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0005.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이주섭 선임연구원
전후세대 성장 한국, 개도국과 선진국 가교역할 기대
기후변화 대응, “파도가 밀려올 때 적극적으로 타라”

 

[환경일보 정윤정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2008년 8월15일 건국 60주년 경축사에서 천명한 ‘저탄소 녹색성장’ 실현의 일환으로 2010년 설립된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이하 GGGI, Global Green Growth Institute)의 지금까지의 걸음과 향후 계획에 대해 기획재정부 출신으로 대통령자문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를 거친 이주섭 선임연구원과의 만남을 통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GGGI는 2009년 코펜하겐 제15차 기후변화당사국 총회(COP15)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녹색성장을 위한 국제적 자산으로서의 설립계획을 발표했고, 2010년 6월 공식 출범한 국제조직으로 지금까지 여러 행사와 사업을 진행하면서 한국정부가 매년 1000만달러, 아랍에미리트, 덴마크, 호주 등이 매년 재정 지원을 하고, 일본과 독일은 프로젝트 재정 지원을 하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현재 국제적 다자 개발은행인 월드뱅크, 아시아개발은행, 유럽부흥개발은행 등에서 150만유로(약 20억원 상당)를 수주 받아 카자흐스탄 등 개도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지역사무소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 덴마크 코펜하겐 두 곳에 있고 국내외 협약을 체결했다. 국내 각 분야 국책연구기관의 지적자산 활용, 유엔환경계획(UNEP, United Nations Environment Program), 유엔개발계획(UNDP, United Nations Development Programme), 아시아개발은행(ADB, Asian Development Bank) 등 국제다자기구와 협력하고 있다. 또한 각국의 오래된 개발원조 및 환경관련 기관과 손을 잡았는데 독일, 덴마크, 호주 등의 국제교류협력단과 접촉했고, 이사회에는 한승수 전 총리가 물분야 의장으로 있고, 기후변화 보고서인 ‘스턴 보고서’ 저자인 니콜라스 스턴 경, 하버드 대학교 교수이자 세계적인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 유엔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이사회 노일린 헤이저 사무총장 및 공여국들의 장관들이 이사회를 구성했다.

 

향후 GGGI의 계획에 대해 이주섭 선임연구원은 “녹색성장의 개념은 있지만 학술적·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방법이 명확하지 않은 영역에 대해 기존 국내연구 뿐만 아니라 해외 석학과의 연계를 통해 연구를 추진하고 있고, 각 국가의 녹색성장 계획을 수립하고 관련 제도적 장치마련 및 정책요소들을 제시하는 탑다운 어프로치 컨설팅(정부 대 정부) 사업이 있다”며 “서구 선진국들은 국가 정책과 계획을 통해 성장했다기보다는 민간 분야가 성장한 경우가 많아 국가계획이 경제성장 핵심요소로 작용하지는 않았는데, 우리나라나 일본, 대만 등은 국가 계획으로 경제성장을 도모했기 때문에 개도국의 성장 모델에 더 가까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최첨단보다 지역 맞춤형 기술 제공

 

GGGI는 개도국에서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폐기물 등의 환경 사업을 발굴해 실행하도록 돕고 있는데, 최첨단 기술이 아닌 그 지역의 수준에 맞는 기술을 제공하고 있다. 성공적인 사례에 대해 이 연구원은 “캄보디아나 방글라데시 등 에너지 접근이 어려웠던 지역에 태양열 집열판을 이용해 물을 끓일 수 있는 태양열조리기(Solar Cooker)라는 장비를 지원했는데 고가의 장비가 아니다. 하지만 그 지역에서는 에너지를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고, 방글라데시 은행에서 소액을 빌려 장비를 구입하고 조리기를 활용해 장사를 하는 등 이윤을 남겨 자발적으로 금융을 갚아나가는 식으로 지원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녹색성장을 국가차원의 아젠다로 설정했는데 GGGI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들의 녹색성장 흐름과 정책을 평가하는 연구를 계획하고 있고, 구체적으로 ‘지속가능한 녹색 도시’, ‘녹색성장을 통한 실질적 고용창출’, ‘녹색기술을 산업화하기 위한 정책 및 금융제도’에 대해 조사할 계획이다. 정부에서 향후 녹색기술센터를 설립할 예정인데 GGGI와 협력하며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국제사회 관심 속 빠른 성장 보여

 

우리나라는 지속가능한 녹색성장을 하기 위해 지금까지 제도적 기반을 닦았는데 이에 대해 점검할 필요가 있다. 실제 생활과 법제도 등에서 녹색성장 패러다임에 맞게 기존의 틀을 바꾼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를 위해 핵심 역량을 기울여야 하는 부분에 대해 이 연구원은 “한반도에 갇힌 사고의 틀을 깨야 한다. 일본은 원전사태 이후 전력난을 극복하기 위해 아시아 대륙과 망을 연결해 타국의 잉여 전력을 끌어다 쓰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 등은 육지이기 때문에 이미 적용하고 있지만 섬나라에서 이것은 상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한중일 삼국의 교역이 하나의 블록이 돼가고 있는데 우리도 한반도의 틀에서 벗어난 넓은 관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GGGI는 출범 1년 만에 국제기구로서의 성장속도도 빠르고 국제사회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다. 이러한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는 탄탄하고 권위 있는 국제조직들의 자양분을 공급받아야 한다. 이 연구원은 “유럽 등의 선진국은 녹색성장을 일찍부터 연구해왔고, ODA(공적개발원조)도 선진국은 오랜 노하우를 통해 성공과 실패의 경험이 축적돼있다. 반면 당장 전기도 안 들어오는 개도국에 녹색성장은 그야말로 ‘사치’에 가깝다고 느끼는데, 그것이 아니라 녹색과 성장이 분리되는 개념이 아니라는 것을 전해줘야 한다. 선진국이 해 왔던 개발의 방향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도국의 목표가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반도체 세계1위, 조선 세계1위, 자동차 세계 5대 생산국이지만 이 3분야 수출총액보다 더 많은 액수를 석유수입에 쓰고 있다. 우리 같은 모델을 다른 개도국에 전파하면 안 된다. 오히려 방글라데시에서 잘 된 사례는 캄보디아에서 성공할 수 있고, 선진국 성장 사례뿐 아니라 개도국끼리의 좋은 사례를 발굴해 전파하고자 한다”며 국제기구로서의 역할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원은 국제사회 이슈 중 개도국과 선진국의 입장이 대립되는 접점에서 한국의 역할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후세대 개발도상국에서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룬 한국은 개도국과 선진국 사이에서 협력의 가능성을 모색하고 새로운 기회를 제시할 수 있다”며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개도국이 선진국에게 요구하는 바가 있는데, 개도국들도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생물유전자원협정을 보면 지금까지 값이 매겨지지 않던 생물자원에 대해 이제는 가격을 매기는 시대가 되고 부와 경제성장의 잠재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도국에는 하나의 기회가 될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경제학 전반에서 나타나는 변화인데, 경제규모를 산출하는 방법도 GDP, GNP가 아닌 새로운 개념을 찾고 있다. 이 새로운 기회에 대한 연구를 할 것이다. 또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대비해서 에너지 접근이 미비한 나라들에 대해 기술과 정책적으로 도와야 하고 선진국의 적정 기술의 이전을 유도해내도록 조율해나갈 것이다”라고 밝혔다.

 

대외원조, 녹색성장의 새로운 기회

 

대외원조 또는 협력으로 알려진 ODA사업이 녹색성장의 핵심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에 있으면서 ODA를 오랫동안 다뤄본 경험이 있는 이 연구원은 “우리나라는 아직 ODA의 진정한 의미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단순한 대외원조로 생각해 우리가 도움을 받은 만큼 도움을 줘야한다는 관점 또는 우리도 어려운데 어떻게 퍼주기만 하냐는 식의 오해가 많다. 그러나 GGGI의 ODA는 무한정 퍼주는 것이 아니라 지원국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지식공유, 적정기술과 산업을 발굴 및 제시한다. 환경에도 긍정적이고 경제성장과 빈곤퇴치에 효과가 있는 그린 사업을 세일즈하며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보통 ODA사업은 시장처럼 수익률이 높지 않은 경우가 있어 우리나라의 대외경제협력기금 등에서 싼 이자 또는 무이자로 ODA 자금을 빌리는 방법이 있다. ODA 중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지 않고 감사원 지적을 받은 경우들도 있는데 과거 선진국에서 원조를 할 때 환경성을 미처 고려하지 못하는 등 실패 사례들이 있다. 지금도 이러한 문제들은 발생하는데 반면교사로 삼아 더 나은 방향을 모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경우 ODA에 대해 1유로를 지원하면 1.8유로 수출이 이뤄진다고 선전을 할 정도로 경제적 이득이 있다. 물론 이윤추구만 강조하면 본래의 목적이 퇴색되겠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지는 대외원조는 국익을 반드시 감안한다. 현지 수출기업, 현지기업, 중소기업에 도움이 되는 방안으로 역량을 구축한다.

 

적극적 대응으로 시장 선점해야

 

이 연구원은 “국내 환경산업, 에너지산업 분야도 ODA를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제는 돈을 정승같이 써야 더 벌 수 있는 시대다. 베트남은 프랑스, 미국, 유럽, 일본, 우리나라 등 여러 나라가 서로 돕겠다고 난리다. 인구 1억이 넘고, 전 세계에서 30세 이하 인구가 제일 많은 나라인 베트남이 갖는 잠재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런 나라에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기회가 많다”고 도전한다.

 

그는 덧붙여 “우리 조상들의 노블리스 오블리제로 전해지는 경주 최 부잣집 가훈 중에 ‘재물은 인분과 같아서 집 안에 쌓아만 두면 냄새가 고약하게 나지만 고루 널리 퍼뜨리면 거름이 된다’는 말이 있다. 이것은 ODA개념을 확실히 보여준 것이다. 재물을 우리나라에 쌓아두고 있으면 부동산 가격만 오르고 자산 버블 생기는 등 냄새만 날 뿐이다. 이것을 잘 활용해서 전 세계에 좋은 ODA 투자를 하면 자산이 돼 우리에게 돌아오게 된다. 한반도의 틀에 갇히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국제사회는 기후변화 대응에 있어 우리나라에 요구하는 역할이 있고, 국내 산업계의 현실도 있다. 녹색성장의 출발은 기후변화 대응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이에 대해 이 연구원은 “태양이 떠오르는 것을 피할 수 없는 것처럼 기후변화 대응도 시대의 흐름이다. 파도가 올 때는 적극적으로 타야 한다. 방법과 시기를 협상할 수 있지만 변화에는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이 아니다. 기업들은 새로운 기회요인을 찾아야 할 때이다. 한국 정부가 산업계 요구와 국제사회 압력을 잘 조정해 최선의 접점을 찾겠지만 모두가 윈-윈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Early Mover, Fast Mover’ 즉, 일찍 빠르게 움직이는 기업이 시장을 선점하는 시대에서 회피하는 것은 답이 아니다”라는 말을 남겼다.

 

yoonjung@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