 통해 확보된 역량을 자연스럽게 그린 신사업 기회로 연결시키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결실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다. 이는 환경 규제에 대한 대응을 비용이 아닌 투자로 인식하고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발전시킨 결과다. 그린 기술력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협력업체의 그린경영에도 깊은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음으로써 그린 생태계를 조성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정리=정윤정 기자, 자료=LG경제연구원 도은진 연구위원>

yoonjung@hkbs.co.kr

정윤정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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