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피플 칼럼
최저입찰제 확대는 건설노동자 안전 문제

한기운 회장2
산업재해 직·간접 손실액만 1년간 17조원

낙찰가와 무관한 안전관리비의 집행 필요

 

최근 최저입찰제와 관련해 정부와 관련 단체들의 논의가 활발하다. 최저입찰제를 경제적인 관점에서만 정의하려는 시도들을 지켜보며 건설현장에서 안전을 업으로 하는 안전관리사들은 근원적이면서 실질적인 해결방안을 논의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참담한 마음을 떨칠 수 없다. 안전의 주무부서인 고용노동부가 타부서에 업무순위에서 밀려나 안전과 관련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특히 건설산업 구조를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국토해양부는 어떤 의도로 이 제도의 확대를 반대하지 않는지 안타깝기만 하다. 기획재정부 역시 정부발주공사로 인한 국가의 사회적 비용을 무시한 채 얼마의 예산을 줄였다는 식의 탁상행정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문제와 관련된 단체들의 시각 또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노동계는 건설산업의 안전을 노동운동의 도구로만 바라보는 측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타워크레인 노조이다. 타워크레인 노조가 건설산업종사자들의 근로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해왔음은 인정하나 현장과의 원만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안전문제를 현장에서의 위한 협상을 위한 도구로 사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안전관리사들은 현장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노동계의 민원해결에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노동계의 이러한 시각은 노동단체의 안전관련 담당자의 인적구성을 보면 더욱 자명해진다.

 

안전 전문가가 아예 상근하지 않는 곳도 있으며 상근하는 안전 전문가 역시 수많은 격무에 시달리며 업무 이외의 또 다른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따라서 노동계는 최저입찰제 확대 시행이 건설노동자 안전과 직결된 중요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좀 더 적극적인 대처를 해야 할 것이다.

 

시민단체 또한 안전문제에 무관심 내지는 무지하기는 마찬가지다. 최저가를 확대함으로써 연간 3조원을 절약할 수 있고 4년 동안 유보함으로 인해 12조원의 예산이 낭비됐다며 조속한 시행을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산업재해로 발생하는 국가적 손해에 대해서는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1년에 산업재해로 인한 직·간접적 손실액이 17조원(이 통계는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통계이고 제조업이나 서비스업도 포함됐다)이나 된다는 것은 인지하고 있는지, 더군다나 이 통계는 보상통계로 감춰진 재해까지 더해 손실액을 계산하면 이보다 최소 5배에서 10배까지 손실액이 늘어난다. 이러한 손실 문제는 교통문제나 노사문제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크게 앞서는 것이다.

 

아울러 건설업 관련 단체가 최저입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도 건설노동자 안전을 우선으로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공사비를 확보하지 못하는 건설사의 어려움만을 생각한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설계 시에 반영된 안전관리비를 낙찰금액과 관계없이 별도로 계상하는 방법이 있음에도 최저입찰제 확대를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프로젝트 기획단계부터 건설노동자의 안전 개념을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아울러 건설업계가 건설노동자의 안전에 대한 진정성을 가진 기업문화의 변화가 우선돼야 하고 최저입찰제 확대를 반대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최저입찰제 확대는 건설노동자 안전에 대한 제도적 재정비 없이 확대해서는 안 된다. 최저입찰제 확대 이전에 먼저 낙찰가와 무관하게 안전관리비만큼은 설계금액으로 집행하도록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의 예외사항으로 둬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행 재해예방계획서를 입찰 전 설계에 반영해야 하고 안전관계자가 시행 여부를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현행 안전관리자를 사업주 즉 시공자의 지휘 밖으로 배치해 기획, 설계, 시공 전단계의 안전을 점검해 불안전한 사항을 감독할 수 있는 건설안전감독자제도를 신설하거나 당장 실현하기 어렵다면 우선 현행 감리제도에 안전감리를 신설해야 한다. 다만 건설안전감리자 제도 도입 시 경력 안전관계자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직종(공사, 공무, 감리)의 안전관련 업무 경력이 없는 인원으로 대체하는 것은 오히려 현행보다 안전업무 수행에 더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므로 건설안전감독자나 안전관리자 제도 도입 시 안전업무 경력자 선입이 전제돼야 한다.

 

특히 건설산업 관계자들은 기업규제 완화의 정책 속에 안전을 끼워넣어서는 안 된다. 선진국들이 안전·보건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에 동조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이다. 최저입찰제 확대의 찬·반을 논하는 기저에는 건설노동자의 안전이 가장 먼저 고려돼야 한다. 기원전 2000년경 함무라비의 성문법전에는 집을 짓다가 사람을 사망하게 하면 그 건축주를 사형시켰다. 최저입찰제 확대 덕분에 안전사고가 잦아진다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를 제도의 확대를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편집국  webmaster@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편집국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포토뉴스
제1회 에어페어_미세먼지 및 공기산업 박람회
정조대왕 능행차 재현
제4회 담수생물 다양성과 활용 국제심포지엄
기상청-행안부, 지진안전캠페인 개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도시적 실천' KEI 환경포럼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오피니언&피플
조승환 제6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임명조승환 제6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장 임명
[기고] 스마트 방역 위한 국제 융합 연구 필요[기고] 스마트 방역 위한 국제 융합 연구 필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