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지홍.

▲옷걸이 북스탠드업 발명가

Passion Design 염지홍 대표

영국문화원의 ‘환경개선 아이디어 공모전’ 수상자
옷걸이로 만든 북스탠드, 일상의 특별한 발견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아시아 태평양 지역 7개국의 영국문화원과 경영시스템 인증기관인 로이드인증원은 가능성 있는 젊은 환경 기업가에게 자금과 멘토링을 제공하기 위한 환경개선 아이디어(E-idea) 공모전을 개최했다. 한국에서 선정된 6개의 아이디어 중 옷걸이 북스탠드업 발명가인 Passion Design 대표 염지홍씨를 만났다. <편집자 주> 

 

영국은 기후변화나 탄소발자국 등 다양한 환경 프로젝트에 국가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창의 사업을 발굴하고 있다. 영국문화원에서 하는 공모전이기 때문에 더욱 매력을 느꼈다는 염지홍씨는 영국과의 인연이 특별하다.

 

영국인 이모부 집에서 본 녹색영국 기억나

 

“14살 때 영국인인 이모부를 따라 남부지방을 방문했다. 그 때 ‘왜 영국은 녹색이고, 한국은 회색일까?’라는 질문을 했었다. 영국은 산업화가 제일 먼저 시작됐지만 자연환경 등을 보전에 노력을 많이 기울이는 것을 보며 많은 것을 느꼈다. 지금도 사회적 기업이 활발하고 제품에 탄소라벨을 부착하거나 런던 시내에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활발하게 사용하고 있는 모습에서 많은 것을 벤치마킹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영국문화원의 환경 아이디어 공모전에 출전했는데 옷걸이로 만든 이른바 ‘북스탠드업’ 책 거치대로 당당히 수상자로 선정됐다. 일견 매우 평범하고 일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옷걸이였다.

 

편히 책 읽고 싶어 떠올린 아이디어

 

“발명이라기보다는 발견이다. 2009년쯤 가게에서 책을 읽던 중 조금 더 편하게 읽고 싶어서 눈높이에 액자처럼 걸어놓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갤러리에 가면 그림들이 꼭 눈높이에 걸려있는데, 꼭 앉아서 책을 읽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시작해 걸어놓을 수 있는 도구인 옷걸이를 떠올렸고 몇 개월에 걸쳐 아이디어가 발전했고, 인터넷 상 공유해 네티즌들이 함께 참여해서 완성한 옷걸이 북스탠드업이다. 나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네티즌이 입소문을 듣고 자발적으로 함께 참여해 만든 것이다.”

 

처음에는 재미삼아 만든 아이디어였다는데 지금은 양산형 제품들을 만들어내고 있고 교육 콘텐츠로서 부가가치를 만들고 있다.

 

“어떤 분들은 만원 정도 되는 노트북 거치대를 사려다가 직접 옷걸이 스탠드를 만들었다는 메일을 보내주시기도 한다. 이것은 소비하지 않았기 때문에 반대로 보면 이익을 얻은 것이다. 나는 아이디어를 나눴고, 주수입이라기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내 사업의 크리에이티브를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현재 주로 제작하고 있는 제품은 교통안전 프로젝트 제품으로 초등학교에 납품하고 있다. 어린이들이 등하교 길에 찻길을 지날 때 안전할 수 있도록 협력업체와 함께 눈에 잘 띄는 형광색 조끼를 디자인하고 있다. 향후 사업 아이템으로 가방에 태양광 소재를 접목해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수 있도록 계획하고 있다.

 

개인 사업자로서 어려움 있지만 시도해봐야

 

개인 사업자로서 아이디어 사업을 하기에는 여력이 부족하고 미디어, 전문가 등의 참여와 도움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최초로 그 길을 가야 하지만 결국 네트워크가 마련돼야 사업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에서 하는 창업 지원 제도나 각종 공모전 참여도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고, 무엇보다 시행착오를 하더라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시도해봐야 그 다음 방향이 보인다. 환경부에서 환경 분야 개인 사업자에 대한 특별한 지원제도가 있는지는 모르겠고, 서울시의 창업지원 센터를 통해 초기자금이 많지 않은 20대 후반에 단비와 같은 기회를 얻었다. 또 이러한 공모전을 통해 투자자나 참여자들을 만날 수 있다.”

 

단지 자신에게 유용한 아이디어를 다른 사람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올렸는데, 사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들으며 행복함을 느꼈다고 한다.

 

유튜브에서 폭발적인 반응, 강연 요청도

 

북스탠드사진.

▲환경개선 아이디어 시상식장에서 염지홍 대표가 직접 만든

옷걸이 북스탠드업 <사진=정윤정 기자>

“유튜브 조회수가 3만을 넘었다. 옷걸이 아이디어를 통해 지난 한 해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고맙다’였고, 크리스마스 카드도 보내주시고 강연 초청도 종종 받았다. 초등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워크숍도 하고 강연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6년 후에 같이 사업할 사람은 나중에 만나자’라고 농담도 건냈다. 공교육에서는 창의교육이라는 것이 쉽지 않은데 서로에게 좋은 경험이었다고 생각한다.”

 

“폐 옷걸이를 잘 사용하면 적어도 몇 년을 사용할 수 있는데, 거의 1회용처럼 쓰이다가 버리는 것이 얼마나 아까운가? 책 거치대, 노트북 거치대 등으로 만들 수 있고 전문가들이 만드는 공예가 아니라 초등학생들도 만들 수 있는 실용적인 아이디어라서 반향도 컸던 것 같다.”

 

그는 사회적 기업가라는 야심찬 꿈을 갖고 지금 이 자리에서 먼 곳까지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사회적 기업이라고 하면 고용창출과 저소득층을 위한 사회 서비스에 집중하고 있는데 나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사용할 수 있는 창의 제품을 만들고 싶다. 소수를 위한 디자인이 아니라 다수가 즐길 수 있도록 기술수준을 낮춰 전 세계 누구나 다 참여할 수 있는 기술 제품을 만들고 싶다. 스티브 잡스가 다양한 점을 연결하는 것이 창의성이라고 한 것처럼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엮어서 관계를 맺고 새로운 큰 그림을 그리고 싶다.”

 

옷걸이 북스탠드업은 http://bookstandup.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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