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고막 등 산업고도화 발맞춰 첨단기술 개발해

연구사업 비중 확대 등 정책적 뒷받침 이뤄져야

 

농진청 장안철 연구관.

▲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신작물개발과

   장안철 연구관

‘사람들이/ 다들 도시로/ 이사를 가니까/ 촌은 쓸쓸하다/ 그러면 촌은 운다/ 촌아 울지마’

 

김용택 시인의 ‘촌아 울지마’란 산문집에 실린 초등학생이 바라본 농촌의 모습이 담긴 짧은 시이다. 이러한 초등학생의 시선조차 농촌의 미래는 밝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 눈에 비친 농촌의 모습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는 말이 있듯이 농촌 또한 현재 보이는 이 모습이 전부가 아니다.

 

최근 농업분야에서는 마술 같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우선 과거에는 단순히 의류소재로 이용됐던 ‘누에고치’의 변화가 그 대표적인 예이다. 명주실의 원료였던 누에고치는 현재 생활용품인 비누와 치약은 물론 실크단백질을 이용해 의료용품인 인공고막을 만드는 곳에도 쓰이고 있다. 이 밖에도 도심빌딩에 작물 생산 공장시스템이 개발돼 쉽게 작물을 길러내기도 한다. 이러한 발전은 모두 농업R&D의 덕분이다.

 

농업R&D(research and development)는 첨단기술과 농업소재를 결합한 연구개발을 의미한다. 농업도 문명발달과 산업고도화에 발맞추어 첨단 기술 개발을 이뤄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 농업은 R&D의 물결을 타고 농·식품 이외의 분야까지 확장해 21C형 신소재·생명산업에 큰 공을 세우고 있다. 즉 식량을 더 많고 맛있게 그리고 더 안전하게 만들어내는 것은 기본이며 많은 분야에 획기적인 활용 및 발전을 도모하는 중요한 산업인 것이다. 이처럼 농업 R&D는 우리 생활을 업그레이드시키는 중요한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IT(정보통신)와 BT(생명공학)의 접목이 눈길을 끌고 있다. 농업의 IT기술 활용의 대표적인 것으로 ‘흙토람’을 말할 수 있다. ‘흙토람’은 실시간 인터넷 토양 정보 시스템으로 토양 박물관의 역할을 한다. 이 서비스는 토양에 적합한 작물과 퇴비 그리고 비료의 종류와 양을 정확하게 알려주는 것으로 누구나 과학적인 작물재배를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인프라인 셈이다. 이 밖에 농업과 BT의 결합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으며 인공뼈, 천연항생제의 개발은 물론이고 빈혈, 혈전 치료제 등 신약과 신기능성 작물을 생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농업이 생명의 기적을 만들어내는 산업으로 발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러한 많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있는 농업 R&D는 아직 승승장구하지 못하고 있다. 우선 현재 우리나라 농업기술은 선진국을 포함한 10개국 중 6위(2007년 기준)이다. 기술력이 가장 뛰어난 미국에 3.8년, 일본에 3년 뒤져 있지만 빠르게 추격하는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선진국들과 맞서기에는 아직 환경적인 여건이 미흡하다. 우리나라의 나노공학 분야 공공 R&D 투자는 2.8억(2007년 기준) 달러로서 미국은 14.3억달러, 일본은 6.7달러 등 선진국보다 투자규모가 절대적으로 낮으며 더군다나 농림 R&D 투자는 4.8%(2005년 기준)에서 4.3%(2010년 기준)로 더욱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말해 부족한 총알로 전장에 출전하고 있는 것과 다름없다.

 

아직 우리나라 농업 R&D의 국내 융합기술은 선진국 대비 50~80% 수준에 머물러 있어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 든든한 후원과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 우선 농업 R&D가 국가의 경쟁력이 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사업 비중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며 발상과 아이디어를 상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로 실현시키기 위해서는 연구를 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R&D 전문기관 육성책을 수립하고 우수 연구센터 지원 규모 확대와 기초연구 분야에 대한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연구지원도 강화해야 한다. 이 밖에 기술융합의 인프라 조성을 위해 연구 협력 및 범부처 공동기획 사업 등을 추진할 기능조직도 규모를 늘려야 할 것이다.

 

머지않아 헬기와 로봇이 농사를 짓는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들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이다. 우리들이 무심하게 혹은 열악하다고 여겼던 농촌이 하루가 다르게 놀라운 모습으로 진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는 식량안보는 물론, 삶의 안락함을 제공하는 최첨단 기술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즉 농업R&D는 국가가 선진화로 갈 수 있는 지름길인 것이다. 우리나라가 농업 선진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미래 농업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을 선진국 못지않게 강화해야 하며, 그래야만 고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술이 지속적으로 생산될 수 있다. 이를 위해 국민들의 관심과 더불어 농업R&D가 더욱 활발히 요동칠 수 있도록 국가의 정책적인 뒷받침이 가장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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