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적 소프트웨어가 기업 지배력 높여

애플, 앱스토어로 30% 이상 자체 공급

 

크기변환_엘리엇인터뷰1
[환경일보 한선미 기자] 아이팟, 아이폰, 아이패드로 이어지는 I-시리즈의 최종 버전이자 잡스의 최후 창조문로 ‘아이 리더십’이 꼽히고 있다. 최근 ‘아이리더십’을 펴낸 전 애플 수석부사장 제이앨리엇은 ‘테크플러스 2011’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인문학과 결합한 기술의 중요성, 조직운영에 대한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해 이야기 했다.<편집자주>

 

최근 한국을 찾은 제이앨리엇은 ‘테크플러스2011’뿐 아니라 기업 조찬 간담회 등 다양한 자리에서 애플의 성공적인 사례와 한국 기업들에 대한 경고가 이어졌다. 기자간담회에서 주된 질문 사항은 삼성 갤럭시폰과 애플 아이폰의 대결구도였다. 기자간담회 이전에 진행된 조찬간담회에서 삼성의 갤럭시폰을 보고 스티브 잡스가 매우 화를 냈다는 보도가 나온 터라 국내 기업과 애플사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진행됐다.

 

제이앨리엇은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 치중하는 한국 기업들에 경고했다. “한국 IT기업들은 하드웨어에 주력해 성장해왔다. 하지만 모든 하드웨어는 훌륭한 소프트웨어 아래서 가동한다. 소프트웨어가 하드웨어를 만났을 때 완전한 제품이 만들어진다”며 “삼성은 TV를 잘 만들지만 경쟁사들의 TV를 컨트롤 하지 못한다. 자체적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지배력을 높여야 한다”고 소프트웨어 없는 하드웨어 주력 산업에 대해 문제를 지적했다.

 

이는 국내에서도 지적돼 왔던 문제로 소프트웨어 없이 하드웨어만 생산에 치중해 내실이 없다는 지적이다. 최근 삼성에서 ‘바다’라는 운영시스템을 제작했지만 시장에서는 외면 받았다. 이에 대해 제이앨리엇은 “마이크로소프트나 구글에 대한 의존도를 낮춰가야 한다. 특히 소프트웨어야말로 소비자와의 직접적인 인터페이스 구축을 통해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충성도를 이끌어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를 벗어나기 위해 정부는 최근 ‘한국형 모바일 운영체제’ 개발을 발표한 바 있다.

 

지식경제부는 월드베스트소프트웨어(WBS) 사업 가운데 하나로 삼성과 LG 등이 공동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웹기반 모바일 OS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했었다.

 

제이앨리엇은 이러한 정부의 시도에 대해 ‘무난한 시도’라는 평가를 내렸다. 제이앨리엇은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구현하는 매개체로 자체적 소프트웨어는 매우 중요하다. 산업계든 국가든 간에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자체 운영체계를 갖추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를 구동시키는 원동력이다. 삼성 같은 경우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높은 것이 약점이고 애플은 완전한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강점이다. 예를 들면 아이클라우드는 어떠한 회사에서도 따라올 수 없는 애플의 경쟁력이다. 한국 정부의 시도는 좋다. 소프트웨어, 특히 OS가 얼마나 중요한지 잘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숫자는 단순한 숫자

 

아이폰이 세계적인 열풍을 일으키고 있지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세계 누적 판매량이 3000만대를 넘어섰고, 지난 분기 스마트폰 판매량은 세계 1위의 기염을 토했다. 반면 애플의 판매량은 저조한 편이었다. 이에 대해 제이앨리엇은 “숫자는 크게 의미가 없다. 삼성과 애플의 스마트폰 판매량에 대한 가치실현 규모는 1대 4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판매량 1위 기록은 애플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제이앨리엇은 “애플의 아이폰4S가 벌써 수백만대가 팔렸다. 거듭 얘기하지만 판매 가치는 애플이 삼성보다 더 크다. 또 애플은 아이폰이라는 단말기 이외에 앱스토어라는 시장을 가지고 있다. 45억 달러에 달하는 이 시장에서 약 30%를 애플이 스스로 공급하고 있다”며 하드웨어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시장 구현을 통한 가치 상승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애플, 아이팟·아이폰 넘어 TV시장 진출 기대

 

아이팟으로 시작한 애플의 I 시리즈가 이제는 TV 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제이앨리엇은 애플의 차기 도전분야로 TV를 예상했다.

 

크기변환_엘리엇 강연사진_1.

▲제이앨리엇은 테크플러스2011 포럼에서 ‘애플 신화 탄생의

주역’을 주제로 글로벌 환경 속에서 변화하는 미래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했다.<사진=테크플러스2011>

이미 애플은 2006년과 2010년 애플TV 공개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그 이유로 전문가들은 콘텐츠를 강제로 가져올 수 있게 하는 장치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지금도 애플 소프트웨어의 심장인 아이튠즈에는 현재 국내에서 사용되는 IPTV처럼 다양한 콘텐츠는 없다. 인기 TV 프로그램이 업데이트되기는 하지만 TV·영화 제작사 쪽에서는 자신들의 콘텐츠를 싼값에 공급하기를 거리고 있다. 케이블TV 업체의 반대도 있지만 케이블TV를 통해 가정에 공급되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고정 관념으로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애플은 음악, 앱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다루고 있고,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면서 애플의 TV는 새로운 시장이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제이앨리엇은 “애플은 음악, 앱 등 콘텐츠를 판매한다. 콘텐츠의 핵심은 어떤 매체를 통해 구현하는가이다. 그것은 스크린에서 시작해 휴대폰, 아이폰, 아이패드 등으로 진화해왔고, 궁극적으로는 TV로 나가게 된다. 반면에 구글은 광고를 판매한다. 지향점이 다르다”며 구글과 차이점을 분명하게 했다.

 

삼성, 소니 전철 밟을지도

 

제이앨리엇은 “지금의 삼성은 과거의 소니와 아주 비슷하다”며 경고했다. 제이앨리엇은 “삼성이 아무리 하드웨어를 잘 만들더라도 최적화되어 있지 않은 소프트웨어를 얹는다면 사용자는 결코 쾌적한 경험을 할 수 없다. 세계를 호령하다 사라진 소니의 워크맨을 생각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freesmhan@hkbs.co.kr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