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선 박사
제도별 장점 조합한 정책 설계가 세계적 조류

소규모 사업자에게 안전성 높은 FIT 적용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내년에 시행될 의무할당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를 앞두고 업계의 반발이 거세다. 에너지원별 할당치를 두고 업계별로 이익과 손해가 엇갈리기 때문이다. KEI의 이희선 박사는 경제성이 부족한 에너지원을 고려하기 위한 다양한 정책의 조합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편집자 주>

 

신재생에너지 관련 목표 달성을 위해 시행되는 제도는 크게 의무할당제도(RPS, Renewable Portfolio Standard)와 차액지원제도(FIT, Feed-In Tariff)로 나눌 수 있다. RPS는 발전사업자에게 생산량이나 판매량의 일정부분을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할 것을 강제하는 제도이고, FIT는 아직까지 비효율적인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높은 비용과 시장가격의 차이를 정부가 지원해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 역시 기존의 FIT에서 2012년부터 단계적으로 RPS를 도입한다. 이에 대해 KEI의 이희선 박사는 “일반적인 시장 논리로 보면 경쟁 메커니즘 때문에 RPS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업인 Ernst&Young은 기업의 FIT가 RPS와 유사한 영국의 RO와 인증서 거래제도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라며 “특히 RPS 국가였던 미국이 최근 들어 FIT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이탈리아가 RPS와 FIT 제도를 병행 운용하고 있는 것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최근 들어 미국도 FIT에 관심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시장 진입 초기단계이기 때문에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FIT가 효과적이지만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어느 정도 이뤄지고 시장이 형성된 상태에서는 경쟁을 통해 기술개발과 비용절감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이희선 박사는 “FIT와 RPS가 각각의 장점이 있고 두 제도가 가져올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결과가 다르며 또 제도가 한 번 시행되면 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FIT의 폐지를 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할 수 있다”라며 전면적 RPS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보다는 두 제도를 일정기간 병행 운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견해다.

 

특히 RPS와 FIT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어느 제도가 낫다는 소모적인 논쟁을 벌이기보다 두 제도의 장점을 잘 조합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이는 두 제도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 박사는 “2000년대 초반 이후 유럽에서 있었던 정책통합논쟁은 이런 인식의 전환을 잘 보여준다. 초기에는 어느 제도가 더 우수한지 논쟁에 치중했지만 점차 신재생에너지 보급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제도의 장점을 조합하고 정책을 설계하는 쪽으로 관점이 변했다”라고 말했다.

 

미국은 아직 연방 차원에서 정책이 수립되지는 않았으나 주 정부별로 RPS와 FIT를 채택해 시행하고 있다. 2009년 현재 29개 주와 워싱턴 DC에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RPS 제도를 채택하고 있으며 버지니아를 포함한 4개 주는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권고사항으로서 RPS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RPS를 채택한 주라 하더라도 각기 다른 시기에 각기 다른 의무 목표량을 규정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정책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 박사는 “미국이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RPS 제도를 운영했지만 재생에너지 보급 성과가 목표량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라며 “이에 따라 주별로 FIT를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대체로 캘리포니아처럼 소규모 사업에 한해 FIT를 실시하거나 플로리다처럼 RPS 내에서 발전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운 태양광 같은 발전원에 대해 별도의 FIT를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나아가 연방 차원에서의 FIT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도 진행되고 있다.

 

민간 설비투자 위축 우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2012년부터 RPS를 도입하고 FIT를 폐지하려는 것 대신에 RPS와 FIT를 병행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 박사는 “FIT를 배제한 RPS 전면 도입은 사실상 민간의 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억제할 것이고 대형 발전사업자의 설비투자 부담을 가중시켜 국민이 전기료 인상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고 지적한다.

 

정부안대로 2012년부터 RPS를 시행하면 6개 발전사회사 등 RPS 의무대상 발전사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설비투자액은 2022년까지 무려 1조~2조5천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대해 이 박사는 “민간에서 소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FIT를 병행하거나 RPS 내에서 FIT에서의 장점들을 도입해 운영한다면 정부의 재정부담도 덜면서 보호육성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간접 지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특히 이 박사는 “같은 기술 및 시장성을 갖춘 동일 에너지원도 발전사업의 규모의 경제성에 의한 수익성 및 생산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는 안전성이 높은 FIT를 적용하고 대규모 사업자에게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가격 경쟁을 거쳐 선정되는 RPS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RPS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이나 캘리포니아 역시 소규모 발전사업에 대해 사업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보장하기 위해 FIT를 별도로 유지하고 있다. 이 박사는 “현 시점에 일방적으로 FIT의 폐지와 RPS 도입 추진을 시행하는 것보다는 기존 FIT 제도의 장점을 살려 RPS 제도 내에서 조합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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