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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실제 조명을 위해 사용되는 전력량은 연간 소비전력의 약 20%에 이른다고 알려져 있으며 LED 조명의 도입으로 현저한 에너지 절감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획기적인 에너지 절감 효과에도 불구하고 LED 조명이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해보고 LED 조명의 본격적인 개화를 위해 동반돼야 하는 소비자 가치가 무엇인지 살펴본다. <편집자 주>

 

LED 조명은 높은 광효율과 장수명, 유해물질 무(無)사용 등으로 인해 에너지 절약과 환경 친화적인 측면에서 각광 받고 있다. LED 조명의 본격적인 개화를 위해서는 기존 조명과 견줄만한 혁신적인 낮은 가격을 통해 짧은 Payback 기간을 달성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와 더불어 소비자 가치를 보다 높일 수 있는 LED 조명의 다양한 잠재적 가치를 발굴하고 홍보하는 것이 동반돼야 한다.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한 일본 원전의 방사능 노출 사고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환경 및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에너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태양전지, 풍력, 바이오 등 신재생 에너지를 만드는 측면도 중요하지만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사용하는 측면도 중요하다. 이러한 점에서 높은 광효율을 가지고 있는 차세대 조명인 LED가 부각되고 있다.

 

LED 조명과 에너지 절약

 

올해 연말부터 전기요금이 오른다고 한다. 주거용은 2%, 전체 평균으로는 4.9% 오를 예정이다. 2000년대 이후 가파른 원유값 상승에 따라 에너지 이슈가 불거지면서 전기 요금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반면 각종 전기기기의 보편화로 전력 사용량은 계속 늘고 있다. 전기료에 대한 가계의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LED 조명 사용시 에너지 절감에 대한 기대감으로 대부분의 관련 기업이나 기관들은 LED 조명 시장을 낙관적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실제 전체 조명 시장에 대한 LED 조명의 침투율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 특히 가장 시장 규모가 큰 가정용에 대한 침투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왜 그렇까? 현재 침투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제품들은 에너지 절약보다는 LED가 주는 다른 가치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건축물 외관 개선, 친환경 이미지 조성, 장수명에 의한 유지비용 감소, 기기의 경박 단소화 등을 목적으로 LED 조명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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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료에 민감한 가정용과 상점용, 사무용 등의 침투율이 낮은 것은 LED 조명 사용시 에너지 절감 효과가 없어서라기 보다는 초기 구매·설치 비용이 워낙 비싸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LED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얼마나 에너지가 절감되는가는 일반적으로 Payback 기간을 계산함으로 평가할 수 있다.

 

Payback 기간이라는 것은 초기에 투자한 금액을 얼마 만에 회수할 수 있는가를 말해주는 지표이며 이 기간이 지나고 나서부터 투자자는 이익을 얻게 된다. 즉, LED 조명을 구매·설치한 후 전기료 절감을 통해 초기 비용을 상쇄할 수 있는 기간을 의미하며 짧으면 짧을수록 에너지 절감 효과를 크게 느낄 수 있다. 선진국의 경우 전기 요금은 비싼 반면 LED 조명과 기존 조명의 초기 설치비용 차이는 작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Payback 기간이 짧으며 신흥국의 경우는 반대로 Payback 기간이 길다. Application 측면에서 볼 때 전기료 측면에서는 가정용이 상업용보다 비싸지만 하루에 조명을 사용하는 시간이 짧기 때문에 종합적으로 볼 때 Payback 기간은 가정용이 더 길다. 따라서 에너지 절감 측면에서 LED 조명의 침투 가능성은 신흥국보다는 선진국이, 가정용보다는 상업용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LED 조명을 구매할 가능성을 Payback 기간만으로 단순히 설명할 수 있을까?

 

LED 조명, 누가 구매하나?

 

현재 LED조명이 가장 활발하게 보급되고 있는 국가 중에 하나가 일본이다. 일본에서는 백열전구는 물론이고 CFL 대비해서도 Payback 기간이 1~2년 이내라고 알려져 있다. 전기요금은 비싸고 기존 조명 대비 LED 조명의 가격 차이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일본에서 LED 전구가 본격적으로 팔리기 시작한 것은 2009년 중반부터이다. 1년 만에 점유율이 약 20%까지 상승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그 이후에는 상당 기간 성장이 정체를 이루다가 2011년 3월 대지진 및 쓰나미 발생 이후 다시 가파르게 성장하여 4개월 만에 점유율이 50%에 육박하였다. 이미 일본에서는 LED 전구가 백열 전구와 CFL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이 팔리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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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두 가지이다. 하나는 정체기가 존재했다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1년여에 걸친 1차 성장기에는 주로 CFL을 잠식하면서 성장했고(백열전구 시장 감소율보다 CFL의 시장 감소율이 더 큼) 그 이후 2차 성장기에는 백열전구 시장을 빠르게 대체하면서 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Payback 기간으로만 따진다면 백열전구 시장이 먼저 대체되고 그 이후에 CFL이 대체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실제적으로는 그렇게 진행되지 않았다. 1차 성장기에는 상대적으로 고가인 CFL을 사용했던 소비자들이 LED 조명의 주요 고객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고소득자이거나 에너지 절감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이 많거나 얼리어댑터(Early Adapter)일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소비자들이 어느 정도 구매하고 나면 일반 대중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할 때까지 정체기(캐즘, Chasm)가 나타난다. 이러한 캐즘은 여러 가지 이유로 나타날 수 있으나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가 느끼는 가격(Cost)대비 가치(Value)이다. 가격대비 가치에 따라 정체기는 길어질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역성장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일본 LED 조명 시장의 경우도 1차 성장 이후 정체기가 나타났으나 대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전력 문제가 범국민적으로 심각해지고 에너지 절약에 대한 필요성이 강력하게 홍보됨에 따라 정체기가 매우 짧게 끝나고 바로 2차 성장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2차 성장의 주요 동인이 저가격인 백열등 교체라는 것으로부터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즉 2차 성장에서는 중산층 이하의 일반 소비자들도 LED 조명을 구매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상의 일본 사례로부터 전통 조명 시장에 대한 LED 조명의 시장 침투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생각할 수 있다. 첫째, 일반 소비자들은 Payback 기간만을 보고 LED 조명을 구매하는 것은 아니다. Payback 기간이 아무리 짧더라도 가격이 너무 비싸면 사지 않는다. 전기 요금은 나눠 내면 되지만 LED 조명 구입은 한 번에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존 조명과 견줄만한 낮은 가격이 필요하다. 둘째, 일반 소비자들은 아직까지 LED 조명을 잘 모른다. LED가 탑재된 TV가 보급되기 시작함에 따라 LED가 탑재된 TV가 디자인도 좋고 전기료도 절감할 수 있다는 정도는 알고 있다. 하지만 잘 쳐다보지도 않는 천장에 달려있는 조명을 LED로 바꾸었을 때 효과성이나 필요성에 대해 절실히 깨닫고 있지 못하다. 정부의 다양한 촉진 정책과 더불어 에너지 절감의 효과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리=정윤정 기자, 자료=LG경제연구원 한영수 연구위원>

 

yoonjung@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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