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물자원의 무기화 가능성 점차 커져

세계 각국 해외 농업개발 경쟁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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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 배신철 과장
식량위기, 식량안보 그리고 이제는 식량 전쟁으로 치닫고 있는 지구촌의 식량문제. 전 세계가 먹을거리 걱정에 비상이 걸렸다. 아프리카 동부는 60년 만의 최악의 가뭄으로 동아프리카의 1200만 명이 극심한 기아에 시달리고 있고, 특히 소말리아는 20년째 이어지는 내전까지 겹쳐, 극심한 고통으로 절규하고 있다. 90일 동안 3만 명의 아이들이 세상을 떠났고, 최소 50만 명의 어린이가 굶어죽을 위기에 처했다. 또한 아이티에서는 밀가루가 없어서 진흙으로 쿠키를 만들어 허기를 달래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괜찮은 나라라고 할지라도 국제 곡물 가격 인상으로 인해 식량 확보 전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 유명대학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옥수수 생산량은 기후변화에 따른 경작지 감소 등으로 1980년 이후 현재까지 약 2300만 톤(3.3%)이 줄었다. 또 세계적으로 식습관이 고급화되면서 육류 소비가 늘고 이에 따라 가축사료용 곡물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곡물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식습관의 고급화는 신흥국들의 밥상이 달라진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실제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부유해지면서 국민들의 육류소비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으며 인도에서는 지난 5년간 1인당 소득이 39% 늘어 우유, 계란, 육류, 생선 등을 정기적으로 소비하는 인구가 2억 2000만 명 늘어난 것으로 추정되며 향후에는 예측 불가능 할 정도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러시아는 최근 가뭄에 따른 곡물 수확량 감소를 이유로 곡물 수출제한 가능성을 시사하며 다시 한 번 곡물자원의 무기화 가능성을 내보였다. 이러한 이유들로 인해 현재 국내 대기업들이 1차 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국내의 모기업은 여의도 면적(295ha)의 23배에 달하는 6700ha 넓이의 농장에 향후 3년간 1300만 달러를 투자, 오는 2014년에는 연 매출액 375만 달러를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콩 4000톤, 밀 2000톤, 귀리 1000톤 등 총 7000톤의 곡물이 생산될 예정이다. 또한 향후 이 농장의 경작 면적을 현재 3500ha에서 4000ha으로 넓힐 계획이라고 한다.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포착하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는 대기업들이 농업분야에서 활발하게 신규 사업을 모색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등에 따른 경작지 감소와 식습관의 고급화, 자원의 무기화 추세 등에 의한 식량 수급 불균형으로 국제 곡물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투자이다.

 

한국 뿐 아니라 중국, UAE, 일본 등은 자국 식량의 안정적 공급을 위해 캄보디아, 필리핀, 아프리카 등 제 3세계 농지를 사들이고 있다. 일본의 경우 1200만ha의 해외농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 전체 경지면적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중국도 필리핀 등지에 대규모 농지를 확보해 곡물 생산에 나서고 있는 등 이미 세계는 해외 농업개발 경쟁에 돌입했다. 그리고 이것은 식량이나 사료용 작물을 자국으로 수입하거나 한창 논란이 되고 있는 Agro fuel,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작물, 카사바·옥수수·사탕수수와 같은 것들을 재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국내의 안정적인 식량 공급을 위해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유휴농지와 간척지 개발 등과 같이 국내의 식량 공급능력을 제고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대안으로 해외 식량기지 확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는 196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해외농업개발을 시도한바 있지만 그 효과는 미미하였고 최근 정부는 2009년 해외개발 10개년 계획을 수립하고 2018년에는 곡물수입량의 10%, 2030년 50%를 해외식량기지로부터 확보하는 야심찬 목표를 설정하였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지만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정부의 확고한 의지와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 최근 민간 기업에서는 동남아 지역을 포함하여 러시아 연해주, 중국 지역에서 해외 식량자원을 개발하고 있지만, 성공적 해외 식량기지를 구축하기 위하여 먼저 정부는 해외식량기지로 진출할 지역의 해외시장 조사, 지역 정보 등을 제공하는 종합적인 여건조성과 함께 재원조성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또한 민간 기업이 해외식량 기지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위험요소를 사전에 예방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하여 기업에 제공하는 역할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이 소비하는 식량 가운데 절반을 외국에 의존하는 하고 있다. 그리고 그것으로 야기되는 식량안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국내 식량공급 능력을 위한 제고가 이루어져야한다. 또한 동시에 기상이변과 같은 예상할 수 없는 국내외 여건으로 인한 식량 생산 감소를 대비하여 정부와 민간 기업은 반드시 협력하여 해외식량기지 구축을 성공적으로 완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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