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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을 사회적 아젠다로 키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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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환미군기지 협상이 가장 안타까워

‘MB정부 녹색성장은 토목건설 위주’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제11대 환경부 장관(2006년 4월~2007년 9월)을 지낸 이치범 前 장관은 현재 재단법인 광장의 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최근 위키리크스 폭로와 고엽제 파문으로로 관심이 쏠리고 있는 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당사자인 이치범 전 장관을 만나 협상과정을 비롯한 참여정부 시절의 환경부 장관으로서의 소회와 요즘 근황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2007년 이치범 전 장관(현 광장 연구원장)이 환경부를 돌연 그만두고 나갔을 때 여론은 그리 호의적이지 않았다. 현직 장관이 대선후보도 아니고 당내 경선후보를 돕기 위해 장관직을 그만 두는 보기 드문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해찬 전 총리와의 친분관계야 워낙 유명했던 이야기지만 각종 언론은 ‘레임덕의 가속화’라며 심지어 임명권자에 대한 배신으로까지 몰고 갔다.

 

이에 대해 이 전 장관은 “나를 필요로 하는 시기에 이를 피하지 않는 것이 신조였기 때문에 후회하지 않는다”며 “남들은 운동을 그만두고 나올 나이인 마흔에 환경운동연합에 들어가 사회운동에 뛰어든 것과 그때의 결정도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이후에도 이해찬 전 총리와 함께 현재 재단법인 광장에서 한 사람은 대표로, 다른 한 사람은 연구원장 겸 ‘계간 광장’의 발행인으로 ‘진보’에 대한 고민을 공유하고 있다.

 

진보진영의 싱크탱크로 변신

 

퇴임 이후 근황에 대한 질문에 이 원장은 “환경과 관련해 글을 쓰고 의견을 피력하는 것에 대해 많이 망설였지만 환경부에 있는 후배들이 눈에 밟히는 것이 사실이었다”고 말했다. 장관 이전에 환경운동에 오래 관여했던 만큼 환경전문가로서 4대강 사업에 대해 몇 차례 ‘1인 시위’와 강연을 했지만 환경문제 일반에 대해서는 비판의 날을 세우지 않고 침묵의 시간을 가졌다.

 

그러면서 그가 관심을 가진 것이 보고서 발간이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SEIR 보고서’가 많은 오피니언 리더들에게 큰 영향력을 끼치고 있는 것에 주목했다”며 “진보진영에서도 저런 스타일의 싱크탱크가 필요하다는 생각에 격주에 1개씩 ‘이슈브리핑’을 만들었고 책도 만들어보자 해서 ‘계간지 광장’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장관 퇴임 이후 가장 잘한 점에 대해 “사천 장항산단을 백지화 시켜 국립생태원을 만든 것과 팔당호와 관련해 하이닉스 논란에서 상수원을 지켜낸 것”이라고 밝혔다. 외부에서도 재임기간 환경전문가로서 역량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8년간 표류해온 충남 장항산업단지 건설 논란 문제에서 생태환경도시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지자체, 현지 주민들과 중앙정부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데 장관으로서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된다.

 

또한 팔당호와 관련 당시 지역에서는 ‘환경부 장관 자폭하라’는 현수막까지 내걸리고 이 문제로 ‘100분 토론’에 나가 논쟁을 벌였지만 환경적 소신을 꺾지 않았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면서 당시 규제들이 하나, 둘 풀리며 씁쓸함도 느꼈다고 한다. 이 원장은 “경제부처 장관들과 그렇게 어렵게 싸웠는데 차라리 내가 장관일 때 풀어주고 생색이라도 낼 걸 그랬다”며 농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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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치범 전 장관은 내년 총선에서 고양시 덕양구 출마를 준비 중이다.

미 대사가 한국 장관에게 ‘경고’를

 

반면 가장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이 미군기지 반환 문제다. 그는 “솔직히 한국과 미국의 특수한 관계에서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며 “미국 역시 상당히 어려운 처지였는데 한국이 선례가 되면 전 세계에 있는 모든 미군기지의 환경오염을 치유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는 “그러나 과거의 잘못을 사과하고 거기에 대해 책임을 지는 것이 진정한 대국의 자세라고 생각해 강력하게 요구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부 언론에 보도된 것처럼 전화통화를 했던 것이 아니라 버시 바워 대사가 직접 정부청사로 찾아왔다며 “사실 대사라는 직책은 국무부에서 차관보는커녕 국장급 정도에 불과하지만 일국의 장관을 대하는 그의 태도가 매우 고압적이었다”며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미군기지 반환문제와 관련해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간 후 돌발적인 상황이 벌어졌다.

 

“어느 정도 대화가 오간 후 합의가 쉽지 않자 버시 바위 대사가 말하는 도중에 벌떡 일어나 나가더라. 그를 불러서 이건 ‘돈 문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이것이 제대로 풀리지 않으면 국민적인 저항이 있을 것이고 한·미 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다’라고 말했다”라며 이 원장은 당시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그는 “장사꾼이라는 표현은 안 했는데 대사가 본국에 보낸 전문에는 그렇게 표현하더라, 그리고 가장 마지막 문장이 바로 ‘미국의 합리적인 제안에 대해 받아들이지 않으면 한미동맹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쓴 동사가 무언줄 아나? 바로 ‘경고(Warning)’였다. 미 대사가 대한민국 환경부 장관에게 경고(Warning)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이다. 이것이 한국과 미국의 관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씁쓸하게 말했다.

 

미군기지 반환이 중요한 문제로 떠오르면서 환경부 장관으로는 처음으로 NSC(국가안보회의)에도 참석했으며 외교·국방부에 맞서 환경현안에 대해 노무현 대통령에게 환경부 장관으로서 따로 보고까지 올렸다. 우리로서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였음에도 한미 관계라는 특수성 때문에 이 원장의 표현에 따르면 미군은 결국 ‘기지 열쇠를 던져주고’ 가버렸다.

 

“규제가 있는데 시장이 있다”

 

한편 이 원장은 현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녹색성장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이번 정부 들어 각종 정책을 통해 녹색성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얼만큼의 돈을 어디에 사용했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60%의 돈이 단일 항목, 즉 ‘국토 개조’에 들어갔는데 기본적인 녹색성장과는 다르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70~80년대 토목건설 위주의 개발과 성장제일주의 신화, 토목건축을 통한 국토의 개발에 방점을 찍은 것이 바로 이명박 정부의 녹색성장”이라며 “우리나라가 1960년대 경공업을 통한 수출과 이후 1970~80년대 중화학공업 및 에너지 다소비산업 등을 거쳐 21세기에는 IT, BT 등 지식에 기반을 둔 융합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만드는 노력을 하며 세계적인 조류에 잘 맞춰오다 이 정부 들어 녹색성장을 내세우며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한 그는 “EU가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그들의 앞선 기술력을 통해 환경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는 것처럼 우리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며 “그것이 진정한 녹색성장”이라고 말했다.

 

고양시에서 총선 출마 준비

 

정치와 관련해 그는 내년 총선에서 고양시 덕양구 출마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정식으로 입당을 하거나 선거사무실을 개소하기에는 이르지만 지방선거 이후 우리 사회의 담론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견해다. 평화, 복지, 환경과 같은 가치들이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등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직 환경부 장관으로서 총선 출마에 어려움이 따르지는 않을까?

 

수도권 지역인 고양시가 안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대해 이 원장은 “고양시는 일산과는 또 다르며 그린벨트도 많고 비교적 큰 땅덩어리에 100만에 달하는 도시다. 잘못하면 개발 열풍에 휩싸혀 큰 문제가 될 수 있다”며 “지역사회 문제는 시장이나 시 의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고 환경, 복지 등 이 지역이 갖는 모델로서의 특징을 가지고 국회에서 이야기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원장은 최근의 복지논쟁과 관련, “환경에 몸담은 사람으로서 안타까운 점은 복지문제가 정치적인 담론으로 수면 위로 떠올랐는데 환경은 아직 의식 속에만 있지 사회적인 문제로 떠오르지 못했다”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나 이른바 ‘녹색당’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이다. 그는 “당을 만드는 것보다 복지처럼 사회적 화두로 띄우는 작업이 더 중요하며 총선과 대선에서 정치적인 아젠다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마련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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