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6 15.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추장민 박사
배상기준 현실화 통해 환경 약자 보호

환경부에서도 소규모, 조직 확대 한계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 제도 시행 20년간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소음, 조망권, 통풍권 등 범위가 확대됐고 높은 성과를 거뒀다. 올해 제도 시행 20주년을 맞아 지난 2006년 위원회발전방향 국책연구에 참여했던 환경정책·평가연구원 추장민 박사를 만나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본다. <편집자 주>

 

 

현재 환경분쟁조정 배상액에 대한 만족도가 50%를 넘지 못하고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가 떨어지고 있어, 배상기준 현실화와 대상범위 신설이 필요한 상황이다. 추장민 박사는 현재의 환경분쟁조정제도를 개선하는 방안 중 피해자들의 배상액 산정기준을 높이는 것이 조직을 확대하는 것보다 현실적이라고 말한다.

 

추 박사는 “대부분 소음 위주로 배상하고 있는데, 수질·대기·폐기물·생태 및 자연환경에 이르기까지 과학적 기준에 맞도록 배상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 그리고 앞으로는 대형국책사업과 관련해 나타나는 생태계 훼손 문제도 다뤄야 한다”며 대상 범위의 확대를 내다봤다.

 

2006년 국책과제를 하던 당시 환경부의 요구는 상임위원 숫자를 늘리는 등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이었다. 이를 위해 조정제도를 유지할 것인지, 준 사법기관으로 발전시킬 것인지, 절충안을 택할 것인지 논의하던 중 절충안을 택했다.

 

환경책임법제 및 보험과 연계 필요

 

결과적으로 긍정적인 측면이 있었으나 한계점에 대해서는 “제도를 유지하되 강제성과 실질적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했고, 이후에 환경부의 상임위원이 소수 늘었다는 점에서는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공정거래위원회처럼 발전할 수는 없다. 강제적 준 사법기관으로 발전하려면 조직의 힘과 역량이 있어야 하는데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환경부 내에서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는 실정이다”라고 밝혔다.

 

조직이 확대되지 않고 기능을 강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그러나 그는 조직을 확대하는 것 외에도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분쟁조정위원회를 장․차관급으로 격상시키되 현재 시점에서는 조직 역량을 강화하고, 당사자주의를 강화해 피해자들이 전문가 풀(Pool)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일본의 사례처럼 의무권고제도 집행력에 힘을 실을 수 있다. 분쟁조정제도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면 안 된다. 이 제도는 재판 외 제도인데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대형 분쟁과 환경부에서 처리할 수 없는 부분까지 분쟁조정위원회가 담당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엄연히 3권 분립의 원칙이 있고, 지금보다 조직은 더 커져야 하지만 그 목표가 국가를 대상으로 하는 소송까지 다루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환경분쟁조정의 전망에 대해 장기적으로 대형국책사업을 둘러싸고 있는 자연 생태계 훼손과 환경영향평가법과 다툼이 있는 부분까지 넓힐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추 박사는 이와 함께 “환경책임입법제와 연계돼야 하고 기업의 경제적 손실을 줄이기 위해서는 보험과 연계돼야 한다. 단순 소음분쟁 해결을 넘어 대형국책사업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근본적인 방향을 제시한다.

 

지금까지 특히 소음 분야는 혁혁한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되지만 그 이면에는 현실화되지 않은 분쟁이 있다. 사인 간 분쟁이 발생했을 때 법원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노출되지 않은 분쟁이 존재하며, 대부분 피해자들이 보상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기오염, 수질, 폐기물 분야에 산재해 있을 것이다. 이 분야에서 분쟁조정을 제대로 하려면 지금보다 전문적인 능력과 조직 강화, 배상기준 현실화가 필요하다.

 

조정비용 부담, 집단소송이 대안

 

진동.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신청됐던 서울 서초구 방배동 지하철

공사 진동 피해사례

이를 구체화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는 “집단소송을 할 수 있는 당사자주의를 확대해야 한다. 소소한 피해에 대해 개인이 조정에 참여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포기하는데, 집단으로 해결할 수 있는 장치를 보완한다면 구제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소음이 문제가 되는 것은 확실히 눈에 보이기 때문이고 층간 소음은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등 그 피해가 확연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수질, 대기 등은 피해를 입는지 잘 모르는 경우도 있고 장기간에 걸친 피해가 있기 때문에 개개인이 조정하기에는 쉽지 않은 편이다.

 

한편 조정 사례들을 보면 대부분 합의나 조정보다 배상으로 끝내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합의를 이끌어내기 어려운 이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추 박사는 “이것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독특한 분쟁조정의 문화인 것 같다. 또한 분쟁조정자들이 객관적으로 조정하고 있는지에 대한 신뢰가 없기 때문에 복합적으로 ‘갈 때까지 가보자’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단기간에 이러한 문화를 바꾸기는 힘들 것 같고, 사회적인 분위기가 개선되고 사회 전체의 신뢰도가 향상돼야 해결될 문제인 것 같다”며 조정을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의 중요성을 지적했다.

 

배상액이 높아질수록 기업이나 기관 등에서 조정에 합의하지 않고 소송으로 번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조정의 기능이 퇴색될 수도 있다는 관점에 대해서 추 박사는 “이제는 공존하지 않고서는 기업 생태계 기반을 붕괴할 수밖에 없다. 소셜 네트워크가 발달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업이 장기적으로 생존하기 위해서는 현지 주민들과 공생해야 하며,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야 한다. 최근 우리사회의 이슈가 되고 있는 공정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분쟁조정을 공정하게 시행하려면 배상기준을 현실화하고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제도의 신뢰도 제고와 환경 약자 보호를 통해 중재자로서의 역할을 다하는 길이 될 것”이라며 단순히 규제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 생태계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음을 강조했다.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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